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추석 민심은 우리 편?"...진실 왜곡하는 여의도 '단장취의'

  • 정치 | 2020-10-06 14:57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7일부터 진행되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 공방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7일부터 진행되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 공방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21대 국정감사 앞두고 여야 민심 왜곡 '한심'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서기전 559년, 진(晉)·노(魯) 등 10여개 나라가 진(秦)나라를 공격했을 때 일이다. 10여개 나라의 연합군이 황하의 가장 큰 지류인 경수(涇水)에 이르렀을 때 도강(渡江)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때 노나라의 지휘관 숙손표(叔孫豹)가 진나라 대부 숙향(叔向)에게 포유고엽(匏有苦葉)이라고 전한다. 숙향은 강을 건너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배를 준비한다.

동문서답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뒤의 구절을 음미하면 도강의 강력한 암시였다. "박에는 쓴 잎도 있고/ 강에는 깊은 곳도 있네(포유고엽 제유심섭/匏有苦葉 濟有深涉),물 깊으면 옷 입은 채 건너고/ 얕으면 가랑이 걷고 건너지(심즉력 천즉계(深則厲/ 淺則揭)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여인이 강가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애타는 심경을 담고 있다.

중국 최고(最古)의 시가집 시경(詩經)에 나온다. 춘추시대에는 국가 간 외교적 용어로 시 한구절로 에둘러 뜻을 전하곤 했다. 나름 꽤 낭만적이다. 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심하게 변질돼 지금은 ‘진의를 왜곡할 뿐 아니라 유리하게 뒤집는 아전인수(我田引水)’를 뜻하는 대표적 표현으로 쓰인다. 말 그대로 남이 쓴 문장이나 시의 한 부분을 그 문장이나 시가 가진 전체적인 뜻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인용하는 단장취의(斷章取義)다.

우리 정치권도 밥먹듯 낯 뜨거운 이 짓거리들을 하고 있다. 본인들은 전략이나 전술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대다수 국민들을 뭘로 보는지...

지난 주말 추석연휴가 끝나고 여의도에 모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밝히는 그들만의 민심 해석도 단장취의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당인 민주당은 "추석 전 지급된 재난지원금에 국민들이 '국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자화자찬한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뒤질세라 "국민들의 들끓는 분노가 전해졌다"고 너스레를 떨며 각을 세운다.

야당은 공무원 피격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논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겨냥하고 있다. 새롭게 불거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외유 논란도 카드 중 하나다. 설령 적법한 과정에 따른 행위였다고 해도 국민의 눈에는 그렇게만 비칠리 만무한 사안들이다.

행위가 도덕적으로 합당해지려면 행위의 대상(결과)과 행위의 목적(지향) 그리고 정황(상황)이 선(善)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행위의 대상(결과) 자체는 선하더라도 목적이 좋지 않다면 그 행위를 타락시키는 것이 된다. 하지만 여당은 7일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아랑곳 없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각자 자신들이 믿고 싶은 상반된 추석 민심(?)을 등에 업었으니 충돌은 자명하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과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야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믿고 큰소리 치는 그들만의 추석 민심(?)의 실체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민심의 주체인 국민이 모르는 민심이다. 이상한 정치인들이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 같다. 철저한 진영 논리를 민심으로 확신하는 후안무치를 어찌할까?

집권 4년차 추석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중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4년차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해 견고하다. 정당지지율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상당한 수준에서 여전히 앞선다.

KBS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전국 성인 1001명 조사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는 응답자 47.0%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48.6%.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전국 성인 1005명을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선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51.5%로 부정평가는 제법 44.2%를 앞선다. 나머지 여론조사도 긍정평가는 40% 중반대로 고만고만하다. 부정평가보다는 밀린다.

정당 지지도에선 민주당이 크게는 20.2%P, 적게는 3.3%%P 차이로 국민의힘에 앞서고 있다. TBS-리얼미터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은 34.5%, 국민의힘 지지율은 31.2%로 비교적 박빙이었을 뿐 나머지는 민주당이 앞선다. 특히 미디어오늘-리서치뷰에선, 민주당 42.0%, 국민의힘 26.0%.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에선 민주당 39.9%로 20%내외로 앞선다.

여당의 후안무치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야당이 아직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국민의 힘은 아직 그럴 만한 대선주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 역시 부동산 파동 초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했으나 극우 태극기 부대와의 거리 두기 실패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가 "야당으로 지지율이 이동할 만한 요소가 잘 안 보인다.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야당이 기댈 만한 정당, 대선에 승리할 정당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배현진 의원, 김종인 비대위원장, 전주혜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배정한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배현진 의원, 김종인 비대위원장, 전주혜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배정한 기자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도 문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지지율을 그나마 유지하는 핵심적 긍정요인이라는 게 여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방역이 세계적 주목을 받자 지난 5월에는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70%를 넘었던 사례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힘을 갖고 통제해야 한다는 적지않은 여론과 맞물린다.

야당의 주장처럼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논란, 새롭게 불거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외유 논란 중 하나만 해도 정부 여당의 어설프지만 뻔뻔한 대응자세를 고려할 때 위기를 실감할 만큼 민심 이반의 기미가 있어야 정상이다. 야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해야 맞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몽골 대제국을 세운 칭기즈 칸은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이를 극복하는 순간 칸이 되었다"는 말을 남겼다. 무능한 아군은 적보다도 더 무섭고,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대안세력으로 지평을 넓혀야 할 국민의힘은 아직도 무능하고 내안의 적들이 많아 보인다.

정부 여당도 정신차려야 한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기대 현 상황을 오판한다면 국민의힘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주게 된다. 국민은 다 아는 데 그들은 영원히 모를 것 같다

공자(孔子)는 제자 자공(子貢)이 ‘요즘 정치하는 사람은 어떤가요(금지종정자하여/今之從政者何如)?’라고 묻자 ‘한 말 되가웃 정도의 사람들을 따져볼 가치라도 있겠느냐(두소지인 하족산야/斗筲之人 何足算也)?’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춘추시대가 아닌 요즘 우리 정치 현실이 딱 그렇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배현진 의원, 김종인 비대위원장, 전주혜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배정한 기자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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