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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빼꼼' 유세 차량 2㎝ 틈에서 발견한 문재인

  • 정치 | 2017-04-19 11:52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전주 전북대 구 정문 앞에서 유세를 펼쳤다. 사진은 유세 차량 아래에서 포착된 연설 중인 문 후보. /전주=윤소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전주 전북대 구 정문 앞에서 유세를 펼쳤다. 사진은 유세 차량 아래에서 포착된 연설 중인 문 후보. /전주=윤소희 기자

[더팩트ㅣ전주=윤소희 기자] '빼꼼'. 좁은 틈 사이로 겨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보였다. 귀로 소리만 들을 게 아니라 눈으로 문 후보의 표정과 몸짓도 살펴야 했는데, 비를 피하고자 옮긴 자리에서는 도저히 문 후보를 볼 수가 없었다. 문 후보가 서 있는 유세 차량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18일, 전국에 비 소식이 있었다. 이날 문 후보는 오후 3시 전주, 6시 광주 일정을 소화했는데, 공교롭게도 전주와 광주에는 문 후보가 방문할 오후 3시와 6시에 비가 내릴 예정이었다.

문 후보가 오기 전 전북대학교 구 정문 앞 유세 차량 근처에는 파란 옷을 입은 지지자들과 시험 기간을 맞은 대학생들이 가득했다. 그 무리 가장 앞에 자리를 잡고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어두컴컴해지는 하늘이 조금 불안했지만, 부디 문 후보가 왔을 때 비가 내리지 안기를 바라며 사회자 말에 집중했다.

김성한 전 기아타이거즈 감독과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전북대 총학생회장 출신 한승진 씨 등이 지지 연설을 이어갔고 비를 머금고 있던 하늘은 한두 방울씩 비를 쏟기 시작했다.

맞을만하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유세 차량을 감싼 인파 속에서 꽃이 피듯 우산이 하나둘씩 펼쳐졌다. 급하게 노트북을 품에 감싸 안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멀리 가면 문 후보의 목소리가 안 들릴 것 같았고, 몰린 사람들을 보니 이동하는 게 쉬워 보이지도 않았다.

기자는 비를 피하기 위해 문재인 후보의 유세 차량 아래 틈에서 취재를 했다. /윤소희 기자
기자는 비를 피하기 위해 문재인 후보의 유세 차량 아래 틈에서 취재를 했다. /윤소희 기자

그때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유세 차량에서 컨테이너를 펼쳐 천장이 생긴 바퀴 쪽의 공간이었다. 사실 그곳으로 이동할 생각을 한 건 전주에 올 때 함께 온 사진 기자 선배로부터 "선거 차 밑에 공간에 들어가니 비도 안 맞고 좋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짐을 챙겨 선거 차량 아래로 들어갔다. 안전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비를 피하는 게 먼저였다.

3시 5분, 문 후보가 유세 차량에 도착했다. 필자가 앉은 곳 바로 위에 스피커가 있는지 문 후보의 말을 받아 적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 후보는 "전북은 100년도 훨씬 전에 '사람이 하늘'이라는 큰 뜻을 실천하고 역사를 만든 곳"이라며 "두 번의 민주정부를 만들고 든든한 힘이 돼준 곳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먼저 나서서 호된 야단으로 깨우쳐주신 곳도 전북"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키워오고 민주주의로 살아온 전북의 마음과 때론 매섭게, 때론 따뜻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전북의 마음이다. 그래서 전북은 내게 늘 고마움이다. 전북의 아들, 딸들이 이력서 주소지를 썼다, 지웠다 하는 일이 더이상 없도록 하겠다. 이들이 '내 고향은 전주요, 익산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하자 함성이 쏟아졌다. 스피커 탓인지 문 후보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쩌렁쩌렁 울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앞 유세현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전주=임영무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앞 유세현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전주=임영무 기자

문 후보의 말은 잘 들리는 데 문제는 막힌 시야탓에 표정과 몸짓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문 후보의 말을 받아 적는 것과 그의 말 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워딩(말을 받아적는 행위)을 멈추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컨테이너 사이에 2㎝ 정도 되는 틈을 발견했다. 각도를 잘 맞추면 문 후보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어쩐지 극적인 앵글 같다는 생각에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딱 세 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문 후보의 말을 받아 적는 데 열중했다.

얼마 뒤 발언을 마친 문 후보는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났다. 비는 그쳤고, 그의 일정을 쫓기 위해 사진 기자 선배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서 기사를 쓸 준비를 하다 조금 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꽤 잘 찍었다. 선배에게 보여주자 "사진 괜찮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진을 업으로 삼은 선배에게 인정받았다는 뿌듯함과 이걸 어떻게 풀까를 고민했다.

그렇다, 이 취재기는 사진의 미적 감각을 인정받아(?) 뿌듯해진 펜 기자의 자랑 섞인 글이다.

heee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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