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이낙연의 '내 입에 캔디'...달콤쌉싸름한 당권·대권 길

  • 정치 | 2020-06-13 00:01
더불어민주당이 예고했던 이번 주 국회 원 구성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불발됐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통합당 좌석은 텅 비어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예고했던 이번 주 국회 원 구성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불발됐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통합당 좌석은 텅 비어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통합당, 대언론 소통 강화…청와대, 북한 관련 '지라시'에 화들짝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예고했던 이번 주 국회 원 구성 완료 목표가 결국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서로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입니다.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의결하기 위한 본회의가 8일과 12일 두 차례 열렸지만, 통합당이 모두 불참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는 15일까지 협상 시한을 연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내에선 당권 경쟁 구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김부겸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차기 대선을 포기하고 2년 임기를 채우겠다며 승부수를 띄워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의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서면서 언론과의 소통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청와대에선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계기로 북한과의 모든 통신선이 끊어진 이후 북한의 중대 발표 '지라시'에 화들짝 놀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먼저 민주당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김부겸 전 의원의
김부겸 전 의원의 "당 대표 선출 시 차기 대선 포기" 선언에 민주당의 유력한 당권·대권주자 이낙연 의원(오른쪽)이 시시각각 바뀐 대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12일 오후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부겸 '폭탄선언'에 시시각각 바뀐 이낙연 대응

-김부겸 전 의원의 "당 대표 선출 시 차기 대선 포기" 선언에 이낙연 의원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입니다.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는데요, 취재진 사이에선 이 의원의 달라진 대응 방식이 화제가 됐다고요?

-맞습니다. 2주 전에는 이 의원의 당 대표 도전 여부에 대한 답변이 모호해 '사이다에서 고구마가 됐다'라는 평가가 나왔었습니다. 그의 절제 화법은 김 전 의원의 대선 포기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여전했습니다. 이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약 17초간 침묵한 겁니다. 침묵 끝에 내뱉은 말은 "보도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이에 매우 당황하면서 몇 초인지 정확히 계산했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또 같은 날 오후 열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토론회(1시 35분께)가 끝나고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받고선 "이미 다 얘기를 했지 않느냐. 똑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계속하는 건 고역"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다만 곧바로 이동해 참석한 '그린뉴딜' 토론회에선 동료 의원들과의 친밀감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의원은 인사말(1시 40분께)에서 토론회 축하 영상을 보내온 제러미 리프킨을 "'노무현 대통령'이 애독하셨던 유러피안 드림 저술가다"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토론회를 주최한 김성환 의원을 향해 "기후변화에 대한 확고한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게 미래 승부처가 될 텐데 김 의원이 일찌감치 눈을 떴다"라며 공개석상에서 치켜세웠습니다.

-심지어 당권 경쟁자인 우원식 의원을 향해서도 "에너지 제로 주택이 우 의원 지역에 있다면서요. 거기도 우리 의원들과 가보면 좋겠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이 의원은 우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회 기후 위기 그린뉴딜 연구회'에도 최근 합류했습니다.

김부겸 전 의원의 폭탄선언에 민주당 당권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 전 의원. /배정한 기자
김부겸 전 의원의 폭탄선언에 민주당 당권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 전 의원. /배정한 기자

-약 1시간 넘는 공백에서 여유가 생긴 걸까요? 세 번째 대응은 좀 달랐습니다. 같은 날 오후 3시 국회 본회의 직전 참석하려는 이 의원에게 기자들이 슬며시 다가갔는데요. 그는 "입속에 목캔디가 있다"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쏟아지는 질문에는 "하하하 뭐, 예"라고 피했습니다. 입 안에 사탕이 있어 발언하기 어렵다는 제스처를 보인 건데요. 이전 대응 방식이 보도되며 부정 여론 조짐을 보이자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은 총리실과 민주당 내에서도 이미 파다합니다(웃음). 실제 이 의원에게 총리시절 '사이다' 별명을 안겨줬던 시원시원한 답변들도 상당히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즉흥 답변에는 다소 약한 모습입니다. 최근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이천 화재 현장 방문 일정도 갑자기 마련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일까요? 11일 한 간담회 이후 취재진 질문에 "(지지율은) 총선 이후에 많이 올랐던 것이 조정되고 있는 거겠죠", "저는 전당대회 과열양상이라고 보진 않는다" 등 이전보다 친절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한다는 건 확정된 거지요?

-그렇습니다. 이 의원은 당 대표 선거 준비를 위해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르면 다음 주 에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현재도 민주당 내부에선 홍영표, 김두관 등 유력 인사들이 이 의원이 당권까지 차지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이낙연 대 비이낙연 구도'가 형성돼 있는데요. 반면에 "문재인 대표 출마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실제 2015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선거 당시 박지원 후보가 '당권·대권 독식은 안 된다'고 외친 바 있죠. 이에 대해 당시 문 후보는 "총선에서 참패하면 무슨 대선인가"라는 '총선 필승' 프레임으로 공격을 깨트렸습니다. 이 의원 측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당권과 대권을 모두 노리는 길은 목캔디처럼 달콤쌉싸름한 맛인 듯합니다.

