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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환의 '靑.春'일기] 박원순 성추행 의혹과 대통령의 침묵

  • 정치 | 2020-07-16 05:00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사진은 고 박 시장의 영정. /임세준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사진은 고 박 시장의 영정. /임세준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靑 사실상 무반응…성범죄 인식 제자리걸음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파장이 크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9월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지난 4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직에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은 권력형 성추행 의혹이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 측은 지난 13일 피해자는 시장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간 강제 추행과 음란한 문자를 받는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입장문을 내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고, 보통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세상은 변했지만 지속된 권력형 성범죄와 이를 폭로한 이를 바라보는 인식은 아직 나아지지 않는 듯하다. 온라인상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신상털기와 모욕 등 2차 가해 움직임이 보인다. 피해자가 받을 고통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차별 비난과 위협은 누구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 대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새삼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안 전 지사 '미투' 폭로가 터진 이후인 2018년 3월 제34회 한국여성대회 축사를 통해 "2차 피해와 불이익, 보복이 두려워 긴 시간 가슴 속에만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낸 피해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는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사회 곳곳에서 실질적 성평등이 이루어지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하는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며 "젠더 폭력에는 한층 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하는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아무런 말이 없다. 최근 공분을 일으킨 고 최숙현 선수의 가혹행위 문제와 'n번방' 사건, 창녕 학대 피해 아동 등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은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와 합당한 처벌을 주문했으며, n번방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또 창녕 학대 피해 아동을 직접 만나 보듬어주는 조치를 취하라고 했고, 실제 참모들은 곧 이행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15일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대통령의 모든 워딩(발언)을 다 공개해 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언급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진상조사결과를 차분히 지켜보자고만 했다.

애초 청와대는 박 전 시장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박 시장을 고발한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 이후 보인 반응은 찾기 어렵다. 앞서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13일 '원론적으로라도 청와대의 입장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과연 우리 사회는 안전하고 평등하며 성범죄를 당한 이가 선뜻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다. 또 숱한 재발 방지 약속은 왜 지켜지지 않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어렵게 세상을 향해 외치더라도 더한 가시밭길을 걷는 현실은 부당하다. '용기 있는 행동'을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숨은 피해자는 지금 우리 사회에 더 있을 수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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