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김조원 전 수석이 남긴 씁쓸한 뒷맛

  • 정치 | 2020-08-12 05:00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조원(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7일 늦게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문재인 대통령께 인사를 드린 뒤 청와대를 떠났다. /뉴시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조원(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7일 늦게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문재인 대통령께 인사를 드린 뒤 청와대를 떠났다. /뉴시스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다주택 처분 과정서 구설…한마디 말도 없이 靑 떠나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 다주택 처분 대상자였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직에서 물러났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 1채씩 가진 김 전 실장은 끝내 처분하지 않고 청와대를 떠났다. 책임 있는 고위 공직의 자리에서 떠나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그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김 전 수석의 부동산 처분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물로 내놨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실제 잠실 아파트를 매각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도 더러 눈에 띄었다. '벼슬'을 버리고 '재산'을 취했다는 힐난도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 5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던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하필 '남자들은 부동산을 잘 모른다'는 식의 공감 부족으로 도마에 오른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며 "'강남 두 채' 김조원 민정수석은 결국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이 청와대를 떠날 때마저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 불참하면서 노영민 비서실장의 아파트 처분 지시에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언론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7월26일 김조원 당시 민정수석과 조국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7월26일 김조원 당시 민정수석과 조국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그 이튿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전 수석이 지난 7일 늦게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문 대통령께 인사를 드리고 청와대를 떠났다고 밝혔다. 애초 김 전 수석은 10일부터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며 '뒤끝 퇴직'이라는 논란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기자실을 들렀던 강기정 전 정무수석과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과 달리 그가 고별인사 없이 떠났던 이유다.

그럼에도 김 전 수석이 춘추관을 찾아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주택 처분 과정에서 연이어 터진 잡음으로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그는 떠났지만, 그 비판은 고스란히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마지막 떠나는 길, 청와대 고위 참모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 더욱 '쿨'한 퇴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해 7월 조국 전 민정수석은 500자가 채 안 되는 고별사를 통해 "업무수행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부분이 있었다"라며 "오롯이 저의 비재(非才)와 불민(不敏)함 탓"이라고 사과했다. 재임하는 동안 외교·안보 등 다양한 현안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생겼던 여러 논란에 대해 반성한 것이다. 김 전 수석은 당시 같은 현장에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을 불리는 일은 죄가 아니다.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미 소유한 집의 시세가 치솟는 것을 어떻게 막을 도리도 없다. 다만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문 대통령의 모습을 참모로서 지켜봤다면,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민에게 "송구하다"라는 한마디 말을 남겼으면 어땠을까. 그게 나라와 국민에 봉사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었을까. 뒷맛이 쓰게 느껴진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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