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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유명희 정은경 추미애 강경화는 무엇이 다른가

  • 정치 | 2020-10-13 15:06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유럽에서 막판 표심 다지기에 위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유럽에서 막판 표심 다지기에 위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명의 여성 장·차관 인사가 주는 교훈...인사가 만사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중국 전국시대 학자 순자(荀子)는 신하를 4부류로 나눈다. 으뜸이 성신(聖臣)이다. 임금을 존중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일처리에 빈틈이 없는 신하다. 다음이 공신(功臣). 환란이나 위기 때 임금과 백성을 지켜주는 꼭 필요한 인물이다. 반면 찬신(簒臣)은 임금을 미혹하게 하고 부정한 일로 사익을 도모하는 인사다. 태신(態臣)은 무능하지만 아첨으로 총애를 얻는 신하를 말한다.

그는 또 임금의 명령을 대하는 태도를 갖고 신하를 다시 4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이롭게 하는 신하를 순(順)이라고 했고,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신하를 첨(諂)이라고 정의했다.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이는 찬(簒)이며 임금과 나라의 영예나 욕됨에 상관없이 윗사람의 뜻에만 영합하는 이는 나라를 해치는 국적(國賊)으로 분류했다.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심기도 편하지 않을 듯 싶다. 국민들의 사회적 관심사가 공정(公正)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래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라는 말이 끊이질 않았고 새 정부 들어서도 예외없이 등장했다. 정부가 강조해온 개혁을 내세우던 고위공직자들이 오히려 야당의 공격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의 비난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대표적으로 야당의 공격을 가장 거세게 받고 있는 추미애·강경화 장관만 봐도 그렇다. 개혁 저지를 위한 야당의 정치적 공세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이유가 너무 초라하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묵묵히 일해온 정부의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야당은 물론 국민적 존경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효과적으로 대처해 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WTO 사무총장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인공들이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앞의 대표적 여성 각료 둘과 같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들 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진정한 개혁의 견인차들로 여겨진다. 청와대가 대통령 혜안의 결과라며 홍보에 적극적인 이유도 다름 아니다.

두 본부장은 공통점이 있다. 순자가 주창한 성신이나 공신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본다. 세계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사랑도 받고 있다. 한 분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국민을 지켜주고 있고, 또 다른 한 분은 국제통상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국이 헤쳐 나갈수 있게 길을 열었다. 위기에서 더욱 빛난 이들의 탁월한 전문성과 투철한 애민 애국정신은 세계적으로도 신망을 얻고 있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1995년 산업부의 전신 통상산업부에 들어섰다. 첫 여성 사무관, 첫 여성 국장, 첫 여성 1급 공무원 등 여성 통상전문가의 길을 개척하며 산업부 70년 역사의 '여성 1호' 타이틀을 가진 분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발언 태도 등과 관련한 야당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남윤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발언 태도 등과 관련한 야당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남윤호 기자

25년간 통상전문가로 걸어온 유 본부장도 시련을 비껴가진 못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외신대변인을 지냈고 남편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라 새정부 출범 후 승진이 어려우리라 판단, 사표까지 제출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최초의 여성 통상교섭본부장이다.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장관이다.

유 본부장은 취임 후 일본 후쿠시마산 수입물 수입금지 문제를 둘러싼 WTO 분쟁에서 1심 결과를 뒤집고 2심에서 승소를 끌어냈다. 식품위생협정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WTO 분쟁 사상 처음이다. 전망이 어두웠던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것도 개방성·민주성·투명성 등 3대 원칙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가 뒷받침했다는 후문이다. K-방역에 대한 세계적 신뢰와, 높아진 국가 위상도 한몫했다.

K-방역의 아이콘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유 본부장처럼 공무원 외길을 걸어온 인물. 1995년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원 특채로 입사해 복지부 응급의료과장과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발병 시기 문 대통령은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질본을 방문, 그로부터 브리핑을 받았고 그의 능력을 눈여겨 봤다. 이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후 2016년 감사원이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었는데 그도 당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공직사회를 떠난 전문가들이 많았고 정 청장 역시 위기를 겪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9회계연도 결산 등을 다룬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더팩트 DB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9회계연도 결산 등을 다룬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더팩트 DB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초대 질병관리본부장에 정 청장을 지명했다. 정 청장은 2004년 질본이 생긴 뒤 첫 여성 본부장이다. 국장급에서 차관급인 본부장에 발탁해 당시 파격 인사로 평가받았다. 능력 중심의 인사가 아닌 ‘코드인사’였다면 두 통상·방역 여전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 청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하는 '2020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리더' 분야에 선정됐고 2022년 치러지는 차기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선거에 유력 후보로도 부상한 상황이다.

"명분과 실질을 정하고, 상벌을 분명히 하고, 만백성을 즐겁게 하지 못하면, 나의 재상이 아닙니다(정명실 명상벌 낙만민 비오상야/定名實 明賞罰 樂萬民 非吾相也)" 중국 주나라를 세운 일등공신 강태공(姜太公)이 지은 육도(六韜)의 문도(文韜)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최고지도자는 신하의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이를 고위공직자로 등용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금이 정의로운 신하를 쓰면 나라를 잘 끌어가고 백성으로부터 칭송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하를 볼 줄 아는 임금의 혜안이다.

'코드'도 아니고 '논공행상'도 아니다. 대비되는 2개 유형의 여성 고위공직자 4명의 인사에서 확인됐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담보하는 해답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조만간 개각설'도 들린다. 인사가 만사다. 국민이 신뢰하는 개혁의 성공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9회계연도 결산 등을 다룬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더팩트 DB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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