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IMR

[허주열의 '靑.春일기'] 文대통령의 마지막 항변이 아쉬운 이유

  • 정치 | 2022-05-01 00:00

'실정 책임 회피', '내로남불'…'저쪽'은 다른 나라 국민인가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단 청와대 초청 행사, 25~26일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 방송을 통해 퇴임 전 언론과의 직접 소통을 마무리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단 청와대 초청 행사, 25~26일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 방송을 통해 퇴임 전 언론과의 직접 소통을 마무리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항변(抗辯). 지난달 25~26일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특별대담을 보면서 떠오른 단어입니다. 실정(失政)을 지적하는 손 전 앵커의 말에 문 대통령은 대부분 "왜곡된 프레임", "잘못된 평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라면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은 작은 편에 속한다"고 상대적 우위를 강조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 교체론'이 컸던 것에 대해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대선 직전이었던 3월 1~2일 매일경제신문·MBN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권 교체' 응답은 53.2%로 '정권 재창출'(35.5%)보다 17.7%포인트 높았습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정권 교체 여론은 대선 기간 내내 50%를 넘었는데, 이는 현 정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하는 국민의 과반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정권 교체론이 컸다는 지적에 "인정하지만 억울한 점이 있다"며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후보를 응원할 수도 없었고, 입도 뻥끗할 수 없었는데, 마치 (제가) 졌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종의 프레임 같은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아마도 문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 기저에는 퇴임 직전까지 40%대를 유지하는 지지율이 한몫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문 대통령입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면서 좌천된 '검사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체급을 키워준 것은 문 대통령입니다. 검사로만 살아온 사람을 검찰총장직에서 내려와 정치권으로 향하게 만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JTBC 전 앵커와 대담(26일 방송)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JTBC 전 앵커와 대담(26일 방송)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또한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여러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때 내세웠던 명분 중 하나는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야당과 협의를 하되 안 되면 표결로 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선거도 같습니다. 현 정권에 실망한 이들의 여론인 정권 교체론이 과반을 차지했고, 이는 윤석열 당선인 승리라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0.73%p'라는 근소한 격차로 승패가 갈렸지만, 어쨌든 윤 당선인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 교체에 성공했습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정권이 교체됐는데, 현 정권 수장이 '억울하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상대편을 적대시하는 표현도 사용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을 대변하는 용어처럼 인식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지적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이중잣대다. 부동산 보유나 투기 모든 면에서 늘 저쪽(국민의힘)이 항상 더 문제인데, 저쪽 문제는 가볍게 넘어가고, 이쪽은 작은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도 한편으로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보수 정당을 '저쪽'이라고 갈라치기를 하면서, '저쪽이 더 문제'라고 책임을 떠넘긴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지금껏 겪은 고초만으로 마음의 빚을 크게 졌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이번 대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해 "그 사람, 그분의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에는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온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했습니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 1저자 등재,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등 조민 씨의 '7대 스펙'은 부모에 의해서 위조된 것이라고 사법적 판단이 끝난 것입니다. 애초에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가 불법을 동원해 자녀 스펙 쌓기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국민을 대신해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면 자신이 지명한 장관 일가가 '불법행위'로 사법적 처벌을 받는 것에 마음 아파하기 전에 자녀에게 스펙을 만들어 줄 수 없는 수많은 일반 부모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위로를, 또 조 전 장관 일가의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진학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위로를 보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 침류각에서 손석희 JTBC 전 앵커와 대담(26일 방송)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 침류각에서 손석희 JTBC 전 앵커와 대담(26일 방송)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는 취임 당시 약속도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올해 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뤄진 대통령과 출입기자 간 만남은 사전에 대표 간사단과 청와대가 협의해서 순서를 정한 다섯 명만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월과 5월에 열린 신년 기자회견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질의응답은 코로나를 이유로 제한된 인원만 참여하는 약식 기자회견으로 이뤄졌습니다. 그 전으로 시계를 돌려도 신년 기자회견 세 차례(2018~2020년), 2019년 5월 KBS 인터뷰, 국민과의 대화 두 차례(2019년 12월, 2021년 11월)만이 직접 소통의 자리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언론과 제한적으로 만났지만, 대신 현장방문을 많이 해서 국민과 직접 소통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사안을 갖고 방문한 현장에서 국민 전체가 궁금해할 만한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번 대담을 기획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담 후) 대통령은 무척 만족하시고 관저로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그간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프레임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설명입니다. 대통령이 퇴임 전 한 언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고 소통이 잘 되었다고 평가하면 되는 걸까요? 문 대통령의 지난 5년 소통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sense83@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AD
AD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