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배우 하정우(36)는 쉴 틈 없이 활동한다. 잠시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영화 촬영을 하고 있고 영화 촬영 후에는 개봉 전 홍보 활동에 매진한다. 최근엔 감독으로 변신해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 매혈기'를 촬영하고 있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감독 윤종빈, 개봉 7월 23일) 개봉과 '허삼관 매혈기' '암살'(감독 최동훈)' 촬영을 차례로 마치면서 올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군도' 시사회 후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하정우를 마주했다. '허삼관 매혈기' 촬영 때문에 홍보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없었던 그는 이틀 동안 몇 시간을 연이어 릴레이 인터뷰를 하며 기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하정우에게선 피곤한 기색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한 시간이 모자라 아쉬움이 가득했던 그와의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 '군도'에서 새로운 하정우를 찾아라!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탐욕에 눈먼 양반들에게 묵직한 칼을 휘두르는 의적무리 속 도치 역을 맡았다. '군도'에서 하정우가 맡은 분야는 코미디. 그의 말대로 영화 속에서 하정우는 관객을 웃기고 또 웃긴다. 어딘가 모자란 듯 어리숙한 도치 역을 소화한 그에게 "첫 등장 장면부터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외모를 망쳐놨다"고 하자 웃기부터 한다. 중요한 사실, 그것이 노림수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면 각자 맡은 분야가 있잖아요? 담당이 있는데 저는 이번엔 코미디를 맡았어요.(웃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싶었죠. 전작인 '추격자' '황해' '베를린' 등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죠. 오히려 제가 그런 역할을 계속 했기 때문에 도치의 가볍고 코믹한 요소가 더 반전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하정우가 영화를 위해 직접 머리를 민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촬영 내내 스킨헤드를 유지하려고 직접 면도칼을 들고 머리를 밀었고 꼭 필요한 행사 외에는 바깥 활동도 자제했다. 영화 속 '히든카드'였던 하정우의 민머리를 감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수 매일 머리를 밀어야 하는 민머리가 쉬웠을까. 하정우는 머리에 털이 하나도 없는 스킨헤드는 태양 에너지를 가득 받아 밤에 무척이나 고생스럽다며 후일담을 털어놔 기자들의 배꼽을 빠뜨린다.
"(외모에서) 이미 포기를 많이 했죠. 시원하게 (저를) 낮추고 코미디만 담당했어요. 제가 머리를 밀어보니 머리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매우 크더라고요. 마치 태양열 에너지의 원리처럼 낮에는 머리가 태양 빛을 가득 담아요. 그리고 밤에 열을 내뿜죠.(웃음) 촬영할 때는 머리에 선크림도 바르고 메이크업도 발랐는데…. 민머리 때문에 사실 고생을 엄청 많이 했어요."
하정우가 만든 도적 도치. 도적이라고 하기엔 다소 어리바리하다. 초점 없는 눈빛과 건들건들한 걸음걸이, 익살스러운 표정 등 기대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와 썩 잘 어울린다. 다른 작품 속 여러 캐릭터와 흑인 스타일을 더했다는 그는, 윤종빈 감독의 평소 스타일을 도치에 가져왔다고 한다. "윤종빈 감독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느냐"고 하자 하정우는 묘한 웃음을 짓는다.
"도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어떻게 잡았다고는 했는데 윤 감독에게 '너를 모티브로 했다'고 말을 하진 않았어요. 첫 촬영 때 '깜짝' 하고 보여주고 싶었죠.(웃음) 사실 하정우의 코미디에 대해서 많이 기대하지 않았는지 현장 스태프들이 기대하지 않는 눈치더라고요. 평소 윤종빈 감독이 짓는 표정이 있는데 그것을 좀 더 극대화해서 표현했어요. 도치 캐릭터는 개그맨 윤택 씨와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속 잭 스패로우 등을 참고했어요. 도치가 다소 어눌하게 걷는데 이는 흑인 스타일을 많이 가져왔어요. (평소에 캐릭터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 제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생각 하는 여러 영화 속 캐릭터를 많이 봐요. 완전히 새롭게 창조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캐릭터를 '하정우화'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편이죠."

