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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윤미향 논란'과 조국 전 장관의 '고언'

  • 정치 | 2020-05-27 05:00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본인의 책 '보노보 찬가'에서 진보를 향한 지적이 눈에 띈다. 사진은 지난 8일 공판에 출석 중인 조 전 장관. /이동률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본인의 책 '보노보 찬가'에서 진보를 향한 지적이 눈에 띈다. 사진은 지난 8일 공판에 출석 중인 조 전 장관. /이동률 기자

이용수 할머니 향한 진영 논리 비난, 도 넘어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셋째, 인권이 특정 이권추구집단의 구호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이제 인권이라는 단어는 부담 없는 존재가 되었고, 종종 인권은 사적 이권추구의 외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인권은 공동체의 발전, 다른 공동체 구성원과의 연대와 협력 모색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인권운동은 '분열적·이기적·단자적 사익 추구'와 맞서면서 '공동체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의무'(세계인권선언 제29조)를 중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권이란 우리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과 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라는 모토가 인권운동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오히려 인권운동은 불의를 못 참는 데서 출발하는 운동이며 불이익은 나누고 조정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지난 2009년 출판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보노보 찬가'의 일부다. 조 전 장관이 인권운동과 관련해 주장한 글을 꺼낸 건, 정치·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그리고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절절한 기자회견 내용 때문이다.

우리는 이 할머니를 위안부 피해자라고도 하지만, 여성인권운동가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과 정의연으로부터 30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고 최근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등이 올바르게 공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 할머니의 주장을 빌리자면 윤 당선인과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돈을 모은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이 언급한 '종종 인권은 사적 이권추구의 외피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25일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의혹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윤미향 당선인과 관련한 발언 중 울먹이는 모습. /임영무 기자
25일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의혹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윤미향 당선인과 관련한 발언 중 울먹이는 모습. /임영무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 중 벌어진 끔찍한 인권유린이다. 인권 문제가 본질로 일본은 이에 대한 사과와 인정을 우선해야 한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 그리고 이 할머니 역시 전쟁 중 일본의 식민지 여성의 인권유린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했다. 세계적 인권운동 연대는 위안부 문제의 공론화로 일본의 사과를 이끌어 내려 한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분노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 할머니 기자회견 후 일부에서 보이는 태도는 극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의 호소에도 진영 논리와 지역 논리로 접근해 이 할머니를 비난하는 글들이 그렇다.

'이번에 알았다. 위안부 할머니들도 TK출신은 다르다는 것을' '30년 윤미향이 더 대단해 보이는데 돈 줘도 못 할 거 같은데' '한마디로 자기 맘에 안 드니 그러는구나! 윤미향이 아니면 누가 30년 동안 돈 받아 재벌 된다구(고) 그런 일 하겠냐?' '개인비리로 몰지 마세요! 엄연한 수요집회이고 정의연 단체입니다. 30년을 함께 하고서 등 돌리는 건 이용수 할머니잖아요.'

윤미향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의 25일 기자회견 참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본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하는 윤 당선인. /배정한 기자
윤미향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의 25일 기자회견 참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본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하는 윤 당선인. /배정한 기자

이 할머니를 향한 비난이 거센 데는 미래통합당의 윤 당선인에 관한 대응도 한몫하는 것 같다. 과거 보수정당이 위안부 문제를 대했던 태도가 그 저변에 깔려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졸속으로 이뤄진 영향도 있다.

보수정권이 과거 위안부 문제를 대했던 태도 때문으로 이해하면서도 이 할머니를 향한 비난은 '괴물'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앞서 언급한 책 조 전 장관의 보노보 찬가에는 이런 글이 있다. 조 전 장관은 '제1장 '정글자본주의'의 시대, 진보의 길 찾기' 중 '4. 진보의 진보를 위한 고언-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번짐의 미학'을 실천하라'에서 니체의 '선악의 저편'을 인용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 할머니를 향한 일부 진보진영의 비난을 보며 조 전 장관이 진보를 향해 그토록 경고했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조 전 장관은 니체의 글을 인용한 후 "체제를 '괴물'로 규정하고 투쟁하기만 하고 자신을 성찰하지 못 한다면, 어느새 자신 속에 바로 그 '괴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그러면서 "'이 판국에 그런 언동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진보가 죽는 길이다. '적'이 우리를 음해·공격하려고 노리고 있기에 내부자의 중대 과오나 범죄를 묻어버리고 '단결'하자는 논리는 자기 파괴를 가져올 뿐이다. 진보는 불리한 진실도, 불편한 진실도 모두 다 드러내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고언을 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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