[TF프리즘] '4년 1600만 달러' 강정호, 주전 가능성이 높은 이유

강정호가 4년간 1600만 달러의 계약조건으로 피츠버그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13일 미국 ESPN이 보도했다. 지난해 4월 롯데와 경기에서 스윙하고 있는 강정호. /최진석 기자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한국 프로야구 첫 야수 출신 메이저리거 탄생이 임박했다.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가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간 1600만 달러(약 173억 5000만 원)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돈으로 말하는 '프로 세계'에서 강정호의 몸값은 곧 주전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3일(이하 한국 시각) '한국 유격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간 1600만 달러에 합의했다. 5년째는 옵션이 걸려있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역시 '미국으로 출국 예정인 강정호가 16일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피츠버그와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다'며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로써 강정호는 포스팅 금액 500만 2015달러(약 54억 원)와 연봉 총액 1600만 달러를 더해 2100만 달러(227억 원)의 몸값으로 미국에 진출을 눈앞에 뒀다. 이 금액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아시아 야수 가운데 스즈키 이치로(총액 2712만 달러·294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내야수로 따진다면 니시오카 쓰요시(1432만 달러·156억 원)를 밀어낸 최고 금액이다. 니시오카가 연봉으로 3년간 900만 달러(97억 원)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강정호의 연봉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다.

강정호가 지난 9월 27일 중국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준결승에서 1루로 송구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에 참여한 강정호는 500만 2015달러를 적어낸 피츠버그의 선택을 받았다. 피츠버그가 강정호 입찰에 성공하자 부정적인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대표적인 '스몰 마켓'인 피츠버그가 지역 라이벌팀에게 강정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위장 입찰'을 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비교적 내야수 자원이 풍부한 점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피츠버그의 유격수는 조디 머서(28)가 주전으로 활약했다. 14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5리 12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에서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안정된 수비를 자랑했다. 2루와 3루에는 닐 워커(타율 2할7푼1리 23홈런 76타점)와 조시 해리슨(타율 3할1푼4리 13홈런 52타점)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검증이 필요한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미국 외신들이 강정호를 백업 선수 또는 유틸리티 자원으로 분류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은 강정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 계약이 완료된다면 강정호의 주전 가능성은 한층 더 힘을 싣게 된다. '돈'으로 말하는 프로에서 팀 내 고액 연봉자를 벤치에 썩히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스몰 마켓' 구단이라면 말할 나위 없다. 강정호의 연평균 400만 달러(약 43억 원) 연봉은 팀 내에서 7위에 해당한다. 올 해 피츠버그의 최고 연봉 수령자는 프란시스코 리리아노(1167만 달러·약 126억 원)다. 앤드류 매커친(1000만 달러·약 108억 원), AJ 버넷(850만 달러·약 93억 원), 찰리 모튼(800만 달러·약 87억 원)이 뒤를 이었다. 강정호의 잠재적인 경쟁자 워커는 지난해 575만 달러(약 62억 원)를 받았다.

강정호가 지난해 12월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정한 기자

연봉으로 본 강정호의 주전 가능성은 밝기만 하다. 강정호와 포지션이 겹치는 머서의 연봉은 지난해 51만 달러(약 6억 원)에 불과했다. 3루수 조시 해리슨의 연봉 역시 머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강정호지만, 연봉이 곧 기회를 의미하는 메이저리그다. 다가오는 스프링캠프에서 코칭 스테프들의 신뢰를 얻는다며 개막전 유격수-3루수 출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후보로 시즌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꾸준한 기회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계약 금액이다.

일본인 내야수들의 연이은 실패로 강정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메이저리그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다. 피츠버그는 '돈다발'을 준비해 한국인 거포 유격수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실력으로 증명할 차례만 남았다. 강정호가 역대 아시아인 내야수 굴욕 역사를 지울 수 있을지 기대되는 2015 메이저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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