민머리, 코믹한 캐릭터와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말타기다. 하정우는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미 말을 타다 떨어진 트라우마가 있어 영화 촬영에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군도' 속에선 어땠을까. 앞으로 말 타는 연기를 또 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하정우는 말(馬)에 대한 말(言)을 아낀다.
"현장에 말이 3~40마리가 현장에 오면 통제가 안 돼서 미친 듯이 뛰어요. 도망가는 말도 있어서 다음 날 찾고 그랬어요.(웃음) 말은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라 말이 촬영장에 오면 그 순간 일동 긴장해요. 작은 소리에도 크게 반응해서 날뛰죠. (말타기는 어땠나?) 저는 일단 말에 대한 두려움부터 벗어났어야 하니까요.(웃음) 심리치료를 받는 일부터 시작했죠. 저는 괜찮았는데 이경영 조진웅 이성민 선배가 말을 타다가 떨어졌고, 특히 윤지혜는 굉장히 큰 부상을 당했어요. 저는 다행이었죠. (앞으로 말타기 연기는 수월하게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선 사실 정확하게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하하"

◆ 윤종빈 감독과 네 번째, 비로소 '첫 번째 배우'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은 벌써 네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와 '비스티 보이즈'(2008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년)에 이어서다. 윤종빈 감독과 함께한 '동지'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의 요청에 흔쾌히 활극에 동참을 결정했다. 이들의 시너지는 작품평이든 관객 수든 항상 좋은 쪽으로 평가가 나온다. 많은 이가 '군도'에 대해 큰 기대를 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정우 눈에 윤종빈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네 작품을 함께하면서 이번에 더 강한 신뢰감이 생긴 것 같아요. ('군도'에 출연하면서 어떤 각오를 했는지?) 제가 윤 감독을 돕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물론 영화 자체도 좋았고 캐릭터도 재미있었지만, 그동안 제가 작품을 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윤 감독의 도움이 컸거든요. 도움을 주고 싶었고, 그런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윤종빈 감독의 작품의 특성은 첫 번째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보다 두 번째 배우가 더 빛난다는 것.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윤계상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는 최민식이 주연이었지만 돋보였던 사람은 언제나 하정우였다. 하지만 이번엔 정반대다. 첫 번째 타이틀롤을 맡은 하정우보다 두 번째 주연인 강동원이 유난히 눈에 띈다. 오죽하면 '군도'는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이라는 평을 할까. 하정우도 이를 이해했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윤종빈 감독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극을 이끌어 가는 사람 옆에 있는 배우가 훨씬 돋보이죠. 제가 그래서 전편에서 후광을 얻었죠. '군도'에서 역시 도치가 이끌어가는데 옆에 있는 조윤이 훨씬 돋보여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느꼈고 오히려 노림수였어요. '강동원, 4년 만에 복귀 제대로 하는구나' 싶었죠. 하하"

아직 '군도'는 개봉조차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호흡이 다시 한 번 궁금하다. 네 번 했는데 다섯 번 하지 못할까. 혹시 이후에도 호흡을 맞출 의향이 있느냐고 하자 "당연하다"면서 "개런티가 맞으면"이라고 농을 던진다.
"윤 감독이 여러 작품을 구상하긴 하는데 '군도' 이후에 좀 쉰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아이도 낳아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작품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러 번 했다고 안할 이유는 없어요. 다섯 번째 호흡은 아마 개런티가 맞으면요? 하하하"

◆ 배우 아닌 '감독' 하정우
인터뷰 내내 넉살 좋은 웃음을 짓는 하정우는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허삼관 매혈기'를 촬영하러 지방으로 간다고 했다. 많은 이가 알다시피 그는 지난해 '롤러코스터'로 감독 데뷔를 마쳤으며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 매혈기'로 감독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자 한다. 배우이자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하정우는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듯하다.
"정말 지금 미친 듯이 찍고 있어요.(웃음) 이제 19회차 정도 찍었는데 다음 달까지 '허삼관 매혈기' 촬영을 마무리해야 이후 9월부터 '암살'에 합류할 수 있어요. (미친 듯이 찍기만 하려면 준비 기간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엄청 오래 준비했죠. (현장에선 어떤가?) 제가 배우이자 감독이니 제가 찍고 제가 '컷'을 해요.(웃음) 처음에는 스태프들도 적응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적응했어요. 하지원 씨도 많이 적응했고요."
감독이 된 하정우 기대해 봐도 될까. "글쎄요. 과한 기대는….(웃음) 감독은 뇌 기능이 정지되는 것 같은 순간도 있고, 예전에 내가 감독들의 능력에 의문을 품었던 행동들을 따라 하고 있어요. 정말 어려운 도전 같아요."
꾸준한 활동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하정우.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믿고 보는 감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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