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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아전인수' 추미애 vs 윤석열, 국민이 먼저다

  • 사회 | 2020-06-23 11:05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위증 강요 의혹 진정 사건으로 두사람이 다시 충돌했다. /더팩트DB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위증 강요 의혹 진정 사건으로 두사람이 다시 충돌했다. /더팩트DB

한명숙 전 총리 사건으로 또 충돌...두 사람의 '선택과 결단'은 없어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기독교에서 선(善)과 악(惡)은 양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으로 대표되는 정치권의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 논리 전개와 비교해 보면 정답이라는 생각도 든다. 반면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선과 악 사이에는 확정적 경계가 있는 것도 아니며 선과 악은 고정 불변의 것도 아니다"고 주장한다. 불교에서도 선과 악은 서로 상보(相補)적 관계, 선과 악이 상대적인 개념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선악불이(善惡不二). 선과 악의 양분을 통한 고정화나 절대화를 경계한 것이다. 현실에서 선과 악은 경우마다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미 개념화되고 관념화된 선과 악의 적용과는 상관이 없다. 우리 근현대 정치사나 남북관계를 보면 이해가 가능한 대목이다. 진영논리라는 말이 최근 들어 유난히 많이 언급되는 부분과도 관계가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 이어져온 긴장 관계와 잦은 충돌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위증강요 의혹 진정 사건으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은 다시 충돌했다. 발단은 한 전총리 재판 당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던 죄수 최모 씨의 진정이다. 최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동료 재소자들 앞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며 검찰에 힘을 실었던 인물이다. 그가 지난 4월초 돌연 입장을 바꿔 검찰의 위증 종용 등 부조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을 법무부에 내면서 불거졌다.

같은 달 17일 법무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검 감찰부는 한 달가량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 없이 관련 기초 자료 수집을 이어갔다. 지난 5월 말 뒤늦게 보고 받은 윤 총장은 사건을 검찰의 수사 관련 인권 침해 진정을 주로 맡는 대검 인권부에 사건을 배당했고,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넘어갔다. 수사팀에 대한 징계시효가 지났으므로 징계 청구 담당부서인 감찰부의 소관이 아니라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검찰 수사 관련 인권침해 의혹 사건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인권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추 장관이 나선다. 지난 18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신속한 진행 및 처리를 위해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고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 경과를 보고받아 수사 과정의 위법 등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도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장이 검찰공무원 범죄·비위를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장관에 보고하고, 처리 및 신분 조치 등 결과도 보고토록 한다’는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한다.

법무부나 대검 양 측 다 맞는 애기다. 같은 애긴데 상충된다.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뒷맛을 지울 수 없다. 추 장관은 지시를 내리기 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감찰 사안을 인권 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서울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대검의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관행화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건 배당과 지휘 결정권자인 윤 총장을 비판한 것이다. 윤 총장 지시에 불복, 감찰의 필요성을 주장한 한동수 감찰부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 감찰부장은 진보 판사 출신이다.윤 총장과 각을 세웠던 전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추천했다. 올바른 지적도 뒷맛이 개운할 리 없다.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도 입장이 양분된 상태다.

시경(詩經)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이다. 주(周)나라 시절 전해지던 시를 모아 만든 책으로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하나다. 공자(孔子)는 이 책으로 제자들에게 주 왕조의 정치적 형태와 민중의 수용 태도, 즉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305편의 시가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잔치 때 사용되던 음악을 모아 놓은 소아(小雅)편에 정월(正月)이란 시가 있다.

다섯 번째 구절 말미에 ‘저마다 성인이라 하니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겠는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구왈여성 수지오지자웅/具曰予聖 誰之烏之雌雄)‘는 표현이 등장한다. 정치 소인배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를 어지럽히는 당시의 현실을 탄식한 내용이다. 작금의 우리 현실도 저마다 주장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을 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오지자웅(烏之雌雄)이 따로 없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자진사퇴론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주장했던 설훈(왼쪽) 의원과 김용민(오른쪽) 의원.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자진사퇴론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주장했던 설훈(왼쪽) 의원과 김용민(오른쪽) 의원. /남윤호 기자

이번 사안을 추 장관과 윤 총장과의 개인 문제로만 국한해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윤 총장 흔들기’ 금지를 지시했지만 윤 총장 퇴진이라는 목표는 접지 않은 듯하다. 미래통합당은 윤 총장을 흔드는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마저 비판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이른바 ‘조국 사태’ 이래 이어지는 시즌2이다. 검찰개혁을 내걸고 나서는 법무부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지 모르나 검찰수사에 법무부의 지시(?)가 계속되면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즌 2의 발단이 된 한 전 총리 사건도 정권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은 공정한 조치라고 해도 법무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나 법무부의 ‘한명숙 구하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와 감찰부가 함께 조사하라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2일 두사람 모두 참석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서로 협력하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고위 공직자에게는 본인의 소신이나 속한 조직보다 국민이 최우선이자 진리이며 덕목이다. 여권으로부터 사퇴요구까지 받고 있는 윤 총장의 엄중한 선택(?)이 있어서는 안된다. ‘개혁이 무뎌졌다’는 여당 의원들의 비판을 받은 추 장관의 비장한 결단(?)도 물론이다. 혹여 두 사람 다 '선택과 결단'을 생각하고 있다면 모두 폐기 처분하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자진사퇴론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주장했던 설훈(왼쪽) 의원과 김용민(오른쪽) 의원. /남윤호 기자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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