◆김은혜가 만든 변화…통합당의 달라진 대언론 소통

-통합당의 대언론 활동이 예전과는 좀 달라졌다고요?

-그렇습니다. 지난 1일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대변인으로 MBC 기자·앵커 출신 김은혜 의원(초선, 경기 성남 분당갑)을 임명했는데요, 이후 언론을 대하는 방식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비공개로 진행되는 주요 당내 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을 상대로 이뤄지던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을 기자들이 머무는 공간인 소통관으로 옮겨왔습니다.

-회의 비공개 부분의 주요 내용을 소통관 정론관에서 발표 시간을 사전에 공지해 공식 발표하고, 정론관 입구에 좌석이 마련된 장소에서 백브리핑하는 식으로 바뀐 겁니다. 또한 언론의 관심도가 높은 당 지도부 인사의 비공식 일정에 대해서도 기존에는 각 언론사가 개별 취재로 관련 정보를 입수했는데요, 김 대변인은 관련한 기자들 문의가 많으면 본인이 대표로 취재해 출입기자들이 들어가 있는 SNS 단체방에 일괄적으로 주요 내용을 알리고 있습니다.

김은혜 통합당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 대변인으로 선출된 이후 대언론 소통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화 기자
김은혜 통합당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 대변인으로 선출된 이후 대언론 소통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화 기자

-그럼 통합당의 이전 언론 대응은 어땠나요?

-네, 백브리핑은 말 그대로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인 만큼 현장에서 대기하던 일부 취재진을 대상으로만 이뤄졌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취재진이 바닥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브리핑 내용을 타이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엔 당시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복도에 앉아서 백브리핑을 기다리던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물리적으로 김 대변인 혼자서 당내 주요 인사의 모든 언행에 대한 백브리핑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한 백브리핑은 취재 환경이 확실히 더 좋아졌습니다. 또 출입기자들이 들어가 있는 SNS 단체방도 이전에는 당 지도부의 일정과 대변인단 논평 위주로 올라오던 것에서 기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도 하는 것이 추가됐습니다.

-이런 변화는 김 대변인이 바꾼 건가요?

-네, 안 그래도 해당 부분에 대해 김 대변인에게 직접 물어봤는데요 "기본적으로 제가 여성이어서 방석 없이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상대로 백브리핑을 하는 게 너무 미안했다"며 "지도부와 상의해서 소통관의 여유 있는 환경에서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모든 출입기자들이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받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활발한 소통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솔직한 게 최고의 홍보다'가 제 공보 원칙"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알릴 것은 알리고, 애써 포장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靑 대북전단 엄단 발표 전 北 중대 발표?…'지라시' 촌극

-북한이 최근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연일 대남 비방을 이어가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클 것 같은데, 결국은 속칭 '삐라'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방침이죠?

-네, 청와대는 북한의 대남 비방에 가급적 언급을 삼가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북한의 의도와 섣부른 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11일 청와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위법"이라며 철저한 단속과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폐기한다고 밝힌 지난 9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임영무 기자
북한이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폐기한다고 밝힌 지난 9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임영무 기자

-앞으로 당국이 대북 전단 살포 단속을 강화할 것 같군요. 어수선한 시기, 북한의 '중대 발표' 촌극도 있었죠?

-11일 오후 조선중앙TV가 중대 발표할 것이라는 출처 불명의 이른바 '지라시'가 돌았습니다. 북한이 연일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정부를 비난했던 터라 또 다른 '폭탄선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앞서 북한은 대북 전단 조치를 하지 않으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금강산관광 시설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을 언급했습니다. 실제 지난 9일 남북 간 통신선을 차단하기도 했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가 대북 전단 관련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을 때라 북한의 중대 발표에 관심이 쏠렸죠.

-지라시가 나돈 직후 주무부처 문의 결과 북한의 중대 발표 예고가 없다는 내용의 정보도 유통되더군요. 또한 비슷한 시각, 조선중앙통신의 주요 보도 일정 내용이 공유됐습니다. 중대 발표 보도 일정은 없었습니다. 지라시에 예고된 오후 3시 30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거짓 정보'였던 것입니다.

-별일이 안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거짓 정보를 최초로 유포한 자가 참 밉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긴가민가했거든요. 아직도 이런 허위 정보, 가짜 뉴스가 생산·유포된다는 점은 참 안타깝습니다. 한 기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최초 유포자를) 북송해야 한다고(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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