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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원조 요정' 슈와 '도박 추락', 사랑만큼 아프다

  • 오피니언 | 2019-02-10 09:11
슈는 지난달 24일 법정에 출두한 직후
슈는 지난달 24일 법정에 출두한 직후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대중 앞에 사과했지만, 공항 패션을 방불케 한 옷차림으로 엉뚱한 구설에 올랐다. /남용희 기자

7일 상습도박혐의 2차 공판

[더팩트|강일홍 기자] 도박은 늪이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가볍게 시작해도 그 끝은 파국이다. 더구나 연예인들한테는 더 치명적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그럼에도 도박의 유혹은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 관리를 할 수 있고 금전적인 여유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박에 손을 대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손쉽게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런 환경적 요인을 부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체로 인기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연예계는 생리상 도박의 승부근성과 흡사하다. 무엇보다 부침이 심해 '한방'이 통한다. 아무리 긴 시간 배가 고파도 일단 올라서기만 하면 단번에 위상이 뒤바뀌고 내려다보는 짜릿함이 있다. 또하나는 비교적 큰 단위로 돈을 벌다보니 몇백만 원 쯤은 '푼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폐쇄성으로 일반인과 어울려 평범한 여가를 즐기기 여의치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그동안 수많은 연예인들이 불법 도박이나 도박장 운영, 도박 빚을 갚지 않는 사기 등의 도박 파문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김용만, 김준호, 붐, 신정환, 강병규, 신혜성, 앤디, 양세형, 이상민, 이성진, 이수근, 주병진, 토니 안, 황기순 등이다. 원조격인 황기순은 1997년 필리핀 원정 도박사건에 휘말린 뒤 수십년간 휠체어 나눔봉사 등 각고의 노력과 반성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은 연예계 '단도박'(斷賭博) 상징인물로 언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이 스트레스를 풀 곳을 찾다 음지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도박논란에 휩싸였던 양세형 이수근 김용만 신정환(왼쪽부터). /더팩트 DB
전문가들은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이 스트레스를 풀 곳을 찾다 음지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도박논란에 휩싸였던 양세형 이수근 김용만 신정환(왼쪽부터). /더팩트 DB

◆ 집중 스포트라이트 받는 대중스타, 정신적 스트레스 속 '양지 보다 음지' 의존

신정환은 2005년 국내에서, 2010년에는 해외에서 도박 논란에 휩싸였고,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2011년 귀국 후 체포됐다. 결국 징역 8개월 실형을 받고 복역했지만 뎅기열 거짓 논란 등이 원죄가 돼 번번이 연예계 복귀가 좌절됐다. 김용만도 불법도박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수근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이중 벌금 약식기소 등의 가벼운 처분을 받은 연예인들은 대부분 짧은 자숙만으로 다시 복귀해 활동중이다.

연예인들은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만큼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다. 반면 여러 제약으로 스트레스를 풀 곳이 마땅치 않다. 출구를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양지보다는 음지에 기대는 경향이 없지 않다.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도박에 연루된 주인공들이 모두 남성연예인이란 점이다. 연예계 주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남자연예인들은 대체로 술이나 이성과의 만남에 관심을 갖게 마련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 폐쇄적인 도박쪽에 흥미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황기순은 "벌써 20년이 흐른 과거사임에도 연예계 도박 얘기를 하면 늘 상징적인 인물로 언급되고 있다"면서 "떳떳할 순 없어도 지금 제가 그 얘길 다시 할 수 있는건 도박의 폐해를 누구보다 뼈져리게 느꼈고, 이를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핑계같지만 술을 전혀 못하다보니 쌓인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다"면서 "호기심과 재미로 별 생각없이 시작한게 결국 모든 걸 다 잃고, 바닥으로 추락한 뒤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덧붙였다.

국외 상습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걸그룹 S.E.S 출신 슈(유수영)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국외 상습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걸그룹 S.E.S 출신 슈(유수영)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육아 예능으로 국민적 사랑받은 '원조 요정' S.E.S. 멤버 '도박파문' 재판회부

1세대 걸그룹 S.E.S 출신 슈(37·본명 유수영)의 도박 혐의는 또다른 의미에서 안타까움을 남겼다. 설연휴 직후 첫날(7일) 국외 상습도박 혐의에 대한 2차공판을 앞두고 있는 슈는 작년 6월 서울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두명의 지인한테 6억원 가량의 도박자금을 빌린 사실이 공개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조사과정에서 사기 혐의 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마카오 등 해외에서 약 7억 9000만원 규모의 도박을 한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회부됐다.

슈는 결혼 이후 쌍둥이 두딸과 오버랩 된 선한 엄마 이미지와 상반되는 모습으로 비쳐져 더 충격을 줬다. 불행하게도 그의 도박 연루는 동정보다는 불편한 시선이 우세하다. 법정에 출두한 그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공항 패션을 방불케 한 옷차림으로 엉뚱한 구설에 올랐다. 검은색 정장과 하이힐, 그리고 이에 걸맞는 세련된 핑크색 네일아트가 유독 눈에 띄었다. 입으로만 반성하는게 아니냐는 진정성을 의심받은 이유다.

대중의 관심과 시선은 확실히 이중적이다. 변덕도 심하다. 아무리 박수와 격려를 보냈어도 어느 순간 태도를 바꾸고 지지를 철회한다. 도박이든 마약이든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일단 연루되면 치러야할 대가는 치명적이다. 모두 다 갖고 누릴 수만은 없는 법, 대중스타라는 직업적 특수성이 되레 독(毒)이 되고 부메랑이 된 셈이다. 연예계에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신데렐라들이 수두룩하지만 '원조 요정' 슈의 추락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아프다.

eel@tf.co.kr

국외 상습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걸그룹 S.E.S 출신 슈(유수영)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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