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대부분 40대 미만의 젊은 청년들로 구성돼 당의 활로를 찾으려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출범 10일 만에 반쪽으로 갈라졌다. 남은 위원들 중 한 명은 정상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고, 지도부는 위원장 재인선에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돌고 돌아 또 같은 곳에 온 기분이었다. 반복되는 갈등 탓에 '바른미래당 처음 출범 당시 기사와 요즘 기사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당 관계자와 주고받던 우스갯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맴돌았다. '바미했다'(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도저도 아닌 결론에 이른다는 정치권 은어)는 말로 당의 상황이 적절하게 설명됐다.
지난 1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반쪽이 된 혁신위원회의 위원장 재신임 여부와 관련해 "혁신위원회가 계속 계파 싸움이고, 당내 권력 투쟁의 연장이라면 이런 혁신위를 계속 해야할까 고민"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 스스로도 혁신위에 배어난 내홍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결국 혁신위가 계파 싸움 대리전이 됐다"며 "과연 혁신위가 어떤 위원장을 선임한다고 해도 혁신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양극단의 대결 정치, 좌우, 보수와 진보를 통합하는 정치를 하자. 거기에 나를 던지자는 것"이라며 퇴진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손 대표가 늘 하던 말이다.
바른미래 창당정신도 같은 맥락에 있다. 창당 합의문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우리 정치의 혁신을 바라보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해당 문구를 바탕으로 1년 반 남짓 달려온 바른미래당이지만 곳곳에서 여러 가지 '괴리'가 포착됐다. 먼저 '젊은 정치'를 하겠다는 바른미래당의 의지와는 별개로 한국 정치는 '늙은 정치'의 길을 걷고 있다. 당장 당 대표들의 정치 화법을 살펴봐도 '양극단의 정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양당은 서로를 비판하는 언어만을 내놓고 있고, 이러한 전략은 실제로 통한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늙은 정치'가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양극단에 서 있는' 당들과 멀어지긴 했지만 작은 정치권을 재현하듯 서로를 향한 양보 없는 갈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신위와 최고위 사이의 괴리도 있다. 손 대표와 지도부는 "모든 안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혁신위가 1호로 내놓은 지도부 공개검증안을 상정부터 하지 못하게 했다. 40대의 젊은 혁신위원들은 당권파 대 비당권파의 갈등 상황을 뛰어넘지 못한 채 반쪽으로 나뉘었다. 이들 간에도 괴리가 있었던 걸까.
연속된 괴리 속에 의문이 생긴다. 양당체제가 오랫동안 정착해온 한국 정치지형에서 이념을 뛰어넘어 제3지대를 형성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그 의지가 당장 내년 총선에서 직을 유지해야하는 의원들의 간절함보다 더 클 수 있을까. 이상적인 정치와 현실 정치의 '괴리'는 분명하다.
국어사전은 '괴리'의 사전적 의미를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치권 전반에 퍼져 있는 계파와 계파 간 괴리, 이념과 이념의 괴리는 '혁신'을 외치는 젊은 위원들마저도 '바미하게' 만들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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