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메이저리그에 뉴욕 양키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있다면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엔 해태 붉은색 유니폼이 다이아몬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하지만 최근 몇 해 동안 과거 '해태 왕조'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호랑이 군단'의 연이은 부진이 심상치 않다.
KIA 타이거즈는 6일 기준으로 40승 52패로 7위에 머물러 있다. 포스트 시즌 마지노선인 4위 롯데 자이언츠(44승 45패 1무)와 승차는 5.5게임. 불가능은 없다고 하지만 포스트 시즌 막차를 탈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 4강 진입에 실패한다면 어느덧 3년 연속 가을 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엔 KIA의 상황이 그리 여의치 않다. 7월 20경기에서 7승 13패로 9개 구단 가운데 최저 승률(3할 5푼)에 그쳤고, 후반기 역시 11경기 2승 9패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NC 다이노스와 주중 3연전에서 모두 패했고, 이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에 연달아지며 최근 5연패 늪에 빠져있는 KIA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도 문제지만 투수들의 부진이 아쉽다. 선발-중간-마무리 모두 믿을만한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지난 5일 두산전에서 4.1이닝 동안 8실점하고 무너졌다. 시즌 최다 실점이자 지난 2010년 9월 26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약 4년 만에 8점을 내줬다. 전반기에만 10승(5패·평균자책점 3.56)을 올리며 제 몫을 다했지만, 힘이 떨어진듯 기색이 역력하다. 후반기에서 2승(1패)을 올리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8.80에 달한다.
전천후 투수 송은범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며 단 3승(5패)에 그치고 있다. 김진우 역시 시범경기에서 정강이에 타구를 맞은 뒤 좀처럼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 채 3승(3패)에 머물러 있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다승왕 출신 D.J 홀튼은 5승 8패란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지난달 한국을 떠났다. 마무리 자이로 어센시오는 16세이브를 올리고 있긴 하지만 평균자책점이 4.21로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타이거즈 하면 막강한 마운드가 먼저 떠올랐다. 1990년대 호랑이들은 선동열-조계현-이강철-이대진 등 화려한 투수진으로 한국 무대를 주름잡았다. 이종범-홍현우-김성한 등이 버틴 타선이 빛을 못 낼 정도였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 10번의 시즌 동안 팀 평균자책점 1위를 4번(1990 1991 1995 1997), 2위는 3번(1992 1993 1996) 차지했다. 이 기간 막강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네 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해태 왕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제 '투수 왕국'은 옛말이 됐다. 4위 진입에 실패한 2년 동안 KIA의 평균자책점은 2012년 3.90(6위), 지난해엔 5.12(8위)에 그쳤다. 올해 역시 6.06으로 8위에 머물고 있다. 묘하게 '국보급 투수'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해부터 시작된 악순환이다. 36경기를 남겨둔 2014시즌이다. 선 감독이 무너진 마운드를 다시 일으키고 가을 야구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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