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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부와 '예·의·염·치(禮義廉恥)'

  • 사회 | 2020-09-01 09:54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동률 기자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동률 기자

수사 마무리까지 1년 8개월..."혐의가 있더라도 일은 할 수 있게 해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기독교 사도신경(使徒信經)에는 로마에서 이스라엘로 파견된 본디오 빌라도 총독이 나온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장본인이다. 빌라도는 예수의 죄목을 검토한 결과 로마법에는 저촉되지 않아 예수를 무죄 석방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군중을 선동해 예수를 놓아주면 로마황제를 반역하는 행위라고 겁박하자 양심과 소신보다 일신의 안일을 선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곧 이 부회장 등 삼성 쪽 관계자 10여명을 기소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해진다. 일부 언론은 지난달 31일 보도에서 기소를 기정사실화 하기까지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과 외부감사법 위반, 지난 6월 4일 영장청구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한다는 애기도 들린다. 검찰이 2018년 12월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처음 압수수색한 지 1년 8개월 만에 수사가 마무리되가고 있는 시점인 셈이다.

검찰개혁 등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만큼은 방향성에서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총장은 앞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팀을 유지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27일 단행한 인사 발표에서 수사팀장인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으로 이동하게 됐다.

대신 법무부는 ‘수사 및 공소유지 업무의 연속성’을 이유로 사건 초기부터 수사해온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을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으로 발령냈다. 김 부장은 이 부장과 함께 삼성 수사를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이 부회장 영장실질심사와 수사심의위 논의에도 직접 참석했다.

이 부회장 사법처리가 결론나기 전인데 관련 특별공판팀이 꾸려진 것은 인사권자인 청와대·법무부가 '인사 이동 전 기소하라'는 명령을 담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김 부장의 인사는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 공판 실무를 맡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김 부장의 인사는 ‘이 부회장 관련 공판을 전담하라’는 시그널이 담긴 만큼 부임 전 기소에 무게가 실린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을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을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모처럼 윤 총장과 같은 의견인 중앙지검 책임자인 이성윤 지검장의 의도는 결이 달라보인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부터 수사팀과 함께 기소 의견을 견지했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이후부터 그렇다는 애기가 설득력잆게 들린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윤 총장과의 대면보고가 중단됐지만 매주 이 부장을 통해 윤 총장에게 이 부회장 기소 에 대한 결단을 채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원회의 이 부회장 불기소 권고 결정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따르게 되면 채널A 관련 수사심의위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한 것 역시 따라야 하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널A 관련 한 검사장의 수사를 이어가려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야 하는데 이재용 부회장 건을 따를 경우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는 해석이다.

삼성 측은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는 없었고 이 부회장이 주가관리를 보고받거나 승인하지 않았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직접 대책회의를 주재하거나 미전실로부터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등 주도적으로 개입한 다수의 물증과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한다.

명확한 것은 검찰의 발표를 봐야 한다. 최근 들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간의 관계, 검찰 인사에서의 불협화음 및 일부 검사들의 반발 등으로 검찰의 대국민 신뢰는 많이 떨어져 있다는게 정설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제(齊)나라의 명재상이던 관중(管仲)은 관자(管子) '목민(牧民)'편에서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한 조건으로 사유(四維)를 말한다. 국가를 지탱하는 네 개의 벼리(四維)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벼리가 끊어지면 국가가 기울고, 두 벼리가 끊어지면 위태하고, 세 벼리가 끊어지면 전복되고, 네 벼리가 끊어지면 멸절된다"고 했다."첫째가 예(禮)이고, 둘째가 의(義)이며, 셋째가 염(廉)이고, 넷째가 치(恥)"라며 예·의·염·치(禮義廉恥)다.

예란 분수와 절도를 넘지 않는 것(부유절/不踰節)이고, 의란 출세를 위해 청탁이나 나아갈 길을 구하지 않는 것(부자진/不自進), 염은 악을 감추지 않는 것(불패악/不蔽惡), 치는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불종왕/不從枉)이라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대검찰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축사를 하고있다./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대검찰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축사를 하고있다./대검찰청 제공

조선시대 상소문에도 "사유가 없으면 나라가 아니다" 또는 "사유가 없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식의 구절이 많다.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내밀하게 아는 이는 수사팀과 그 관계자들일 것이다. 검찰의 입장을 부정하거나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혐의에 대한 양측의 논란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입장 역시 아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평가의 잣대로 삼았던 공칠과삼(功七過三)을 언급할 생각도 없다. 공로와 허물이 반반이라는 공과상반(功過相半)을 응용한 정치적 수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이란 대기업이 우리경제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는 나름 안다. 특히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으로 애 쓰는 것은 모르는 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도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검찰 역시 주어진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다고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설사 이를 심사숙고한 끝에 무시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빌라도 총독처럼 되어서도 안된다. 국민과 국가경제를 한 번 되돌아 보고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도 숙고한 뒤 예의염치에 어긋나지 않는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한마디 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잘못했더라도 일은 제대로 하게 좀 고려했으면 좋겠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삼성도 검찰 못지 않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쁘고 할 일이 많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대검찰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축사를 하고있다./대검찰청 제공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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