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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통합당

  • 정치 | 2020-07-05 00:00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 시작부터 보이콧에 돌입했다가, 다음 주 국회 복귀를 시사했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잃은 뒤늦은 빈손 복귀 이후 통합당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좌석이 비어있다. /배정한 기자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 시작부터 보이콧에 돌입했다가, 다음 주 국회 복귀를 시사했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잃은 뒤늦은 빈손 복귀 이후 통합당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좌석이 비어있다. /배정한 기자

20대 국회 과오 되풀이…원내서 실력과 정책으로 승부하라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잘못된 뒤에는 후회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도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에도 20대 국회의 과오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21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가장 원했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얻지 못한 통합당은 지난 한 달 사이 협상을 주도해야 할 원내대표가 열흘간 국회를 비우고 전국 사찰을 떠돌았다. 그 시기를 전후해 소속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주도 국회 의사일정에 전면 불참했다.

이 과정을 통해 통합당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법사위원장을 절대 내줄 수 없다고 천명한 민주당은 대신 예산결산특위원장을 포함해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지만, 통합당이 거부했다.

통합당의 보이콧에도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으로 보이자, 통합당은 결국 다음 주 내 국회 복귀를 시사했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잃은 뒤늦은 빈손 복귀다.

관례를 앞세워 법사위원장에 목매다 실패한 원 구성 협상, 보이콧, 국회 복귀 시점 저울질 등 통합당이 21대 국회 들어 보인 행보를 되짚어 보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플랜B'가 없었던 것 같다.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는 예견된 것임에도 그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20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던 민주당은 20대 국회 후반기부터 통합당(옛 자유한국당)과 현안을 협의하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범여권 동료를 모아 숫자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선거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국회에서만 18차례 보이콧을 진행하며 번번이 국회를 멈춰 세웠다. 삭발, 단식, 장외 투쟁 등 '의원직 총사퇴'를 제외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경한 투쟁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국회에서만 18차례 보이콧을 진행하며 번번이 국회를 멈춰 세웠던 통합당은 삭발, 단식, 장외 투쟁 등 '의원직 총사퇴'를 제외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경한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는 21대 총선 참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로 돌아왔다. 지난 4월 15일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한 뒤 국회를 떠나던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남윤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국회에서만 18차례 보이콧을 진행하며 번번이 국회를 멈춰 세웠던 통합당은 삭발, 단식, 장외 투쟁 등 '의원직 총사퇴'를 제외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경한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는 21대 총선 참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로 돌아왔다. 지난 4월 15일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한 뒤 국회를 떠나던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남윤호 기자

그 결과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가진 것을 잃었다. 그 행동들이 21대 총선에서 최악의 성적표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후 전면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보여준 것은 없다. 오히려 21대 국회 시작부터 뜻하는 대로 협상이 안 되자 꺼낸 카드는 또다시 보이콧이었다.

민주당은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졌던 20대 국회에서 '통합당은 진실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그때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절대 과반을 점한 민주당의 의회 독주 시도에 통합당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면서도 의원직 총사퇴와 같은 최고 수준의 투쟁 선언은 하지 않는다. 적당히 몸을 사리면서 원내 외곽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릴 뿐이다.

통합당이 보이콧 하는 사이에 민주당은 35조 원 규모의 역대급 추경안을 4일 만에 단독으로 심사·처리했다. 뒤늦게 통합당이 심사기한을 일주일 연장하면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또다른 시간 끌기로 판단해 거부했다.

예결특위는 민주당이 통합당에 위원장직을 주겠다고 했던 곳이다. 그 제안을 통합당이 받았다면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추경안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심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추경안 졸속 심사에는 기회를 걷어차고, 불참한 통합당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국회 복귀 시점을 저울질 중인 통합당은 돌아와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주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국회 복귀 시점을 저울질 중인 통합당은 돌아와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주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앞으로도 민주당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숫자의 힘을 앞세운 민주당의 행보에 통합당 측은 국민밖에 기댈 곳이 없다고 말한다. '정책으로 승부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의 폭주를 저지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말이 아닌 행동이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 지금 통합당에 필요한 건 의미 없는 국회 복귀 시점 저울질이 아니다. 스스로 말한 대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국회로 돌아와 원내에서 실력과 정책으로 민주당과 경쟁하면서 자신들이 낫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럴 준비가 됐는지, 의지는 있는지 통합당에 묻고 싶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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