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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환의 '靑.春'일기] 靑 다주택 처분, 국민에 대한 신뢰 문제다

  • 정치 | 2020-07-09 00:00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오전 최근 논란이 된 주택 매각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뒤 7월 중으로 서울 강남권 소재 아파트를 처분하겠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남윤호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오전 최근 논란이 된 주택 매각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뒤 7월 중으로 서울 강남권 소재 아파트를 처분하겠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남윤호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주택 처분 이행 상황·대상 '깜깜이'…솔선수범 취지 무색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올해 2월쯤 야심한 시간에 택시를 탄 적 있다. 당시 50~60대쯤으로 보이는 기사는 먼저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업계 불황 하소연부터 반듯하게 자라준 자녀 이야기까지. 그때마다 맞장구를 잘 쳐줘서인지,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보아하니 젊은 친구인데, 열심히 돈 모아서 반드시 서울에 집을 사. 인생 선배로서 하는 말이야." 얼추 짐작하면서도 그 이유를 물었다. 중년의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 집값은 무조건 오르게 돼 있어. 서울에 집을 몇 채씩 갖고 있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도 부동산에 대해서 만큼은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충북 청주시 아파트에 이어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국회의원 3선을 지낸 지역구 청주가 아닌 서울을 남겨두면서 크게 반발한 민심에 백기를 든 감이 든다. 이런 저런 사정을 들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만큼 실생활과 직결된 부동산 문제는 복잡하고 신중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나 솔선수범해야 할 공직자도 지키지 못 할 정책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와대가 밝힌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다주택자만 12명이다. 지난 2일 노 실장이 이달 중으로 집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것에 따라 과연 고위 참모들이 실거주 외 주택을 매각할지 관심이 쏠린다.

애초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6개월 이내에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도 청와대 고위 참모들은 사실상 거의 지키지 않았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같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에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모두 11명이었던 것보다 오히려 수가 늘었다.

여론의 뭇매 속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소재 한신서래아파트를 '부랴부랴'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윤정원·배정한 기자
여론의 뭇매 속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소재 한신서래아파트를 '부랴부랴'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윤정원·배정한 기자

온라인 여론을 살펴보면 청와대와 국민 간 신뢰가 깨진 듯하다. '그동안 뭐 했느냐'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처분할 뜻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집값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고위 공직자로서 본을 보여야 한다는 결연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노 실장의 최초 권고 이후 청와대 참모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현재 논란은 청와대를 비껴가지 않았을까. 다만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는 있겠다. 매물로 내놨는데도 실제 매매로 연결되지 않았다거나, 노 실장의 사례처럼 가족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아울러 강제성이 없는 '권고'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에 청와대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더 답답한 것은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과 관련해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 처분 대상이 정확히 누구인지, 처분 이행이 얼마나 됐는지 등 국민이 궁금해할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일 노 실장 외 다른 참모의 주택 처분 진척과 관련한 물음에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일 '노 실장의 재권고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 이후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물음에 "강력한 재권고가 있었다는 것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만 언급했다. 다주택 처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비난을 피해갈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청와대가 다주택자 참모를 계속 기용한다면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고 봐도 이상한 해석은 아닐 듯싶다.

청와대 참모들의 더딘 이행과 '깜깜이' 상황.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부족하다. 부동산 문제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을 향한 민심이 어느 때보다 들끓는 상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 문제는 정책, 나아가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돼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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