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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나의 연예공:감] 낯설지만, 의미 있는…'성평등 드라마 어워드'를 아시나요? 

  • 연예 | 2021-02-17 07:00
서울YWCA가 지난 연말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선정작 세 편을 공개했다. /서울YWCA 페이스북 캡처
서울YWCA가 지난 연말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선정작 세 편을 공개했다. /서울YWCA 페이스북 캡처

미디어 속 젠더의식, 시대 흐름·가치관 변화에 발맞출 때

[더팩트|원세나 기자] 낯선 이름의 시상식이다. '이런 시상식도 있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생소하지만 눈과 귀가 솔깃하다.

지난해 12월 23일 서울YWCA는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멋진 성평등 드라마를 소개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의 결과를 게재했다. '2020년을 빛낸 성평등 드라마'라며 공개된 작품은 드라마 '하이에나',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그리고 '출사표' 등 세 편이다.

2014년부터 성평등 미디어 모니터링을 해온 서울YWCA는 "성차별적 젠더재현에 대한 문제 제기만큼 성평등한 장면은 어떤 것인지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차별적인 미디어의 대안이 되는 성평등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2020년 멋진 성평등 드라마 세 편을 소개한다"고 선정작 공개와 함께 선정 이유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 게시물은 최근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뒤늦게 회자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들은 "잘 몰랐지만, 의미 있는 시상식"이라는 반응과 함께 이미 종영한 각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TV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공유하며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BS 드라마 '하이에나'가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제공
SBS 드라마 '하이에나'가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제공

먼저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하이에나'(극본 김루리, 연출 장태유)는 머릿속엔 법을, 가슴속엔 돈을 품은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김혜수가 극 중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하이에나 변호사 정금자 역을, 주지훈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살아온 변호사계 금수저 윤희재 역을 맡아 열연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소위 드라마의 회장님, 사장님, 대표님은 대부분 중년 남성인 것이 현실이지만 '하이에나'에서는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 조직의 리더 혹은 리더가 될 인물로 여성을 내세우며 성별 구분을 하지 않았다. 또한 이 여성 인물들은 사회적 성취를 위해 욕심을 내고, 경제적 성공을 위해 때에 따라서는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는 등 욕망에 충실한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그동안 그려진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의 공식을 탈피했다.

tvN 드라마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tvN 제공
tvN 드라마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tvN 제공

지난해 중순 방영된 tvN 드라마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극본 김은정, 연출 권영일)는 김상식(정진영 분) 이진숙(원미경 분) 부부와 두 딸 김은주(추자현 분) 김은희(한예리 분) 그리고 막내아들 김지우(신재하 분)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는 그 누구보다 가깝지만, 그럼에도 더 서로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는 가족의 모순을 전달하기 위해 부부갈등, 불륜,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암 투병이라는 소위 '막장' 요소로 이야기를 꾸몄지만 '2020년 가족의 현실을 보여준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종영했다.

이 가운데 제작진은 드라마의 몇몇 장면들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기도 하고, 때로는 혼외임신과 낙태 등 여태껏 잘 그려지지 않았던 주제들을 다루기도 했다. 특히 첫째 딸 은주는 전문직 여성임에도 임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치를 절하당하기도 하지만, 여성을 향한 사회의 모순적 기대에 굴하지 않고 현실에서 마주한 성차별과 용감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KBS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가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 제공
KBS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가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 제공

마지막으로 지난해 여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극본 문현경, 연출 황승기·최연수)는 취업 대신 출마를 선택한 취준생 구세라(나나 분)와 좌천당한 엘리트 사무관 서공명(박성훈 분)이 불량 정치인들을 응징하는 '오피스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통해 모유유축 때문에 자리를 자주 비운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하는 워킹맘의 직장생활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가 하면, 남성 중심의 기초의회에 도전하며 정치에 뛰어든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정치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줬다.

결국 세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여성은 어떤 상황, 어떤 역할에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가치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성차별에 대해 오랜 시간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 제기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불어 이런 의식의 변화와 시대적 흐름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 우리가 2020년 좋은 작품 세 편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다.

게시물의 마지막에 덧붙인 서울YWCA의 바람처럼 앞으로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삶의 주인공인 현실 속 여성을 적극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wsena@tf.co.kr

[연예부|ssent@tf.co.kr]

KBS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가 서울YWCA가 뽑은 '2020년 국내 성평등 드라마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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