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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고개 숙이는 대통령, 국회와 공직자도 반성하라

  • 정치 | 2021-01-19 14:15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2021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2021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여야 정치권은 화이부동(和而不同)부터 실천하길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주역(周易)의 64괘 가운데 제38괘인 '화택규(火澤睽)'에 나오는 상화화택(上火下澤)은 작금의 대한민국을 꼬집어 말하는 것 같다. 화(火)와 택(澤)은 맨 아래에는 양(陽)의 성질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 기반 위에서 음을 먼저 하는 것이 좋으니 양을 우선 하는 것이 좋으니 하면서 다투는 게 상화하택이다. 그 결과는 반목과 비난, 질시다.

옳은 일을 해도 다른 이가 알아주지 않는다. 응당 불기운(火)이 밑으로 쏠리고 물기운(水)은 위로 솟구쳐야(下火上澤) 합일점이 생기는데 반대로 흐르는 형국이다. 새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다.

코로나19에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물론이고 코 앞에 닥친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내년에 차기 대통령 선거도 기다린다. 화평한 시절이라도 어지러울 시점이다. 정국이 정국인 만큼 사회계층이 더욱 더 상하 또는 좌우로 갈려 따로노는 상황이다. 그 피해는 누가 받는가? 국민은 근심어린 심정으로 지켜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진행된 새해 기자 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평가하며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검찰총장 간 장기간 대립에 대해 사과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서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더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집 값 및 전세값 폭등과 관련, 지난 11일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데 이어 이날도 "부동산 투기 억제에 역점을 뒀으나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정책 실패를 시인한다.

대통령은 앞서 지난 크리스마스 휴일인 12월 25일에도 전날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효력 중단 결정을 내리자 사과 입장을 냈다. 주말을 넘겨 입장을 내도 되지만, 굳이 휴일을 마다하고 법원 결정 하루 만에 입장 표명을 했다. 논란과 갈등 확산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여겨진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새해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새해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 시비와 논란은 적지 않았다. 그래도 최저임금, 코로나 등 민생과 직결되거나 조국 사태 등 정치적 논란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을 경우는 어김없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지금까지 13번으로 1년에 평균 3번 이상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명실상부한 소통의 리더십인데 국민의 눈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 있는 건 왜일까.?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갈등 조정자’라는 역할을 포기한 채 분열만 조장하면서 무능으로 일관했다고 깎아내린다. 생색을 낼 일은 앞장서고 책임질 일은 뒤로 숨는 ‘무책임 정치’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비난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자랑하느라 바쁘고, 코로나가 창궐하면 입을 닫고 백신을 구하지 못했을 때는 질병관리청을 나무라더니 백신을 계약하자 청와대가 나서 발표한다고 비아냥댄다.

최근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해 17일 내놓은 '2020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를 보면 생각처럼 대통령의 소통은 다소 부족한 듯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2.6%였다. 8년 전부터 매년 실시된 이 의식조사’에서 문재인 정부들어 부정적 응답이 처음 앞질렀다.

갈등이 늘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및 사업 추진 때문(44.8%)'이 꼽혔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불거진 공정성 시비(인국공 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및 사업의 개혁 성향 때문에(20.5%)’,‘문재인 정부의 개혁 반대 세력 때문에(17.5%)’ 등이 뒤를 이었다. 갈등이 심각한 집단으로는 '진보와 보수'(85.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검찰개혁을 놓고 지속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장기화한 것과 무관치 않은 측면으로 여겨진다. 갈등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갈등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국회(90.9%)'가 1위 였다. 언론(86.1%)과 중앙정부(83.9%), 법조계(75.5%)가 뒤를 이었다.일반 국민들의 생각이 비슷한것 같다. 대통령이라는 응답은 75.0%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다소 의외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2021 신년사'에 대해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이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더팩트 DB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2021 신년사'에 대해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이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더팩트 DB

이는 대한민국이 상하 또는 좌우로 갈려서 노는 상화하택임을 다시한번 여실히 증명해준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일부 전 현직 고위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소통 노력을 갉아 먹은 것처럼 보인다. 사과할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이렇게 고개를 숙이는 대통령도 흔치 않다.

‘화쟁사상(和諍思想)’은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사상이다. 보살의 기본적인 계율인 십중대계(十重大戒) 중 제6인 "사부대중(四部大衆)의 허물을 말하거나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면 안된다(不說四衆過)". 제7인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헐뜯거나 그렇게 하라고 하면 안된다(不自讚毁他)", 제10인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를 비방하며 안된다(不謗三寶)"등에서 화쟁사상의 핵심을 볼 수 있다.

원효대사가 주창한 ‘원융회통(圓融會通)사상’에서는 ‘원은 거대한 순환, 융은 화합, 회는 모임, 통은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서로 모여서 소통을 통해 조화를 이루자는 사상이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서 "군자의 사귐은 조화롭지만 모든 견해가 같기를 추구하지 않는다. 소인은 같으면서도 화합하지 못한다(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小人同而不和)"를 강조했다. 조화를 추구하지만 공멸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것이 화이부동이다. 화이부동의 조직은 충돌과 갈등을 피하기보다 환영한다. 갈등에는 과업 갈등과 감정 갈등이 있지만 창조적 대안 모색을 위한 과업 갈등은 조장한다.

반면 진영논리 같은 부정적 관계인 감정적 갈등은 지양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과업갈등은 보다 좋은 해결방안을 도출하면서 빚어지는 긍정적 충돌이기 때문이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부터 군자가 되면 우리나라가 한층 좋아지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2021 신년사'에 대해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이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더팩트 DB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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