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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북 군산 모 중학생들, 장애학생 집단 가혹행위…담임은 알고도 '쉬쉬'

  • 전국 | 2020-11-23 15:26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달 중증 장애를 앓는 학생들 상대로 집단 괴롭힘이 발생해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달 중증 장애를 앓는 학생들 상대로 집단 괴롭힘이 발생해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장애학생 집단 가혹행위 목격한 교사, 피해학생 부모에게 닷새 동안 숨겨

[더팩트 | 군산=이경민 기자]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중증 장애를 앓는 남자 중학생이 또래 청소년과 선배 등에게 집단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담임 교사가 목격하고도 닷새 동안 부모에게 숨긴 것으로 드러나 전북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피해 중학생은 이들이 수개월 동안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하고 큰절을 시키는 등 가혹행위와 함께 집단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교측과 가해 학생들은 집단폭행 부분은 부인하고 있어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전북교육청과 교육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낮 12시 50분께 군산 한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지적장애 2급인 A(14) 군이 B(14)군 등 13명에게 둘러싸여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담임교사가 목격했다.

당시 B 군 등은 A 군을 에워싸고 그의 어눌한 말투를 흉내내면서 생명수라는 물을 강제로 먹이고, 큰절을 시키거나,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의 행위를 강제로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가혹행위를 목격한 담임교사와 학교 측은 A 군이 보살핌이 필요한 장애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A 군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숨겼고, A 군 아버지는 닷새가 지나서야 다른 교사를 통해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달받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A 군은 가해 학생들과 분리조차 안 됐으며, 그동안 가혹행위로 인해 후유증으로 틱까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닷새 후 연락을 받고 A 군 아버지는 부랴부랴 학교로 찾아갔지만, 기다리는 것은 학교 측의 수상한 대처와 가해 학생 부모의 당당한 태도였다.

A 군 아버지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학교에 도착하니 가해 학생 부모가 먼저 교사와 상담을 진행하고 나오더니, 사과도 없이 너무나 당당하게 ‘애들 일이니 잘 해결하자’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사건 발생 5일 후에 연락을 준 것도 모자라 가해 학부모에게 먼저 연락한 학교 측의 대응도 너무나 좌절감을 준다"며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의 진술도 알려주지 않았으며, 우리 아이가 당한 피해 사실도 자세히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부모에게 닷새 동안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다. 그것에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집단 폭행이나 몇몇 아이로부터 꾸준히 폭행을 당했다는 A 군의 주장은 우리 학교 측에서 조사한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폭행은 B 군이 팽이를 돌릴 때 A 군이 인근에 있어서 얼굴과 어깨 등을 맞은 것이다"면서 "괴롭힘의 경우도 꾸준히 한 아이들도 있지만 방관 또는 구경하거나 가끔씩 한 두번 시킨 애들이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해서는 심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A 군 아버지는 "학교 측은 사과도 없이 무엇이 무서워서 숨기는지, 반 전체가 집단 괴롭힘에 동참한 만큼 그들의 주장이 아닌 우리 아이의 진술을 토대로 제대로 된 진상조사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집단 폭행을 당한 장애학생 부모의 호소문(전문)

자기방어능력이 거의 없는 우리 아이를 상대로 같은 학급의 학생들 8명 모두, 그리고 3학년 남학생 4명과 여학생 1명 이렇게 13명이 매일같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집단 학교폭력을 가했습니다.

이 글을 거의 일주일에 걸쳐서 작성하면서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나옵니다.

위에 기술한 일들이 벌어질 때 같은 학급의 학생들 중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선생님들께 알려준 사람도 없었습니다. 3학년들이 2학년 교실에 와서 우리 아이에게 이러한 행위를 시키며 웃었고, 2학년 학생들이 우리 아이를 3학년 교실로 끌고 가서 이러한 행위를 시키며 웃어댔습니다.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우리 아이를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우리 아이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것도 매일같이 학년초 담임교사에게 소개하는 글을 적어낼 때에도 상담을 할 때에도 보호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아무 일 없이 학교만 잘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적어내고 말을 합니다. 우리 아이는 뇌전증(간질)도 있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간질약을 먹고 거품을 물고 쓰러진 적도 4번이나 있었다고 분명히 말을 했습니다.

집단 괴롭힘과 폭행이 발생한 2학년 교실은 보건실을 사이에 두고 교무실 옆에 있습니다. 교무실과 멀지 않은 2학년 교실에서 매일같이 집단적인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앉아, 일어서, 팔굽혀펴기, 큰절하기, 모야모야라는 율동, "하지 않으면 엄마한테 이른다, 아빠한테 이른다, 선생님한테 이른다"는 협박, 발로 차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손으로 뺨을 때리고 팔과 어깨 등을 때리고, 하지만 진상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명수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물을 먹여 놓고 우리 아이에게 물먹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매일 때렸던 J 군은 팽이채를 돌리다가 우리 아이가 옆에 있어 맞은 것이라고 합니다. 앉아, 일어서는 우리 아이를 바른 자세로 앉히려고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우리 아이의 말을 한 번쯤은 들어주고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로부터 파악한 인원이 13명이지 더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9일 학교전담경찰관이 학교에 방문했을 때 왜 학교에서는 8명이라고 이야기했는지 궁금합니다. 경찰관에게서 이야기 들어보니까 학교에서는 8명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신속한 연락을 안 했는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왜 10월 28일에 목격을 하고 저희에게 11월 2일에 연락을 했으며, 가해자 부모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였나 지금도 의문입니다. 정확하게 진상 파악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확한 진상파악이 되고 가해관련행위가 명백해지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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