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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사람들] 해태 골수팬 등장? "농구 유니폼, 속옷 같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농구장을 찾은 이영민씨 / 신원엽 기자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농구장을 찾은 이영민씨 / 신원엽 기자

[안양=신원엽 기자] 지난주 '농구장★사람들'에서는 KBL(한국농구연맹) 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산' 신선우 전 서울 SK 감독의 이야기를 다뤘다.(▶관련기사 보기)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예리한 눈빛과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신 위원장에게서 농구를 향한 '영원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주 주인공은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의 전신)의 유니폼을 입고 농구장을 지킨 이영민(32)씨다. 경기 시작 약 1시간 30분 전, 독특한(?) 복장을 입은 이 씨가 눈에 띄었다. 플레이오프를 맞아 새로 온 응원 단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야구장이 아닌 농구장에서 붉은색 해태 유니폼을 입고 단상에 오를 리 만무했다. 유니폼 상하의에 모자까지 갖춘 그의 사연이 궁금했다. <더팩트>은 지난 20일 안양 KGC가 부산 KT를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5-61로 이기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예고한 안양체육관에서 이 씨를 만났다.

- 특이하게 해태 유니폼을 입고 계시군요.
목동 구장에서 바로 이곳으로 왔어요.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KIA와 SK의 프로야구 시범경기 시간대와 겹쳐 오지 못했는데 오늘 넥센과 경기는 약 4시쯤 끝났거든요. 그래도 프로농구 정규 시즌에는 KGC 경기를 자주 보러 왔어요. 그때 역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방문했고요.

- 농구장에서 야구 유니폼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농구보다 야구가 더 좋은데 어떡해요.(웃음) 솔직히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농구 유니폼은 집에 한 벌도 없는데 타이거즈 유니폼은 해태 시절부터 KIA 때까지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대부분 다 있어요. 농구 유니폼은 속옷 같아서 못 사겠더라고요.(웃음) 밖에 입고 다니기 괜히 민망할 것 같기도 해요. 농구 볼 때도 야구 생각이 많이 나긴 하지만, 두 종목 모두 좋아해요.

- 타이거즈 골수 팬이시군요.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코치의 '귀향'이 무척 반갑겠어요.
그럼요. 다른 타이거즈 팬들도 엄청 반기는 분위기죠. 그동안 타이거즈는 KIA라는 이름으로 다른 색깔을 냈는데 두 분이 오면서 팀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해태 시절 생각이 많이 나네요. 당시 유격수로 활약하던 이종범 선수가 여전히 가장 좋아요.

- 그렇다면 농구에는 어떤 매력을 느끼시나요.
겨울 스포츠만의 매력이 있어요. 3점 슈터들이 던지는 시원한 슛만 봐도 기분이 정말 좋아지죠. KGC에서는 오세근 선수를 좋아하는데요, 일단 잘해요.(웃음) 자기 몫을 묵묵히 잘 소화하고요. 그런데 제가 소아마비 장애를 겪고 있어서 농구의 매력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 참 아쉽네요.





▲마치 감독 같은 자세로 경기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이씨.
▲마치 감독 같은 자세로 경기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이씨.

- 소아마비 장애가 있으시다고요? 정말 몰랐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았어요. 2급 판정을 받았고요. 초등학교 3~4학년 때 다리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경기장에 올 수가 없었죠. TV로 경기를 보면서 한번쯤 가 보고 싶다고만 생각할 뿐이었어요. 수술 후 홀로 야구장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해태 시절부터 응원하다가 만난 형님들과 같이 즐기고 있어요. 그 형님들이 농구를 안 좋아해서 농구장엔 혼자 오지만요.(웃음)

- 스포츠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 같네요.
그럼요. 무척 좋아해요. 스포츠는 가식적인 게 없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 주죠.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재미를 위해 상황을 연출하잖아요. 경기장에 와서 선수들의 화끈한 플레이를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아요.(야구 경기 조작 때 마음이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화도 많이 났죠. 경기 조작을 벌인 선수들이 안타깝기도 했고요. 한편으로는 우리 팀(KIA) 선수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 다행스럽더라고요. 우리 팀 선수였으면 엄청 실망했을 거예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농구장★사람들' 공식 질문! 당신에게 농구란?
농구는 야구와 더불어 그냥 제 삶이에요. 제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취직이 어려운데요, 경기를 보다 보면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루빨리 일자리를 얻어서 열심히 일하는 게 제 꿈이에요. 아직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생활하고 있거든요. 정말 죄송하죠. 돈 많이 벌어서 성격 좋은 여자와 결혼할 거예요.(웃음)

하루 종일 경기를 보다 보니 끼니도 걸렀다는 이씨는 야구장과 농구장에 있을 때는 배고픔도 못 느낀단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예정인데, 그때 밥을 먹으면 된다며 웃어 보였다. KIA와 KGC의 응원을 맡고 있는 김주일(35) 응원단장은 "이 친구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열정이 정말 대단한 친구다. 열정 외 다른 단어를 덧붙여 그를 표현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며 이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 주 농구장을 빛낼 사람은 또 누구일까.

<글·사진 = 신원엽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wannabe2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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