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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조국 기자간담회는 '트루 맨 쇼(?)'

  • 오피니언 | 2019-09-04 08:1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닌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약 11시간 동안 본인과 관련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닌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약 11시간 동안 본인과 관련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11시간 기자간담회를 보고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나를 막을 생각이라면 차라리 나를 죽여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2일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후 떠올린 건 배우 짐 케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였다. 그리고 트루먼이 했던 위 대사가 생각났다.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를 선택했다.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는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판단, 더불어민주당에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부랴부랴 마련된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그동안 수많은 의혹에 침묵했던 그의 해명을 위한 자리였다.

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진행된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는 다음 날 오전 2시가 지나서야 끝이났다. 약 11시간 가까이 진행된 것이다. 물론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방송, 온라인 등을 통해 생방송 됐다. 조 후보자를 향한 질문은 딸의 입학, 딸의 장학금, 딸의 논문, 웅동학원, 사모펀드 투자 등으로 이미 수없이 많이 보도된 내용이었다.

더욱 날카로운 질문으로 조 후보자를 쩔쩔매게 했다면 좋았겠지만, 자료요청이나 증인신청 등을 통해 교차 검증이 불가한 기자간담회였다는 점에서 분명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이런 탓에 뒷말도 무성했다.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으로 검증 가능한 것인가부터 일방적인 해명, 수준 낮은 기자들의 질문, 앵무새 같은 답변, 모른다, 검찰 수사 중이다 등등.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다.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자료를 찾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자료를 찾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조 후보의 기자간담회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씀'과 다른 언론사 방송을 통해 지켜보았다. 온라인 생방송 화면 옆으로는 실시간 의견들이 수없이 올라왔고, 대부분은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댓글도 마찬가지였다. 특이점이라면 민주당 유튜브 '씀'은 조 후보자의 휴식시간 동안 현역 의원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거나 현장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흡사 오디션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기존 방송과 다른 것에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마치 잘 만들어진 '라이브 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트루먼 쇼'가 떠오른 이유다. 영화에서 트루먼은 태어날 때부터 30살이 될 때까지가 라이브로 방송됐다. 다만, 트루먼은 시청자들이 라이브로 자신을 보고 있음을 몰랐다. 영화와는 반대지만, 조 후보자는 민주당이 잘 만들어 놓은 세트에서 스스로 주연을 자처했다. 그리곤 불특정 다수로부터 질문을 받고, 청문회를 대비해 준비했던 자료들을 꺼내며 이미 준비했던 대본을 틀리지 않으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조 후보자와 민주당은 알고 있었고, 취재진은 몰랐던 상황 말이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인 트루먼이 30년간 살아왔던 세트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장면. /영화 '트루먼 쇼' 스틸 컷 갈무리
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인 트루먼이 30년간 살아왔던 세트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장면. /영화 '트루먼 쇼' 스틸 컷 갈무리

조 후보자는 이 라이브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강남좌파로 살아왔던 그의 삶을 되돌아봤다고 했고, 딸 이야기에서는 눈물을 보였다. 또, 전 제수와 관련해서는 가족의 속 이야기를 꺼냈다.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서는 몰랐다면서 부정이 있었다면 고위공직자재산공개 당시 공개했겠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트루 맨'(True man)이라는 점을 라이브 기자간담회에서 호소한 것이다. '트루먼 쇼' 같으면서 '트루 맨 쇼' 같았다. 기자간담회였지만, 현실은 그의 메소드 연기(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방법)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 '트루 맨' 외침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장담할 수 있는 건 조 후보자는 이번 기자간담회로 지지자들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었다는 점이 아닐까. 이는 민주당의 노림수이기도 했다고 본다.

영화로 돌아가 보자. 트루먼은 30년간 살았던 세트를 벗어나기 위해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다. 그리고 진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마지막 문 앞에 선다. 조 후보자도 트루먼이 그랬던 것처럼 기자간담회라는 배를 타고 자신과 관련한 논란의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인사청문회 법정 시한이 2일 자정으로 끝났다. 그리고 조 후보자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라는 마지막 문 앞에 섰다. 기자간담회(트루 맨 쇼)를 끝으로 사실상 마지막 관문 앞에 선 조 후보자는 영화에서 트루먼의 대사처럼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지 못 한다는 전제 아래 말이다.

"못 볼지도 모르니까 미리 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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