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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이다지도 '바미스러운' 혁신

  • 오피니언 | 2019-07-22 10:12
바른미래당 혁신위의 파행으로 당이 다시금 내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바미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혁신위와 최고위, 계파와 계파간 괴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새롬 기자
바른미래당 혁신위의 파행으로 당이 다시금 내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바미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혁신위와 최고위, 계파와 계파간 괴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새롬 기자

괴리,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대부분 40대 미만의 젊은 청년들로 구성돼 당의 활로를 찾으려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출범 10일 만에 반쪽으로 갈라졌다. 남은 위원들 중 한 명은 정상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고, 지도부는 위원장 재인선에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돌고 돌아 또 같은 곳에 온 기분이었다. 반복되는 갈등 탓에 '바른미래당 처음 출범 당시 기사와 요즘 기사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당 관계자와 주고받던 우스갯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맴돌았다. '바미했다'(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도저도 아닌 결론에 이른다는 정치권 은어)는 말로 당의 상황이 적절하게 설명됐다.

지난 1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반쪽이 된 혁신위원회의 위원장 재신임 여부와 관련해 "혁신위원회가 계속 계파 싸움이고, 당내 권력 투쟁의 연장이라면 이런 혁신위를 계속 해야할까 고민"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 스스로도 혁신위에 배어난 내홍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결국 혁신위가 계파 싸움 대리전이 됐다"며 "과연 혁신위가 어떤 위원장을 선임한다고 해도 혁신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양극단의 대결 정치, 좌우, 보수와 진보를 통합하는 정치를 하자. 거기에 나를 던지자는 것"이라며 퇴진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손 대표가 늘 하던 말이다.

바른미래 창당정신도 같은 맥락에 있다. 창당 합의문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우리 정치의 혁신을 바라보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혁신위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혁신위가 "계파 싸움 대리전이 됐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지도부 체제 공개 검증을 제안하면 계파 싸움인걸까. "모든 안을 수용하겠다"는 지난 날 발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남윤호 기자

해당 문구를 바탕으로 1년 반 남짓 달려온 바른미래당이지만 곳곳에서 여러 가지 '괴리'가 포착됐다. 먼저 '젊은 정치'를 하겠다는 바른미래당의 의지와는 별개로 한국 정치는 '늙은 정치'의 길을 걷고 있다. 당장 당 대표들의 정치 화법을 살펴봐도 '양극단의 정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양당은 서로를 비판하는 언어만을 내놓고 있고, 이러한 전략은 실제로 통한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늙은 정치'가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양극단에 서 있는' 당들과 멀어지긴 했지만 작은 정치권을 재현하듯 서로를 향한 양보 없는 갈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신위와 최고위 사이의 괴리도 있다. 손 대표와 지도부는 "모든 안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혁신위가 1호로 내놓은 지도부 공개검증안을 상정부터 하지 못하게 했다. 40대의 젊은 혁신위원들은 당권파 대 비당권파의 갈등 상황을 뛰어넘지 못한 채 반쪽으로 나뉘었다. 이들 간에도 괴리가 있었던 걸까.

연속된 괴리 속에 의문이 생긴다. 양당체제가 오랫동안 정착해온 한국 정치지형에서 이념을 뛰어넘어 제3지대를 형성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그 의지가 당장 내년 총선에서 직을 유지해야하는 의원들의 간절함보다 더 클 수 있을까. 이상적인 정치와 현실 정치의 '괴리'는 분명하다.

국어사전은 '괴리'의 사전적 의미를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치권 전반에 퍼져 있는 계파와 계파 간 괴리, 이념과 이념의 괴리는 '혁신'을 외치는 젊은 위원들마저도 '바미하게' 만들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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