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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코로나19 극복, '네 탓'으로는 어렵다

  • 정치 | 2020-08-31 05:00
코로나19 재확산 속 여야 갈등, 의사 파업 등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권이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코로나19 재확산 속 여야 갈등, 의사 파업 등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권이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실패와 비판' 인정하고, '국민 통합'으로 위기 극복 나서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속 문재인 정권의 '네 탓', '편 가르기', '압박'이 이어지는 것 같다. 실패와 비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모양새에 반발하는 국민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과 정치가 분열·대립하고, 치료의 주역인 의사들은 가운을 벗고 병원을 떠났다.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월 국내 발생 환진자는 총 5363명으로 지난 3월(6361명)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14일부터 17일 연속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정부·여당은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개최한 전광훈 목사 등 보수 교회 인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재확산 책임을 온전히 이들에게 전가하는 모양새다. 나아가 미래통합당과 전 목사의 과거 인연(?), 일부 전·현직 의원의 집회 참석을 거론하며 통합당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통합당은 광화문 집회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잠복기를 고려하면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 △교회 소모임 허용 △외식·숙박 쿠폰 발행 △10월 특별여행주간 추진 등으로 정부가 그 전에 '코로나19는 이제 괜찮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 재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책임론을 둘러싼 정치권의 '네 탓' 공방 속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63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 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육탄전을 벌여 감찰을 받는 정진웅 부장검사가 승진하는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 인사는 승진하고, 정권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한 검사들은 좌천돼 검찰과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편 가르기 인사에 10명이 넘는 검사가 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핵심 인력인 의사들은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추진을 예고한 4대 의료 정책(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 첩약 급여화·비대면 진료 도입)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들을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형사고발하면서, 의사들은 더 똘똘 뭉쳐 정부에 대항하겠다는 분위기다.

당장 이날 전공의들은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고, 직접적인 행동을 자제해온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을 고발한 정부를 향해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가 이번 사태로 불이익을 받으면 우리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정부는 '원점 재검토는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의·정 협의체에서 원점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논의한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전공의들은 "파업에 참여한 동료를 고발한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처음부터 의료계와 협의해 의료 정책을 추진하거나, 의료계를 제외하고 정책을 결정한 이후라도 의료계의 반발을 경청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결정했으니, 의사들은 따르라'는 식으로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의사들의 저항에 법적조치를 운운하면서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 화를 키운 것이다.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파업 대국민 기자회견에 참석해 담화문을 발표하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동률 기자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파업 대국민 기자회견에 참석해 담화문을 발표하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동률 기자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는 전공의들을 형사고발까지 하면서 겁박하면 병원으로 복귀할 것이라 판단하는 것 같다. 이렇게 정치적 탄압, 가혹한 탄압을 하는데 대단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런 고발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법률적 책임은 제가 지고, 직권남용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파업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와 의사 간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도 나오기 시작했다. 1차적 책임은 병원을 떠난 의사에게 있겠지만,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게 원인을 제공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여러 분야에서 확인되는 문재인 정권 행보의 공통점은 '우리는 절대 틀리지 않았다. 너희는 따라오면 된다'는 식의 일방통행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들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있던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절반 가량의 국민들은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등 주요 정책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죽하면 외신이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의 진보 통치자들이 발산한 내면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문재인 정권이 남을 향한) 비판은 잘하면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사례도 들었다. 청와대가 한 보수신문에 실린 칼럼이 영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정 다툼을 벌인 것(1심 청와대 패소), 우파 유튜버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가 취재원을 밝힐 것을 거부해 법정구속된 것, 한 정치학 교수가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에 형사고발을 당한 사례 등을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칼럼 말미에 1425년 세종대왕이 한 "나는 고결하지도 않고, 다스리는 데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도 있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그 질책에 답하게 하라"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잘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2년 뒤에 끝날지 7년 뒤에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실패와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면 정권이 바뀌는 시기는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한 일을 알고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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