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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손보 '첫날부터 입원비 보험' 인기 상품, 무직자는 강제해지 대상?





AIG손해보험 '첫날부터 입원비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무직자 강제해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광고 화면 캡처
AIG손해보험 '첫날부터 입원비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무직자 강제해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광고 화면 캡처

[ 오세희 기자] 몇 년 전 AIG손해보험(이하 AIG손보)의 입원비 보험에 가입했던 김모(32)씨는 최근 AIG손보로부터 강제해지 통보를 받았다. 허리 부상으로 일할 수 없게 돼 AIG손보에 이를 고지하자 하루 만에 보험을 강제해지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 씨는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보험비를 냈는데 갑자기 무직자가 됐다는 이유로 해지 통보를 받았다. 아프고 돈이 없을 때 보험이 필요한 것 아니냐. 직업이 없어졌다고 하나 있는 보험을 해지하다니 어이가 없다. 정작 필요할 때는 보험을 사용할 수 없다니 억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무직자면 보험 강제해지 대상?

최근 AIG손보 '첫날부터 입원비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무직자 강제해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07년 출시 후 '질병·상해 모두 입원 첫날부터 매일 6만원 현금 지급'이라는 대대적 광고를 했던 AIG손보의 입원비 보험은 입원비 지급 금액이 많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상품은 독감은 물론 질병 입원비를 지원해 줘 하루 가입 고객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상품이다. 그런데 가입자가 보험 가입 당시 직장을 갖고 있었지만, 무직자가 됐을 경우에는 AIG손보에서 보험 강제해지를 통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보험 상품은 판매가 중단됐고, AIG손보는 올해부터 '무배당 슈퍼 큰병 이기는 보험'을 판매 중이다.

AIG손보 약관 '계약 후 알릴 의무' 사항을 살펴보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는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는 등의 경우를 포함)하거나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할 때 지체없이 회사에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제한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지만, 강제해지 사유라는 내용은 약관에 설명돼 있지 않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난데없는 강제해지에 황당해하고 있다. 한 가입자는 "그동안 2만원 가까운 보험금을 밀리지 않고 내왔다. 갑자기 실직하게 됐는데 그동안 차근히 내왔던 보험이 해지되다니 말이 안 된다. 해지되면 보험금도 받지 못한다. 가입할 때도 무직자가 되면 강제해지 될 수 있다는 내용은 말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유직자가 무직자가 되면 보험금을 올리거나 보험지급 금액을 낮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에서는 직업에 따라 등급별로 차등을 두기 때문에 가입자 직업이 변경되면 변화는 있다. 하지만 무직자에서 언제 또 유직자가 될지 모르고, 기준이 애매해 가입을 해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는 약관을 통해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될 때 지체없이 회사에 알릴 의무가 있다. 알리지 않을 경우 보험금 지급에 제한을 받는다고 정해놓고 있다./AIG손해보험 홈페이지 캡처
보험사는 약관을 통해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될 때 지체없이 회사에 알릴 의무가 있다. 알리지 않을 경우 보험금 지급에 제한을 받는다고 정해놓고 있다./AIG손해보험 홈페이지 캡처

◆ 강제해지는 보험사 재량?

하지만 AIG손보 측은 해당 상품은 기본적으로 50세 이하 무직자는 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강제해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G손보 관계자는 "무직자는 입원비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61세 이상 무직자는 가입이 가능하지만, 상품에 따라 가입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직자로 변경됐다고 해서 모든 가입자가 강제해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AIG손보 관계자는 "여성은 무직자라고 하더라도 위험도가 낮아서 해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은 위험요소가 높고, 손해율이 높아진다고 책정되기 때문에 가입해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G손보에서 얘기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불만이 적지않다. AIG손보는 직업 변경 고지를 하면 1차 해당 부서의 인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고 말했지만, 기준은 "알려줄 수 없다"고 잘랐다.

고객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 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이 부분은 보험사의 재량이라는 설명이다. AIG손보는 가입자가 무직자가 됐을 때 '통지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법에 따르면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알면서 그 통지의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안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계약해지는 가입자가 통지의무를 위반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된다. 법적으로 강제해지는 보험사의 권한이다. 다만 소비자가 이를 두고 금감원에 민원 접수를 했을 때에는 정당한 계약해지 사유인지 금감원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가입만 중요, 민원은 무시하는 AIG?

결국 소비자들은 피해만 볼 뿐 하소연할 데도 없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AIG손보가 소비자의 권리는 챙겨주지 않고,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AIG손보는 무직자 강제해지 사유뿐만 아니라 민원이 가장 많은 보험사로 꼽힌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손보업권 가입자 10만건 당 민원발생 순위에서 AIG손보가 평균 26.5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부지급률도 가장 높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은 부지급금이 3119억원 중 13개 손보사의 보험금 부지급금은 2945억원이다. 그 중 AIG손보 부지급률은 4.63%로 2위인 삼성화재(2.76%), 메리츠화재(2.49%)에 비해서도 높은 부지급률을 보였다.

금감원 평가에서는 7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 처리한 AIG손보의 민원 건수는 2009년 404건에서 지난해 825건으로 두배로 늘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모든 보험사는 각기 다른 인수지침을 갖고 있다. 무직자가 되면 손해율이 높기 때문에 보험사가 위험 등급으로 분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입할 때 무직자였던 것이 아니고, 이후의 문제인데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최근 경기도 좋지 않은데 보험사는 손해를 덜 보고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손해를 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나쁜 논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한국손해사정사회 관계자는 "약관에 지정된 사항이 변경되면 보험사는 법률상 보험료를 올리거나 계약을 해지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항이 구체적으로 없다면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불리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보험사의 포괄적 규정은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 있어 명확한 고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ehee1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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