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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코로나 백신 '수급 차질', 책임 공방 할 때가 아니다

  • 사회 | 2020-12-22 15:23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K방역’ 의존, 정부도 문제지만 야당도 책임...해결 방안 위해 총력 필요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서경(書經)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다. 중국 고대국가들의 정사(政事)에 관한 문서를 공자가 정리 편찬했다고 전해진다. 당시의 정치철학을 구체적으로 남긴 최고의 자료라는 평가다.

시경 열명(說命)편에는 은(殷)나라 고종(高宗)시절 부열(傅說)이란 재상(宰相)이 백성을 위한 정사(政事)를 펴기 위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에 대한 대목이 처음 등장한다.

처선이동 동유궐시 긍기능 상궐공 유사사 급기유비유비무환(處善以動 動有厥時 矜其能 喪厥功 惟事事 及其有備有備無患). "생각이 옳으면 행동으로 옮기되 시기에 맞게 하십시오. 잘된 것만 자랑하면 그 공을 잃게 됩니다. 모든 일은 다 갖춘 것이 있는 법이니 그래야만 근심이 없게 됩니다."

오늘날 코로나19 사태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뭔가 떠올리게 하는 의미있는 대목이다. 특히 방역에 대해 우리의 처지를 경계하는 문구 같다.

정세균 총리는 20일 백신 접종과 관련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르면 2월, 늦어도 3월에는 접종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접종이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새해 1분기 접종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새해 1분기 접종 가능성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정 총리는 그날 한 방송에서 "화이자·얀센·모더나 등의 백신을 (내년) 1분기에 접종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없다. 해당 업체들과 계약이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도 21일 코로나 사태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2∼3월 국내에 들어오는 게 확실하다"며 "(정부의) 진행 과정을 신뢰해달라"고 당부했다. 백신이 제때 도입되는지 질문이 반복해서 쏟아지자 정부를 믿어달라고 답한 것이다.

정부는 그간 누누이 2~3월에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코로나 백신이 언제 실제로 들어오는지,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자 복지부도 별도로 "믿어달라"며 호소까지 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백신 관련으로 바닥까지 추락했다. 백신 도입 시점과 물량을 둘러싸고 정부의 말 바꾸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4400만명분의 코로나 해외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구매 계약이 마무리 것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1000만 명분뿐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내년 중순에나 미국 FDA 사용 승인을 얻을 것으로 보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먼저 사용 승인을 내고 접종을 시작할 것 같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90%가 넘는 예방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국화이자 제약 건물.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90%가 넘는 예방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국화이자 제약 건물.

1분기 중 언제 접종이 시작될 지는 불투명하다. 추가로 공급할 것이라는 화이자 등 3곳과 는 언제 계약이 될지 모른다. 올해 안에 벌써 30개국 이상에서 화이자⋅모더나 등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을 접종하지만 우리는 모르는 상황이다.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는 지난 7월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돌이켜 보면 일장춘몽이 따로 없다. 한때 잘 나가던 ‘K방역’에 지나치게 의존, 중장기 대책 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백신 확보 지연 문제를 지적하면서 참모들과 내각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근들어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이어가며 방역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과 병상 확충 문제에 ‘백신 공백’까지 덮치면서 국민적 비판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백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당시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많지 않아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패착으로 보인다.

TF를 구성했던 지난 7월도 백신 대책은 늦었던 상황이었다. 우리가 ‘K-방역’을 홍보하며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릴 때 미국 백악관은 두 달 전인 5월 중순에 코로나 백신 개발과 확보를 전담하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는 팀을 출범시켰다.

지난 8월 초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은 계약 체결을 끝낸 백신만도 13억회 분이나 됐다.당시 한국은 '0'. 유수의 다국적 기업보다 조금 뒤지지만 백신개발 역량이 충분하다는 자만심도 화를 재촉했다. 국산 백신을 개발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등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나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현재 ‘백신 선진국’들의 코로나19 상황은 발생초부터 우리보다 심각했다. 때문에 처음부터 긴급성 때문에 ‘방역보다 백신’이라는 전략으로 다국적 제약사에 백신 개발비를 미리 댔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의 백신 전략 실패가 이해되고 용서되는 건 아니다. 정부가 단기 대처에 집중했을 뿐 중장기 전략이 전무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 ‘백신 공백’에서 오는 국민적 불안감도 배려하지 못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임을 알면서 백신을 미리 확보해 집단면역을 완성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백신 전략에 대한 안이한 자세와 복지부동은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야당은 한술 더 뜬다. 대통령에게 직접 백신 문제에 대한 해결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비판에 열만 올린다.

22일 열린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평가를 둘러싼 정쟁의 장으로 만들었다.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민간전문가들 중심으로 올 초 부터 백신 수급 문제는 언급되어 왔고 경고가 있었다. 그때는 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는지. 누가 야당의 입을 막았나?

코로나19 사태는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의 감소가 이슈였다면 지금부터는 백신 접종이다. ‘백신 후진국’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현실이 될지 모른다.

백신 접종을 받지 않으면 모든 활동에서 제약을 받는 시대가 내년초면 올 것 같다. 선진국 후진국을 구분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정부가 국민에게 고통분담까지 부탁하며 강조해온 경제도 백신 때문에 타격 받는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져도 늦지 않다. 백신 문제든 방역이든 정치권 의료계 언론계 등 관련 집단 모두가 먼저 힘을 합쳐야 해결방안도 쉽게 찾는다.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유비무환은 국회와 정부가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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