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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드라마 제작비 '불균형'...중견배우 설 곳 없다

  • 연예 | 2020-12-02 08:14
드라마 제작 현실은 연기자의 경력보다 '인기'가 곧 시청률과 직결되는 상황이고, 한류스타들의 경우엔 해외 판권 매출에 절대적인 경우가 많다. 왼쪽부터 전지현 박보검 송혜교. /더팩트 DB
드라마 제작 현실은 연기자의 경력보다 '인기'가 곧 시청률과 직결되는 상황이고, 한류스타들의 경우엔 해외 판권 매출에 절대적인 경우가 많다. 왼쪽부터 전지현 박보검 송혜교. /더팩트 DB

스타 파워 '출연료 독식' 구조적 문제, '빈익빈 부익부' 심화

[더팩트|강일홍 기자] 지상파 3사(KBS MBC SBS) 중심으로 드라마가 제작되던 십수 년 전만 해도 연기자들의 몸값은 통상 방송사 기준에 맞춰 책정된 '연기자 사례 기준표'(1~18등급)로 결정됐다. 물론 당시에도 드라마의 얼굴인 스타급 배우는 '회당 출연료'를 별도로 책정하는 특별 계약 형식을 취했지만 대부분의 주 조연급, 원로, 아역 배우는 이를 토대로 출연료가 산정됐다. 등급이 곧 경력을 인정하는 잣대였다.

특급 스타들의 출연료가 억대를 넘어선 지 는 이미 오래다. 신예라도 인지도가 높고 연기력이 확인된 스타급은 회당 5000만 원 선에 이른다. 연기자의 경력보다 '인기'가 곧 시청률과 직결되는 상황이고, 한류스타들의 경우엔 해외 판권 매출에 절대적인 경우가 많다. 인지도나 인기가 높은 배우의 출연료가 더 높게 체결될 수밖에 없다. 젊은 스타급 남녀주인공 드라마에 꼭 필요한 '연기파 배우 구색갖추기'도 불필요해졌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중견배우라면 조연이라도 출연료가 부담스럽다. 반면 중견배우들은 연기경력이 짧은 신예들보다 10분의 1 수준의 출연료에서 또 깎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연기도 되면서 적정한 출연료로 섭외할 수 있는 조연급 배우는 연극쪽에서 얼마든지 수급이 가능하고, 그들의 연기가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한다"고 말한다.

제작사들은 스타급 배우나 특급 작가들한테 몇 천만 원의 개런티를 더 주더라도 그들을 통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 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사진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제작사들은 스타급 배우나 특급 작가들한테 몇 천만 원의 개런티를 더 주더라도 그들을 통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 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사진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출연료 삭감' 박탈감, 긴 연기경력 되레 짐 되는 현실 '자존감 바닥'

"젊은 스타 몇 명이 회당 수천만의 고액 출연료를 독식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상황은 바뀔 수 없어요. 드라마의 중심을 잡고 전체 줄기를 뒷받침하는 건 모두 중견 연기자들이에요. 한데 아무리 연륜이 쌓여도 자존감은 바닥입니다. 출연료를 올려받기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마저도 요즘엔 퇴출되는 분위기예요. 드라마 제작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중견배우들은 설 곳이 없어요."(중견배우 L씨)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해온 중견배우 L씨는 최근 필자와 인터뷰 도중 "과거엔 작품이 없으면 '연기공백'이란 핑계라도 댈 수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 사치스런 단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한테 연기할 무대가 없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라면서 "근래 수년간 연기자 출연료 불균형이 심화돼 중견배우들은 대부분 갈 곳을 잃었다"고 말했다. 캐스팅 기회가 끊긴 뒤 그는 트로트 가수로 전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L씨는 한때 개성파 배우로 각광을 받았다. 그는 "배우로서의 자존심은 이미 상처를 입을 만큼 입었고 막막하게 캐스팅되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이젠 지쳤다"고 말했다. 그의 하소연은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중견 배우들 중엔 상당수가 이미 앨범을 냈거나 최근 트로트 붐을 타고 가요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첫 번째 이유는 몇몇 특급 스타배우 위주로 흘러가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선 생존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류의 명성이 커질수록 중견배우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는 게 현실이다. 사진은 전 세계에 수출돼 한류 드라마의 명성을 날린 '대장금' 방영 당시 촬영 현장. /더팩트 DB
드라마 한류의 명성이 커질수록 중견배우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는 게 현실이다. 사진은 전 세계에 수출돼 한류 드라마의 명성을 날린 '대장금' 방영 당시 촬영 현장. /더팩트 DB

드라마 제작환경의 '왜곡과 불균형', 막강 스타 파워 입김에 '좌지우지'

방송 드라마 작가들의 치솟은 몸값도 이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급 작가의 경우 스타배우 개런티(1억)를 넘어 전체 제작비 판도를 좌지우지 하기도 한다. 톱 작가들이 차지하는 고료(25~30% 선)와 스타배우 3~4명(30% 이상)의 출연료를 빼면 나머지 30% 남짓 금액이 제작스태프와 조연 이하 수십 명 연기자들의 몫이다. 등급이 높은 배우들은 스스로 출연료를 깎지 않고서는 작품에 합류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왜곡된 제작 현실은 드라마 수익률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드라마의 성공은 시청률이 절대적이고, 이를 견인할 스타급 작가와 배우가 필수다. 제작사들은 스타급 배우나 특급 작가들한테 몇 천만 원의 개런티를 더 주더라도 그들을 통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 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제작과 투자자 등 모든 게 스타성과 자본 논리로 대변되는 현실은 이들한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막강한 스타파워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드라마 제작환경은 영세한 소규모 외주제작사들한테도 치명적이다. 최근엔 연출자의 작가적 역량보다 톱스타를 앞세운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작으로 기획되는 추세다. 배우는 무대(카메라)를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배우 자존심은 경제적 이유(개런티)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드라마 한류의 명성이 커질수록 중견배우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는 게 현실이다.

eel@tf.co.kr

드라마 한류의 명성이 커질수록 중견배우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는 게 현실이다. 사진은 전 세계에 수출돼 한류 드라마의 명성을 날린 '대장금' 방영 당시 촬영 현장.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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