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추미애와 윤석열의 '확전', 공멸하는 '치킨게임'

  • 사회 | 2020-11-10 15:36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제임스 딘. 흥행에 성공했지만 출연 배우들의 삶들이 비극으로 점철된 불행했던 영화로 회자된다./영화 '이유없는 반항' 캡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제임스 딘. 흥행에 성공했지만 출연 배우들의 삶들이 비극으로 점철된 불행했던 영화로 회자된다./영화 '이유없는 반항' 캡처

'전부 아니면 전무'...윤 총장은 작심하고, 추 장관은 판 키우고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제임스 딘. 만 24세를 갓 넘긴 1955년 9월 30일에 요절한 미국 영화배우다. 6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계 영화팬들은 아직도 이 배우를 기억한다. 특히 젊음과 반항아, 오토바이, 청바지 하면 그를 먼저 떠올린다.

그는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없는 반항’이라는 영화의 주연 '짐'이라는 역을 맡으면서 스타덤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1971년 3월 27일에 개봉하여 서울에서만 16만 관객을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했고 1999년에 재개봉됐다.

영화에서 짐(제임스 딘)이 잡혀간 경찰서에서 비슷한 처지의 주디(나탈리 우드)를 좋아하게 되자 이미 그녀와 사귀고 있던 버즈(코레이 알렌)가 절벽에서 자동차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가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게임에서 버즈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치킨게임이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오히려 군소리에 가깝다. 우리는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2년째 이어지는 두 고위공직자의 치킨게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연은 추미애 법무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임을 다 안다. 여야의 정치적 타협으로 1년여 끝에 마무리된 감사원의 월성원전 감사에 대한 최근 검찰의 전격 수사는 치킨게임의 판을 키우면서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지난 5일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 수사에 나섰다. 수사 대상도 당시 원전 정책라인에 있던 관계자들을 모두 포괄한다. 탈원전 정책에 관한 판단의 적정성을 들여다 보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이라면 검찰의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

검찰의 수사 대상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뤄진 ‘문건 삭제’로 한정돼야 정답이다. 감사원이 검찰에 넘긴 ‘수사 참고 자료’도 이 부분이 핵심이다. 그러나 압수수색 대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조기폐쇄를 결정한 정책적 부분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여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치킨게임을 펼치고 있다. 이들 고위공직자들의 충돌은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다./더팩트 DB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치킨게임을 펼치고 있다. 이들 고위공직자들의 충돌은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다./더팩트 DB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에 따른 정책 결정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 감사원의 판단은 그랬다. 검찰의 행동은 이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압수수색 대상도 감사원이 문제 삼은 문건 삭제 시기보다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 부분은 공교롭게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과 조기 폐쇄 결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고발한 내용과 일치한다.

정치적 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선을 넘었다’는 비난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쏟아졌다. 민주당은 이튿날인 6일 "정치 검찰의 폭주" "국정 흔들기"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이낙연 대표는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정책"이라며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검찰이 이제 정부 정책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치적 행보’ 논란에 휩싸여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초임 부장검사들에게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좌고우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틀 뒤 압수수색이 벌어졌던 대목도 압수수색 대상 범위와 맞물려 예사롭지 않아보인다.

검찰이 이처럼 정치적 논란을 키우고 불길 가운데로 뛰어든다면 검찰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까지 칼날을 들이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끝났다면 윤 총장의 입지가 어려워질 뻔했다.

그런데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정치인 총장"이라며 대검찰청 감찰부에게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배정 및 집행 등에 대한 상세 내역을 감찰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만 것이다.

결국 정치권까지 끌어들여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대검찰청을 찾아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배정·집행 내역 검증에 이르게 했다. 여당은 검찰, 야당은 법무부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주로 검증했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특활비 검증’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해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현장 검증을 실시한 가운데 대검 일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이덕인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해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현장 검증을 실시한 가운데 대검 일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이덕인 기자

시민단체도 나섰다. 법무부 검찰국에 대검 특수활동비를 배정한 것은 국고손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추 장관을 10일 고발하기에 이른다. 언론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책임 소재를 묻는 여론조사도 등장했다. 갈수록 가관(可觀)이다.

치킨게임이 등장한 제임스 딘의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출연 배우들의 삶은 비극으로 점철된 불행했던 영화로 회자된다. 제임스 딘은 개봉 한달 전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살 미네오는 1976년 피자배달원의 칼에 찔려 37세 젊은 나이에 숨진다. 여 주인공 나탈리 우드도 1981년 43세 나이로 익사한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전한시대 유향(劉向)이 쓴 전국책(戰國策) 연(燕)나라 소왕편(昭王篇)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햇볕을 쬐기 위해 물가에 나온 대합을 도요새가 잡아먹으려고 조개의 살을 부리로 찍었다. 놀란 대합은 껍질을 오므려 도요새의 부리를 물고 싸운다.

도요새가 대합조개에게 "오늘 내일 비가 안 오면 너는 죽어"라고 하자, 대합조개는 "오늘 내일 빠져나가지 못하면 너 죽는다"고 버틴다. 마침 지나가던 어부가 둘 다 산채로 잡아가버렸다는 이야기다. 치킨게임의 동양판이 따로없다. 그런데 '어부지리'는 양보 없이 싸우다 공멸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엉뚱하게 제3자만 덕을 본다는 게 다소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치킨게임의 리스크는 영화에서처럼 사망 아니면 중상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게 가고 있다. 심각한 것은 두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둘의 싸움을 부추기고 많은 국민들을 치킨게임의 새로운 당사자로 끌어들이는 정치권 내 어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기도 애매해진 상황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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