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투'를 패러디한 신조어 '빚투', 뭐가 문제길래?
[더팩트|성지연 기자] 래퍼 마이크로닷 논란을 시작으로 최근 유명 연예인의 가족이 사기를 치거나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뮤지션 Dok2(도끼)와 비, 걸그룹 마마무 휘인, 배우 차예련까지 과거 부모가 저지른 실수가 피해자의 폭로 형식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 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빚투'라는 새로운 수식어로 지칭하는 것이 눈에 띈다.
낯선 단어 '빚투'. 이는 올해 초 정치권과 연예계를 막론하고 뜨거운 이슈가 됐던 '미투 운동'의 패러디로 만들어진 신조어다. 겉으로 보기엔 기발해 보이지만 이 패러디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용기있는 여성들의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을 그저 단순히 '폭로성 이슈'로 치부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 그렇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지난 2006년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국에서도 가장 약자인 소수인종 여성과 아동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해주면서 시작한 전 세계적인 캠페인이다. 피해자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통해 공감하고 연대하며 사회를 바꿔 갈 수 있도록 창안해 만들었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됐지만 '미투'가 확산됨에 따라 조금씩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지난 2017년 10월에 이르러서는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 파문 등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의 성범죄, 성폭력 피해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공개 운동의 성격을 띠게 됐다.
이제껏 피해 사실을 숨긴 피해자들이 '성범죄를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 내용은 아동성범죄부터 넓게 보자면 전쟁 범죄로 인한 위안부 문제까지도 포함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다수의 정치계 인사부터 연예인까지 미투 운동으로 인해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됐고, 이는 사회적인 파장과 더불어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미투 운동'은 대중에게 성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만들었고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 등을 공론화시키는 시발점이 됐다.

그런 면에서 부모의 빚으로 논란이 된 연예인을 '빚투'로 패러디해 표현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침묵과 억압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이 연대하며 만들어낸 '미투'다. 이번 논란 또한 분명 피해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틀림없다. 하지만 단순히 '폭로성'에 초점을 맞춰 '미투 운동'과 비교해 생각한다는 것은 가까스로 용기를 낸 수많은 여성들을 향해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미투 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어쩌면 무지에서 비롯된 위험한 발상. 이런 문제를 안고도 '빚투'로 쏟아지는 수많은 매체의 보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빚투'라는 한없이 가벼운 패러디의 씁쓸함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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