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된 30대 여성 A씨는 최근 큰 충격에 빠졌다.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부부관계는 뒷전이고 밤마다 음란물 동영상에 푹 빠져 지내기 때문.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싶어 “음란물 좀 그만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더니 도리어 발뺌을 하며 큰소리를 쳤다는 것. 어쩌다가 오붓한 분위기를 연출 해보려고 해도 남편이 발기가 잘 안 돼 실패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러다가 결국 자신과의 관계에는 관심과 흥미를 아예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는 A씨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란물 중독은 청소년의 문제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인터넷 상 성적이고 불건전한 키워드의 검색이나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사이트의 열람은 성인 인증 절차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음란물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무수히 개발되어 있는 상태. 그렇지만 문제는 더 이상 청소년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성인들에게도 청소년 못지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한국성서대 김성 교수는 “음란물 중독 사이클은 가속도가 붙는다.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을 찾게 되므로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는 불감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A씨의 사례처럼 음란물 중독은 원만한 부부관계 지속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심지어 배우자에게 스와핑 등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하여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것.
또한 이는 성기능 장애의 발현으로 더욱 심각해진다고 한다. 음란물 속 이상적인 성적 모델에 심취하게 됨에 따라 자위 시 발기 강직도는 정상이나, 막상 배우자와의 관계에는 발기 장애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 이로 인해 점차 자위행위에 몰두하면서 배우자와의 애정이 동반된 성관계에 대한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는 “문제는 발기부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배우자와의 관계로 인한 만족도가 점차 떨어지면서 사정이 지연되거나 아예 되지 않는 ‘지루증’ 또한 초래할 위험이 크다. 질 내 압력에 의한 성적 극치감이 자신의 자위행위 압력에 못 미치는 것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루증은 적절한 치료 없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늦은 밤 오랜 시간의 음란물 감상으로 인한 피로누적과 수면부족, 시력저하 등으로 학교나 직장 등에서의 생활리듬을 깨뜨리기 일쑤라고 한다. 최악의 경우, 관음증이나 노출증 등 이상 성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몰카 촬영이나 성폭행 등 음란물 속 행위를 모방, 시도하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아동 성폭력 사건을 일으킨 성인들 대다수가 음란물 중독자인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음란물 중독에 대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화상담. 일단 전화 상담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본인이 음란물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이므로 상당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운동 등 부부간 함께할 수 있는 건전한 취미로 관심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더불어 니코틴이나 알코올 중독과 마찬가지로 인지행동 치료가 동원될 수 있다. 인지행동 치료란 음란물 시청 중 불쾌하거나 역한 냄새를 풍기거나 미세한 전기 자극을 흘리는 등 뇌에서 음란물을 보는 행위를 인위적으로 나쁜 기억으로 저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약물치료도 드물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성적인 욕구가 지나친 경우 성욕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특정 약물로 적절히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 쾌락을 담당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과다한 경우 중독에 잘 빠지는 경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낮추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담배를 끊으려고 하면 금단증상이 나타나듯이 음란물 중독도 단번에 끊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더군다나 자신이 음란물 중독에 빠졌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음란물 중독이 본인의 가정과 사회생활의 파탄은 물론 실질적인 질환으로까지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다음 항목 중 2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음란물 중독으로 간주하고 상담이 필요하다. 상담 시 보다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통해 중독을 점검하게 된다.
01. 음란물을 자주 접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02. 음란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03. 음란물 때문에 자위행위가 늘었다.
04. 음란물에서 본 장면이 가끔 떠오른다.
05. 음란물을 본 후 집중력이 감소했다.
06. 음란물을 본 후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07. 음란물의 장면을 모방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08. 음란물을 보기 위해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09. 많은 양의 음란물이 저장되어 있다.
10. 음란물을 본 후 이성이 성적 대상으로 보인다.
(자료제공: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http://www.computerlife.org)
도움말 = 한국성서대 김성 교수,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더팩트 헬스메디 이주현 기자 webmaster@healthmed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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