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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열의 '靑.春일기'] 알맹이 빠진 마지막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 정치 | 2021-11-26 00:00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의 자리가 지난 21일 마련됐다. 제한된 주제 속 지난 4년 반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돌아보고, 미래를 논하기에는 어려운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 국민패널 질문에 답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의 자리가 지난 21일 마련됐다. 제한된 주제 속 지난 4년 반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돌아보고, 미래를 논하기에는 어려운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 국민패널 질문에 답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제한된 '주제'와 빠진 '질문들'…아쉬움 남긴 직접 소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종료를 6개월가량 앞둔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습니다. 취임 후 '두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국민과의 직접 소통의 자리였습니다. 1시간 50분간 30여 개의 질문에 답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자리였습니다.

사전에 대화 주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관련 방역', '민생경제', '포스트 코로나 과제'로 제한됐습니다. 지난 4년 반 문재인 정부가 한 일이 코로나 대응밖에 없었던 게 아닌데, 다른 국정 운영에 대한 질문은 애초에 금지됐습니다.

때문에 취임 초 △'비정규직 문제' 해결 △'통합과 공존'의 세상 개막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좋은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성장 등 아직 이행되지 않은 여러 약속은 왜 지켜지지 않은 것인지 물을 수 없었습니다.

청와대와 KBS가 사전에 협의한 뒤 설정한 주제 내에서도 중요하지만, 빠진 질문과 답변이 적지 않습니다. 나온 질문 중에선 민감한 질문이 '청년 실업'과 '부동산 문제' 정도였는데, 원론적이고 설명이 부족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실업에 대해 "코로나 때문에 줄어들었던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 그래서 청년 고용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라면서도 "실제로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되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 더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2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 보고서를 보면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는 1957만 7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68만1000개가 늘었습니다. 산업 대분류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 일자리 19만2000개, 건설업 7만1000개, 공공행정 일자리 7만 개 등이 늘어 일자리 수 증가에 국가 재정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일자리는 50대 이상에 대부분 돌아갔습니다(56만 5000개, 83%). 반면 30대의 일자리는 1만 7000개가 줄었는데, 이러한 감소세는 2019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대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4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 명(12.7%) 늘었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도 전년 동월 대비 64만 명 증가한 806만6000명(38.4%)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나빠진 고용의 질을 '어떻게' 좋아지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더 노력하겠다"가 전부였습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답변도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나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좀 더 부동산, 특히 주택의 공급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라면서도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고, 인허가 물량도 많다. 또 앞으로 계획되고 있는 물량도 많다. 앞으로는 공급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라며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하락 안정세까지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첫 국민과의 대화에선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전·월세가 과거에 비해 안정된 상태"라고 했는데, 지난 2년간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것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전 정부에 비해 공급 물량이 많았고, 무려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는데 역설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이유에 대해선 자세한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KBS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KBS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급여를 모아서 내 집 마련을 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치솟은 아파트값은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적 위기로 다가올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9월 인구동향'을 보면 출생아 수는 2만192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7% 감소했고, 혼인 건수는 1만3733건으로 10.4% 감소했습니다.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 출생아 수는 27만 2337명이었습니다. 올 1~9월 출생아 수는 20만 348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278명이 줄어 올해 출산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선 결혼을 해야 하는데, 올 1~9월 혼인 건수도 14만 457명으로 전년 동기(15만6713명) 대비 10.4% 감소했습니다. 혼인 건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탓도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면서 청년들이 결혼하기 힘들어진 영향도 큽니다.

결혼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청년들이 아이를 낳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둘(배우자와) 혹은 셋(배우자+아이)이서 힘들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서 외롭게 사는 게 낫다며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이 요즘 강조하는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못지않게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 생각합니다. 관련 질문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지켜봤지만, 끝내 그런 대화는 없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지난해부터 계속된 코로나로 인해 지친 국민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단계적 일상회복 3주 차를 맞아 성공적인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국민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를 보면서 위로와 공감을 받고, 궁금증을 해소한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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