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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청문회로 본 '윤석열'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오피니언 | 2019-07-22 10:12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중립성 확보 등에 대한 강한 소신을 피력하며,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드러난 그의 부적절한 처신과 거짓 해명 논란으로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중립성 확보 등에 대한 강한 소신을 피력하며,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드러난 그의 부적절한 처신과 거짓 해명 논란으로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한 기자

'정치적 중립' 의지 보였지만…'거짓 해명 논란' 등 구설로 흠집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키는 검찰'.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의 이상적 모습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이 되면 이런 검찰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윤 후보자는 "검찰이 국민의 공복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살펴 검찰의 조직과 제도, 체질과 문화를 과감하게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권력 앞에 흔들리고, 스스로에게 관대했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드러난 윤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은 그의 포부가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을 갖게 한다. '검사 윤석열'의 탁월한 수사 능력과 정의감에는 이견이 거의 없지만, 검찰 수장으로서의 자질과 역할에는 의문이 드는 언행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회동이 대표적 예다. 윤 후보자는 지난 2월 양 원장을 만났고, 이날 회동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양 원장을 두 번 사석에서 만났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더불어민주당이 인재영입을 하는 과정에서 양 원장이 윤 후보자에게 출마를 권유한 게 발단이라고 한다. 윤 후보자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후에도 양 원장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이에 윤 후보자는 "(양 원장이) 야인이던 시절 술을 좋아하는 다른 지인들과 함께 한두 번 만났을 뿐 민감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은 지난 대선 직후 해외로 떠났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여전히 그를 문 대통령의 복심이자, 실세로 평가했다.

그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듯 양 원장은 2년 만에 야인생활을 마치고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으로 돌아왔다. 특히 복귀 직후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예방하고, 국정원장을 사석에서 만난데 이어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지자체장들과도 차례로 만났다.

양 원장을 윤 후보자가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여러 차례 만난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물 건너갔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윤 후보자가 문재인 정권에는 충성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또한, 친형제처럼 가깝다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시절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8일 오후 11시 40분께 윤 후보자와 윤 전 서장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의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서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자가 청문회 내내 부인한 '윤석열 부장이 보낸 이남석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도 윤 후보자가 지시했다는 게 본인 육성으로 확인됐다.

다만 윤대진 국장의 직속 후배인 이 변호사가 사건을 맡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변호사를 정해주는 게 소개다. 선임되지는 않았고, 선임에는 관여한 바 없다"면서도 "오해가 있다면 명확하게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권의 실세와 사석에서 만나고, 가까운 지인의 비위 의혹 사건에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 논란을 일으킨 것은 국정원 댓글수사 과정 등에서 보여준 정의로운 검사 윤석열과 어울리지 않는 행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외친 검찰총장 후보자로서도 적절한 언행이라 보기 어렵다.

당장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윤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의 적격성이 증명됐다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섭단체 야2당의 사퇴 촉구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난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의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거짓 해명 논란, 야당의 반대에도 윤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명 강행이 유력하다. 검찰개혁이 추진되고 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검찰총장이 여러 구설을 안고 임기를 시작할 경우 개혁이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후보자의 보다 적극적이고, 진실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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