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민기 사망, '명품배우'의 씁쓸한 최후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제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던 배우 조민기가 9일 오후 숨을 거뒀다.
조민기는 9일 오후 4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자 성추행 혐의로 파면 처분을 받는 등 성추행 의혹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극단적 선택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향년 53세.
1965년 11월 5일 서울 출생인 조민기는 1982년 극단 신협 단원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1991년 영화 '사의찬미' 조연으로 영화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했으며,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30여 년의 활동 기간 동안 조민기는 수십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2016년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태조 왕건 역을 맡았다. 또한 2013년 영화 '변호인'에서 검사 강형철 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세익스피어의 '리어 왕', '안톤 체홉의 '세 자매', '벚꽃 동산' 등 다수의 연극 작품에 출연했다. 또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눈물의 여왕' 등 무대에도 올랐다.
지상파 3사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조민기의 연기력을 인정했다. 1996년 조민기는 드라마 '도시남녀'로 SBS 연기대상 남자 우수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1년 드라마 '반달곰 내 사랑'과 '온달 왕자들'로 MBC 연기대상 남자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2002년에는 드라마 '거침없는 사랑'으로 KBS 연기대상 남자 우수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에덴의 동쪽'으로 MBC 연기대상 남자 우수상을 들어 올렸다.
연기 이외에도 조민기는 음반과 저서 집필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조민기는 2010년 미니앨범 'ZIO'의 수록곡 '사랑 그 후', '설레임', 'Good Bye'를 발표했다. 2005년에는 저서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를 출간했고, 2008년에는 '조씨 유랑화첩 1-Cuba'를 출판하기도 했다. 연기와 음반, 저서,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조민기는 무대를 강단으로 옮겼다. 2004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2010년 연극학과 조교수로 부임해 지난해까지 학생을 가르쳤다.

승승장구하던 조민기는 제자 상습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극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됐다. 계속되는 조민기가 성추행을 했다는 제보를 받은 청주대학교는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학교 차원의 진상 조사를 실시해 '품위 위반'을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정직이 끝나는 지난달 28일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조민기는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며 교수직을 사직했다.
이후 연극배우 송하늘과 한 졸업생은 조민기의 성추행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고, 조민기는 이 사실을 부인하며 진실게임이 계속됐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앞서 폭로한 졸업생의 선배라는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또 다른 폭로의 글을 올렸고, 잇따른 폭로에 조민기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조민기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6일 충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조민기에게 12일 피의자 신분 출석을 통보했다. 앞서 조민기 성추행 의혹에 경찰은 내사를 진행했고,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여학생과 졸업생 등 피해자 10여 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조민기의 핵심 측근은 9일 오전 <더팩트>에 "오늘(9일) 조민기의 전화를 받았는데 등록된 이름이 뜨지 않아 '전화를 바꿨느냐'고 물어 보니 경찰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조민기가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 모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출두 이후 신변이 구금될 경우를 대비해 마음의 정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9일 오후 조민기 사망이 확인됐다.
조민기는 결국 경찰 출석을 사흘 앞두고 53년 간의 생을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