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강하늘의 거짓말,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강하늘(27·본명 김하늘)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간적인 호평을 받는 배우 중 한명입니다. '미담제조기'라는 별명처럼 예의 바르고 긍정적인 태도로 '힐링'을 주는 배우로 통하죠. 그가 처음으로 막힌 질문을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강하늘과 최근 영화 '재심'으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대기하는 동안에도 강하늘의 '크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원래 인터뷰가 50분에 끝나면 10분 휴식 후 다시 정각에 인터뷰를 시작하는 방식이었는데 강하늘은 정각까지 시간을 꽉꽉 채우며 정성스러운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시작 전부터 기대를 심어준 강하늘과 인터뷰는 역시나 화기애애했습니다. 진지한 대화와 해맑은 웃음소리로 번갈아 채워졌죠.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연기적인 주관 이외에 그가 이야기하는 부분의 9할은 자신이 아닌 다른 배우에 대한 칭찬이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배우 이야기에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하고 "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설명하게 되니까 다른 사람 이야기가 훨씬 편해서 그렇다"고 겸손하게 웃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자니 강하늘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싶더라고요. "시원하게 자기 자랑 한번 해주세요."
여태껏 한번도 막힘없던 강하늘이 입을 좀처럼 떼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막히는 질문이라서. 음. 그러니까 처음 들어본 질문이어서, 하하하"라고 머뭇거렸죠. 떠들썩하던 인터뷰 자리가 고요해졌습니다. 그는 한참 골똘하게 생각한 후에야 입을 열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장점이라고 표현하자면…. 음. 하고 싶은 말은요, 저랑 만난 사람들에 대해 그건 좀 자신 있어요. 잠깐이라도 만난 사람들이 나로 인해 얼굴 찌푸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잘해야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그런 일은 안 만들고 싶고 그렇게 살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이 말은 자랑이라기보다는 바람에 가까운 답변이었고 이전부터 그가 입버릇처럼 강조해왔던 가치관이었습니다. 이를 꼬집어 '진짜 자기 자랑'을 요구하자 강하늘은 전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했습니다. 정적이 맴돌았습니다. 인터뷰 시간을 뺏는 것 같아 다음 질문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오히려 함께 자리한 기자들이 "기다려보자"고 배려했습니다.
결국 시원한 답변은 금세 나오지 못했고 "다음 기회에 알려주세요"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는 "왜 숙제를 주세요~. 고민은 해볼게요"라고 애교스럽게 잔뜩 울상을 지었습니다.
당황하는 강하늘을 보는 재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가 "미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라고 운을 떼자 강하늘은 "얘기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라고 불끈 주먹을 쥐었습니다. 미담의 정체는 '재심'을 촬영하면서 감독에게 에어컨을 선물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강하늘은 이를 듣고 "어떻게 알았…, 뭐 어떻게 말해야 하지"라고 또다시 혼란에 빠졌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미담이 아니고요. 여름에 촬영했잖아요. 진짜 흘러가는 말이었는데 저는 오피스텔이라서 붙박이 에어컨이 있고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거든요. 감독님이 어느 날 촬영하고 술자리를 가졌는데 쉬는 날 집이 더워서 카페를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선물 받은 에어컨이 있어서 드린 거죠."
답변 중 잠시 강하늘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잡아냈습니다. "인터뷰에서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놨죠. 무심코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는데 강하늘은 그제야 "아. 네. 사서 드렸어요. 진짜 비싼 것도 아니에요"라고 진실을 털어놨습니다.
손사래를 치고 당황 섞인 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연발하고 빨개진 귀를 잡는 모습이 '배우답지 않게' 정말 순진무구해보였습니다. '재심'을 함께한 정우를 비롯해 강하늘과 함께 호흡한 '형님들'이 입을 모아 말하던 '놀리는 재미'가 이거였나 봅니다.
"주변에서 행복전도사로 몰아가는데, 아이, 그런 건 진짜 아니고요.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제가 주변 사람에게 행복을 전파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부정적인 건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부터 부정적인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꿈속은 주황빛이고 현실은 회색빛이죠. 개인적인 생각에 현실이 삭막하다고 느낀 순간부터 삭막해지는 것 같아요. 내 힘이 닿는 부분은 여기까지인데 이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부정적인 건 상쇄되지 않을까요."
그의 말처럼 다음 인터뷰에서는 '긍정적으로' 강하늘의 자랑 시원하게 들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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