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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환의 '靑.春'일기] '공수처법 통과' 文대통령이 얻은 것과 남은 과제

  • 정치 | 2020-12-14 05:00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의 연내 출범이 가시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공수처가 연내 또는 내년 1월쯤 출범할 전망이다. /청와대 제공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의 연내 출범이 가시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공수처가 연내 또는 내년 1월쯤 출범할 전망이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대선공약 공수처 출범 가시권…상생·협치 실종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 춘추관 담장 밖에는 한그루 감나무가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덩그러니 달린 감들이 꽤 있다. 아마도 '까치밥'인 모양이다.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철 날짐승을 위해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남은 감들을 쪼아먹는 까치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그때마다 찬 바람이 부는 계절, 괜히 마음이 훈훈해진다. '공존'과 '상생' 의미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내년 초쯤 공수처가 출범될 전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생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의 목표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다. 권력층과의 유착과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 잘못된 폐해와 권위적 관행을 바로잡고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건전한 공직사회와 온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의 열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수처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점은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이후 여야는 물론 청와대와 야당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문 대통령은 10일 "공수처 설치 이유와 기능을 생각한다면, 원래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며 에둘러 국민의힘을 지적했다.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야당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여야 의원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청와대를 배후로 의심하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여야 의원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청와대를 배후로 의심하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여당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것을 따져 묻겠다며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요청을 청와대는 거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무 라인의 판단"이라며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었던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또 "대통령께서는 최재성 정무수석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원장과의 대표 회담을 이미 여러 차례 제안했다"며 "그때는 외면하더니 어제(9일)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면담을 요구하고, 문자메시지로 날짜까지 정해서 답을 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여야가 풀 문제를, 야당이 문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판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지난 1월 공수처법이 제정되고 7월 법이 시행된 이후 공수처 출범이 늦어진 것은 야당의 거부권 행사 등 어깃장을 놓은 영향이 크다. 그렇더라도 법을 개정하며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것은 여야 합의에 의한 처장 추천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수처의 공정성과 중립성, 권력기관화 측면이 우려된다. 공수처 출범이 중대 과제이기에 불가피하더라도,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정치로부터 권력기관의 독립과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규정하면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고 했다.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과 약속을 지켜가고 있지만, 상생과 협치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협치 기대감이 점점 낮아진다. 반목으로 얼룩진 연말 정국, 속이 터진 까치밥을 보며 말라가는 감이 애처롭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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