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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성출판사, 학습지 교사에 50만 원 배상 '꼼수 갑질'

  • 단독/이슈 | 2018-05-19 22:29

53년 출판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낙준(88) 회장이 이끄는 금성출판사가 푸르넷 학습지 교사들에게 불합리한 내용의 확약서 서명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동관계법 보호 테두리에서 벗어난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인 학습지 교사들의 불리한 처지를 악용하는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옥희 기자·독자 제공·금성출판사 홈페이지 갈무리·그래픽=정용무 그래픽 기자
53년 출판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낙준(88) 회장이 이끄는 금성출판사가 푸르넷 학습지 교사들에게 불합리한 내용의 확약서 서명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동관계법 보호 테두리에서 벗어난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인 학습지 교사들의 불리한 처지를 악용하는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옥희 기자·독자 제공·금성출판사 홈페이지 갈무리·그래픽=정용무 그래픽 기자

'6개월 내 동종업 이직 제한' 불합리한 내용 수두룩…노동법 테두리 벗어난 처지 악용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푸르넷 학습지 등 출판‧교육사업을 하는 53년 장수기업 금성출판사(회장 김낙준·사진)가 학습지 교사들에게 황당한 내용을 담은 확약서 서명을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팩트>가 14일 입수한 금성출판사와 교사 간 확약서에는 '모든 학습지 교사가 퇴사 후 6개월 이내 동종업계로 이직해 기존 관리하던 회원을 지도하면 과목 당 50만 원을 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성출판사는 또 학습지 교사가 이미 퇴사를 통보하고 계약 해지신청서까지 작성했는데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퇴사를 지연시키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계 거목' 김낙준 회장이 1965년 설립한 금성출판사는 지난해 매출 1500억 원, 영업이익 140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전국에서 3000여 개 푸르넷 공부방을 통해 15만 명의 회원을 가르치는 3000여 학습지 교사들을 위탁 계약직으로 운영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로 분류돼 사실상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현직 학습지 교사들은 <더팩트>에 "금성출판사가 불합리한 내용의 확약서 서명을 전 교사에 강요하고 있다"며 "내용도 문제지만 서명을 거부하는 교사들에게 상급자 면담을 지속하는 '갑질'을 벌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금성출판사가 지난 4월 새로 만들어 모든 학습지 교사들에게 배포한 확약서(사진)에는
금성출판사가 지난 4월 새로 만들어 모든 학습지 교사들에게 배포한 확약서(사진)에는 "위탁 계약 해지(퇴사) 후 6개월 이내 동종업계로 이직해 기존 관리하던 푸르넷 회원을 대상으로 영업행위를 하면 과목 당 50만 원을 변제해야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독자 제공

교사 A씨는 "퇴사를 위해 두 달 전 지점에 계약 해지 의사를 밝히고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지점과 근무 종료일 등 협의를 거친 후 해지 확정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갑자기 확약서를 내밀며 '서명하지 않으면 퇴사 신청을 해주지 않겠다'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확약서는 A씨가 지점에 퇴사 의사를 밝힌 이후인 지난 4월 신설됐다. A씨는 지점 측에 확약서가 최초 위탁 계약 체결 당시에는 없던 내용이고 확약서 내용에도 동의할 수 없어 서명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지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지점은 A씨에게 줄곧 서명을 하지 않으면 퇴사할 수 없다며 국장 면담과 함께 서명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성출판사 측은 영업 비밀과 회원 유출 방지 차원에서 확약서를 만들었으며 서명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금성출판사는 또 그동안 교사들이 퇴사하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회원을 제대로 인수인계하지 않고 그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해 회원이 이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덧붙였다.

학습지 교사들은 동종업계로 이직하거나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전 직장에서 관리하던 회원이 자발적으로 해당 교사를 따라 기존 학습지를 탈퇴하는 일도 잦은 편이다. 학습지는 교사 관리에 따라 학생의 학습 능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교재와 브랜드보다 교사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성출판사는 해당 확약서 서명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서명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습지 교사들은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상급자 면담으로 압박하는 등 각 지점이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팩트DB
금성출판사는 해당 확약서 서명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서명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습지 교사들은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상급자 면담으로 압박하는 등 각 지점이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팩트DB

김광순 푸르넷 사업 총괄 이사는 <더팩트>에 "동종업계로 이직해 회원을 빼돌린 사례가 있어 최근 법적 소송도 진행 중"이라며 " 일부 교사가 개인 욕심으로 회사 재산을 빼돌려 회사와 교사 모두에게 손실을 초래해 이를 막기 위해 확약서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어 "확약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으며 회사 자산인 회원 유출을 막기 위해 신뢰 차원에서 만들었다"며 "알려진 바와 달리 개인 선택이므로 서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금성출판사는 퇴사하고 동종업계로 이직하면서 회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1000만 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자칫하면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교사 B씨는 "서명하지 않으면 국장 면담으로 압박을 줘서 안 할 수 없다"며 "교사들에게 불리한 내용인데 사전에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교사들 학습 관리와 영업에 의존해 수익을 내면서도 교사들 노력은 전혀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겁을 준다"고 말했다.

학습지 업계에서 교사들의 이직을 제한하고 '페널티'를 주는 내용의 확약서를 만든 곳은 금성출판사가 유일하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학습지 교사들 처지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사실상 일을 지속할 수 없게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꼼수'로 보고 있다.

최원태 노무사는 "최초 위탁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들어있지 않은데 중간에 이 같은 내용을 삽입하려면 당연히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학습지 교사가 노동관계법 보호를 받지 못해 관련 피해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최 노무사는 이어 "기업들이 특수 고용직인 학습지 교사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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