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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국민 우습게 본 여야 공천, 표심을 보일 때다

  • 정치 | 2020-03-16 05:00
거대양당의 4·15 총선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인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 '86그룹' 대부분은 경선 없이 공천을 받았다. /남윤호 기자
거대양당의 4·15 총선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인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 '86그룹' 대부분은 경선 없이 공천을 받았다. /남윤호 기자

'그 나물에 그 밥'…여야, 감동·쇄신 안 보인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대대적 '쇄신'을 공언했던 이들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중심으로 한 친문(친문재인) 강세가 두드러졌다. 통합당은 상대적으로 인적쇄신 폭이 컸지만, 막판 공천 갈등이 폭발했다.

민주당 내 주류인 86그룹은 대부분 3~4선을 역임했지만, 이번에도 경선 없이 단수공천으로 본선행이 확정됐다. 이인영 원내대표(3선, 서울 구로갑), 윤호중 사무총장(3선, 경기 구리), 우상호 의원(3선, 서울 서대문갑), 김태년 의원(3선, 경기 성남 수정), 송영길 의원(4선, 인천 계양을), 최재성(4선, 서울 송파을) 등이 대표적이다.

조정식 정책위의장(4선)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은 당초 경선(조 의장·김윤식 전 시흥시장·김봉호 변호사)이 예정돼 있었지만, 당 지도부는 갑자기 "여당 정책위의장이 추경 심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내 경선에 임하기 어려워 단수공천으로 변경한다"고 번복했다. 민주당이 강조해온 시스템 공천은 주류·친문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원내 친문이 다수인 상황에서 대다수가 공천권을 획득하다 보니 현역 교체율은 27% 수준에 그쳤다. 호언장담했던 청년·여성 후보도 20% 수준에 불과하다. 당론과 반하더라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며 친문과 대립각을 세웠던 금태섭 의원은 경선 끝에 신인(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에게 밀려 낙천했다. 초선 현역 의원이 원외 인사에게 패배한 유일한 사례다.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주도했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결정된 사항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재심 요구와 '문빠' 김미균 전략공천(서울 강남병) 등으로 논란이 일자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했다. /배정한 기자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주도했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결정된 사항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재심 요구와 '문빠' 김미균 전략공천(서울 강남병) 등으로 논란이 일자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했다. /배정한 기자

통합당은 상대적으로 현역 교체율, 청년·여성 후보 공천 비율이 민주당보다 높다. 또 계파를 불문하고 인적쇄신을 이뤘으나 막바지에 틀어졌다. 황교안 대표가 최고위회의에서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며 인천 연수을 등 여섯 곳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하면서다. 이에 공관위는 두 곳에 대한 결과를 번복했다. 또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논란이 제기된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서울 강남병 전략공천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막말 논란이 일었던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컷오프에서 회생해 경선 기회를 잡게 됐다. 이에 김 의원 지역에 단수공천을 받았던 민현주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이 황 대표의 말 한마디에 반나절 만에 민 의원 컷오프 공천 결과 뒤집었다"며 "자율권을 주겠다는 황 대표와 독립적으로 공관위를 운영하겠다는 김 위원장은 국민께 한 개혁 공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반발했다.

또한 민 의원은 "공천 번복 결과 통합당은 미래도 없고, 통합도 없는 '도로 친박당'이 됐다"며 "보수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망쳐버린 책임은 황 대표와 공관위에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서울 강남갑(태영호), 강남을(최홍) 전략공천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에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13일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한다"며 직을 내려놓았다. 시작은 좋았으나, 막판으로 갈수록 갈등이 커지면서 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결국 거대양당은 모두 21대 총선을 앞두고 진행한 공천에서 대대적 쇄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동도 없었다.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현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 유권자들은 어디에 한 표를 행사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황 속에서도 옥석을 가려 투표해야 조금이라도 정치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본 거대 양당에 표심을 보일 때가 됐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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