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전설' 노모와 오타니, 상식 파괴의 야구 철학

이도류 오타니 오타니가 내년 3월 열리는 2017 WBC에서 마운드와 타석에 모두 나설 전망이다. / 야후 재팬 캡처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1989년 노모 히데오가 긴데쓰에 입단했을 때 감독은 오기 아키라였다. 오기 감독은 당시 논란이 많았던 노모의 변칙 투구폼에 대해 "방임주의인 내가 보기에는 딱 맞는 투구폼"이라고 태연스럽게 말했다. 선수의 특성을 인정하고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데 뛰어났던 오기 감독은 이후 오릭스에 부임해서는 '시계추 타법'이라는 독특한 타격폼으로 전임 감독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이치로를 대스타로 키워냈다.

좋은 감독을 만나기도 했지만 노모에게는 자신만의 피칭에 대한 고집이 있었다. 사회인야구팀에 입단할 때도 프로에 들어갈 때도 자신의 투구폼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노모는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야구계는 그가 일본야구를 배신했다고 비난했고 언론은 메이저리그와의 수준차를 들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노모는 포크볼을 앞세워 메이저리그를 강타했다.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일대 사건을 일으키는 등 맹위를 떨치면서 어깨를 극도로 비틀어 던지는 괴상한 투구폼마저 '토네이도'로 격찬받았다. 이상적인 투구폼, 의리, 현실 인정이라는 '상식'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노모 이후 일본 야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키웠다. 노모가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르기 바로 전 해에 태어난 오타니 쇼헤이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28일 2016년 센트럴과 퍼시픽 양대 리그의 최우수선수(MVP)를 발표했다. 닛폰햄의 '괴물' 오타니는 1268점을 얻어 팀 동료 레어드(298점)를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퍼시픽리그 MVP의 영예를 차지했다. 오타니는 올시즌 투수로는 21경기에 등판해 10승 4패에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고, 타자로는 104경기에 나서 타율 0.322에 2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자신의 종전 기록을 넘어서는 시속 165km의 강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난 '이도류(二刀流)'로 화제를 모았던 투타 겸업이 만화 같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오타니는 MVP에 앞서 지난 25일 발표된 베스트 9에서 사상 처음으로 투수와 지명타자 부문을 석권했다. 이에 대해 일본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장훈은 오타니가 규정이닝과 규정타석 모두 미달한 점을 들어 투타 겸업이 화제가 돼 상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의 인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오타니는 내년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슴에 품은 오랜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메이저리그 직행을 언급하며 일본 프로구단들에 자신을 지명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그를 닛폰햄과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설득했다.

오타니를 움직인 것은 투타 겸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성공하겠다는 그의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2014년 0.274였던 그의 타율이 지난해 0.202로 떨어지면서 '상식'대로 되는 듯했다. 약속이 있었다고 하지만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에이스를 타석에 세우는 구리야마 감독에게도 우려의 눈길이 쏟아졌다. 그러나 오타니의 고집은 결국 올시즌 화려하게 결실을 맺었다.

이제 관심은 오타니의 투타 겸업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야구'에 대한 집념과 확신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난 2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노모를 구단 고문으로 영입했다. 오타니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닛폰햄의 스프링캠프를 찾은 노모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오타니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상식에 도전했던 예전의 자신을 빼닮은 젊은 괴물에 대한 뜨거운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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