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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통합당 지지율은 민주당 하기 나름인가요?

  • 정치 | 2020-08-11 15:41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8월 들어서도 부정평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8월 들어서도 부정평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제대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지금 지지율은 '모래성'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급정(汲鄭)열전에는 ‘덮개를 벗기고 마른 잎사귀를 흔들어 떨어뜨린다(발몽진락/發蒙振落)’는 말이 전해온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시절 한 고조의 손자 회남왕(淮南王)이 반란을 계획하면서 당시 한나라 재상 공손홍(公孫弘)을 ‘세상에서 회유하기 가장 쉬운 인사’라고 평가한 뒤 이렇게 비유한다.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는 모반은 결국 탄로났고 회남왕은 자살했다.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면 이보다 쉽고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다 그런가. 권한을 가진 위치에서도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가 힘들다. 회남왕도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는 모반에 성공하지 못했다.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들을 밀어 붙이기식으로 처리한 더불어민주당 행태에 대한 지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성추문 등 다른 악재까지 겹친 탓인지 이달 초 발표된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지난 3∼5일에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전 주보다 2.7%포인트 하락한 35.6%로 조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하락세다. 리얼미터는 8월 1주차(3일~7일) 집계 결과,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5%포인트 내린 43.9%(매우 잘함 25.0%, 잘하는 편 18.9%)였다.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3%포인트 오른 52.4%(매우 잘못함 37.7%, 잘못하는 편 14.7%)로 집계됐다.

전 주보다 부정평가가 상승했다. 긍·부정 평가 차이는 8.5%포인트. 부동산 대책 논란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 등이 시행됐지만 여권 의원들의 ‘월세 대세’ 등 발언 논란이 불거지고 지난 4일 발표된 서울·수도권의 주택 공급 대책도 지역구 의원과 단체장 등의 반발로 효과마저 반감됐다.

미래통합당 윤희숙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더팩트 DB
미래통합당 윤희숙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더팩트 DB

이에 비해 통합당은 4·15 총선 이후 여권의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했던 이전과는 좀 다른 흐름이다. 지난달만 해도 통합당은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도 누리지 못하고 박스권에 묶여있었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역전을 넘볼 정도다. 통합당 지지도는 3.1%포인트 오른 34.8%로 조사됐다. 통합당 지지도는 창당 이후 최고치다. 민주당과 격차가 1% 안쪽인 0.8%포인트. 호남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에 앞섰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통합당 또한 최근 이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 안대고 코를 푼’ ‘손님 실수’에 편승한 반사이익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발언 정도가 국민의 공감을 받은 정도다. 민주당이 너무 못해서 통합당은 지지율이 올랐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남발하는 부동산 정책,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본회의 '부동산 5분 발언',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재·전체주의' 언급,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 인천국제공항 파문 등 일련의 사태에 민주당이 잘못 대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합당이 상대적으로 지지율 역전의 물꼬를 텄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교롭게도 80여일 남은 미국 대통령 선거 양상이 우리의 정치권 여야 판세와 닮았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호불호로 결판나는 듯한 양상으로 흐른다. 이어지는 그의 실언과 잘못된 대처 탓이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 조사에서 트럼프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처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지난 3월 45%, 5월 53%, 7월 60%로 올랐다. 같은 기간 바이든의 지지율 상승세와 거의 비슷하게 겹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미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 뒤지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미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 뒤지고 있다./AP.뉴시스

트럼프가 못해서 챙기는 반사 이익을 바이든과 민주당이 얻고 있다. 그러나 특정 후보가 미워서 다른 후보로 돌아선 유권자는 기권할 확률이 높다는게 정설이다. 민주당이 ‘산토끼’인 당 밖 보수층을 끌어안고 ‘집토끼’인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붙드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대통령 후보 지지도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 미 대선 판세는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것도 다름 아니다. 미국 정치여론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21일까지 미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된 8개 여론조사 평균에서 바이든 후보가 8.7%포인트 앞선다.

국내 상황을 다시 보자. 통합당은 지지율 상승해 고무돼 있지만 머쓱한지 표정관리에 들어간 듯하다. 마치 트럼프의 지지도에 따라 반사 이익을 얻는 미국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비슷하다. 통합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했지 실제 국민들에게 희망을 담은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한 적이 거의 없다. 야당으로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도 전략이긴 하다. 여권에 대한 경고가 그들의 지지율로 반영된 사실을 모르고 오판하지 않길 바란다.

‘통합당 지지율은 민주당 프레임 안에 있다’, ‘통합당 지지율은 민주당 하기 나름’이라는 비아냥도 고스란히 통합당 몫인 것이다. 자살한 회남왕이 만든 회남자(淮南子)의 남명훈(覽冥訓)편에 걸화불약취수(乞火不若取燧)란 격언이 있다. ‘남에게 불을 구걸하는 것보다 자기 부쇠주머니에서 부싯돌을 꺼내서 발화시키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통합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정국 반전을 위해 대여 총공세에 나서겠다고 한다. 부동산 대책 후유증과 검찰 인사 논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갈등 등 민주당과 첨예하게 대립할 현안이 많다. 제대로 비판하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 명실상부한 그들의 지지율을 만들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미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 뒤지고 있다./AP.뉴시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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