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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민주당의 '내로남불 방정식', 선을 넘었다

  • 정치 | 2020-10-07 05:00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수장 강경화 장관(왼쪽 두 번째)의 남편 이일병(왼쪽 빨간 원) 연세대 명예교수의 추석 연휴 중 요트 구입을 위한 미국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수장 강경화 장관(왼쪽 두 번째)의 남편 이일병(왼쪽 빨간 원) 연세대 명예교수의 추석 연휴 중 요트 구입을 위한 미국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부적절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책임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지난 2017년 6월 18일 강 장관 임명장 수여식 당일. /청와대 제공

악재·실수마다 '물타기' 대응…반성과 문책은 어디로?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최근 악재에 대응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방식엔 일정한 공식(公式)이 있다. 잘못에 대한 자기반성,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책 마련이라는 일반적 공식과는 다르다. 악재를 지적한 손가락을 나무라거나, 의혹을 제기한 쪽의 과오(過誤)를 끄집어내 역공을 가한다. 이른바 '물타기' 시도로 화제 전환을 꾀하는 모양새다.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에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꼭 나쁘지도 않다. 실수가 쌓이는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는 이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이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한다. 이는 국민을 대신해 정치(政治)하는 정치인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권력을 쥔 여당의 실수는 파장이 야당보다 크고, 국민 삶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기에 실수 이후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실수와 악재에 대처하는 작금의 민주당 행태를 보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사례만 몇 가지 살펴보자.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수장 강경화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추석 연휴 중 요트 구입을 위한 미국행이 논란이 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부적절했다"고 비판했지만, 사퇴 요구 등 책임론에 대해선 "그 정도까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 백악관 앞에서 커다란 현수막을 들고 '4·15 총선은 부정선거'라고 했다. 국제적 망신이다. 나가지 말라는 여행을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나갔지 않았느냐"고 국민의힘을 향해 역공을 가했다.

또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과 친지 방문, 성묘나 봉안 시설 방문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이 대표는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 관련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추석 대이동이 있다면 코로나19 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여러 사정과 생각이 있겠지만 이동을 자제하는 추석이 됐으면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6일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 관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6일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 관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석 대이동이 있다면 코로나19 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여러 사정과 생각이 있겠지만 이동을 자제하는 추석이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이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는 등 이중적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가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모습. /민주당 제공

당장 야권에선 "국민의 귀성, 성묫길을 막아놓고 여당 대표는 천릿길 봉하마을을 찾아 정치 성묘를 하는 이중잣대, 표리부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추진도 논란거리다. 이는 국가채무 비율 60%를 기준으로 삼아 이를 넘어설 경우 수지 개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가채무를 GDP 대비 40% 범위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임 박근혜 정권이 국가부채를 늘린다며 국가채무비율 40%를 지키라고 강력히 요구했던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지난달 초 GDP 대비 국가채무는 올해 43.5%에서 매년 3% 이상 증가해 2024년에는 58.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권을 잡은 뒤 상황이 변했다며 말을 바꾸고,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논거도 제시한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되지만 당신들(야당과 국민)은 안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결국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정권의 공정 신뢰도는 집권 4년 차에도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한국리서치가 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 사회를 '공정하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32%에 불과했고,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은 59%로 두 배가량 많았다.

특히 가장 불공정한 분야를 물은 결과 '정치권'이 37%로 1위를 차지했다(10월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앞으로도 민주당발 실수와 악재는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응을 이어간다면 '20년 장기 집권'을 예고했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희망 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수·악재가 문제가 아니라 이후의 잘못된 대처가 문재인 정권의 현재와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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