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사이다

[TF인터뷰] '곡성' 천우희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죠"

분량이 상관없는 배우 천우희. 천우희는 곡성에서 편집으로 인한 분량 삭제가 있었음에도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스토리와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효균 기자
분량이 상관없는 배우 천우희. 천우희는 곡성에서 편집으로 인한 분량 삭제가 있었음에도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스토리와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효균 기자

"오히려 지금 상영 버전이 만족스러워"

[더팩트|권혁기 기자] 데뷔 한지 10년이 지나 영화 '한공주'로 뒤늦게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천우희(30). 그동안 영화 관계자들은 원석과 같은 천우희를 알아 보지 못한 '의무 불이행'을 저지른 셈이다. '언젠가 알아보겠지'라고 했던 게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천우희는 뒤늦은 빛을 제대로 쬐고 있다.

'곡성'(제작 사이드미러,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은 천우희를 생애 처음 칸영화제로 인도한 작품이다. '한공주'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천우희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준 게 '곡성'이다. 천우희는 '곡성'에서 키메이커(key maker) 역할인 '무명'을 맡았지만 중요도에 비해 분량은 턱없이 적었다. 그래도 천우희니까, 그 짧은 분량을 제대로 살려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에게 분량이 아쉽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웃음이 아름다운 배우 천우희. 영화 곡성은 천우희를 생애 처음 칸영화제로 이끈 작품이다. /이효균 기자
웃음이 아름다운 배우 천우희. 영화 곡성은 천우희를 생애 처음 칸영화제로 이끈 작품이다. /이효균 기자

"아쉬움이 없는데 감독님이 저한테 자꾸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닌 거 알지?'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당연히 중요하지 않죠. 저는 괜찮았는데 미안하셨는지 계속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는 '곡성'이라는 작품이 저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무명으로부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일광(황정민 분)이 등장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분량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의 역할에 '목격자'도 있기 때문이죠. 저야말로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존재가 아닐까요?"

오히려 천우희는 최종 편집된, 상영 버전의 '곡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만족스럽다"는 천우희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잘 살아 있더라. 2시간 반을 넘기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는 분량이 많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거나 재충전할 시간이 있었지만, 곽도원 선배님은 거의 모든 신(scene)에 나오기 때문에, 감독님, 스태프들과 함께 정말 힘드셨을 것"이라며 "그만큼 치열한 현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에서 지독하기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베테랑 배우들도 학을 뗀다는 나홍진 감독이 스타일이 궁금하기도 했다.

"다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처럼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정말 좋았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죠. 왜냐하면 감독님은 정확한 의도에 맞춘 치밀함이 있으시면서도 배우들한테 강요하지는 않으셨어요. '이렇게 저렇게 해봐'라는 식이셨죠. 나중에 설명을 통해 이해를 시키시는 편이지 먼저 의도를 얘기하고 디렉션을 주시지는 않아요. 연기를 할 때 제가 인물 분석을 어떻게 했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런 교감이 너무나도 짜릿했죠. 배우로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았어요. 적은 회차라 그런지, 그 현장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천우희는 '곡성'에 대해 '생각'보다 '느낌'을 중시했다. 현장에서 순간적인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 그는 곽도원과의 호흡에 대해 "에너지에서 밀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연기할 때 항상 마주했기 때문에 격려도 많이 해주셨고 의지가 됐던 것 같다. 저를 의심하고 거리를 두는 인물이지만 호흡은 좋았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선배님이 깔아주신 판에서 연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칸영화제는 워밍업? 배우 천우희는 칸영화제 방문에 대해 가서 즐기고 자극을 받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균 기자
칸영화제는 워밍업? 배우 천우희는 칸영화제 방문에 대해 가서 즐기고 자극을 받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균 기자

'곡성'은 배경적으로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서 그런지 지방 촬영을 가면 친근한 게 있다"면서 "'곡성' 촬영지는 더 옛스러움이 있더라. 산의 곡선들도 완만한 수채화처럼 보여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곡성'이지만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다. 바로 무명이 종구(곽도원 분)에게 돌을 던지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애드리브였다. 천우희는 "하나, 둘 던지다 보니 많이 쌓였다. 많이 웃기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천우희는 칸영화제 초청에 대해 "현장에서 부딪히고 느껴보고 싶다"며 "워밍업이라는 느낌도 있다. 가서 즐기고 자극을 받고 오고 싶다. 그렇게 깨우치는 게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천우희에게 칸영화제는 워밍업이자 세계적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징검다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 나이대 여배우들 중 천우희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한편 '곡성'은 전국에서 4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순항 중이다.

khk0204@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더 많은 소식 받기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
많이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