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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식상한 '김수현표 드라마'와 송승환의 '소탐대실'

  • 연예 | 2016-02-29 08:35
"과거에 비해 왜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김수현식 드라마는 너무 색깔이 강해 오히며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SBS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달라져가는 가족의 문화를 묘사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같은 드라마라도 주말극은 통상 주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장르다. 주 대상층인 여성시청자들의 관심사가 유독 많은 탓이다. 간혹 이웃·가족간 따듯한 정이 묻어나는 가족 중심 스토리가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한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자극적인 '막장 코드'를 빼고 남녀노소 모두를 타깃으로 한 가족극이다. 대가족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과 그들의 모습을 김수현식 색깔로 담아내고 있다.

혹자는 '그래, 그런거야'를 보면서 "전에 했던 드라마 또 하는거야?"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아마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90년대 초반 MBC에서 총 55부작으로 방영된 주말드라마 '사랑의 뭐길래'는 남성들한테도 꽤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다.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호통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덕분이다. 역시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이 드라마는 가족극이거나 말랑말랑한 멜로물 중에서도 남성들에게 관심을 끈 드라마로 남아있다.

집과 회사에서 갈수록 커져가는 여성의 목소리에 짓눌려 기를 못펴던 가장들은 시대착오적인 대발이(최민수) 아버지 이순재의 목소리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TV 앞에 모여들었다. 시청률 조사가 체계적으로 집계되기 시작할 무렵 방영된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50% 대 후반이었다. 집안 어디서든 방귀를 뿡뿡 뀌며 휘젖고 다니는 '무대뽀 가장'을 보며 여성시청자들은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하면서도 은근히 '여성반란'을 즐겼다.

다른듯 느낌이 비슷한 '닮은꼴 드라마'.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그래, 그런거야'(사진 위)를 보면서 90년대 초반 MBC에서 총 55부작으로 방영된 주말드라마 '사랑의 뭐길래'(사진 아래)를 떠올리기도 한다. /더팩트 DB
다른듯 느낌이 비슷한 '닮은꼴 드라마'.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그래, 그런거야'(사진 위)를 보면서 90년대 초반 MBC에서 총 55부작으로 방영된 주말드라마 '사랑의 뭐길래'(사진 아래)를 떠올리기도 한다. /더팩트 DB

#김수현식 스테레오 타입 뻔한 스토리 '사랑이 뭐길래'의 아류작

그렇다면 두 드라마에 차이가 있을까? '사랑이 뭐길래'는 엄격한 현대판 자린고비 이사장 집안과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박이사 집안이 사돈을 맺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린 홈드라마다. 같은 작가의 유사 시선으로 담은 '그래, 그런거야' 역시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달라져가는 가족의 문화를 묘사하고 있다. 부모 세대의 전통적 가치관과 자식세대의 자유분방한 가치관을 대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두 드라마는 판박이처럼 똑 닮았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연기자와 방송사만 바꿔 똑같이 리메이크 한적이 있지만, 어찌보면 '그래, 그런거야'는 '사랑이 뭐길래'의 아류작 같은 느낌이 짙다. '사랑이 뭐길래'에는 최민수 하희라 이순재 김혜자 윤여정 여운계가 출연했고,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이순재 강부자 양희경 노주현 송승환 서지혜 등이 연기중이다. 주인공들이 다른데 같은 느낌으로 와닿는 이유는 왜일까. 이는 아마도 수십년간 시청자들한테 각인된 소위 '김수현표 드라마'의 식상함일 수도 있다. 특색은 커녕 아예 색깔이 똑같으니 차라리 헛갈릴 정도다.

드라마 내용이야 같은 작가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 그런거야'에 출연 중인 연기자들이 과거에 비해 생동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랑이 뭐길래'에서 이순재 김혜자 최민수 하희라를 필두로 거의 모든 주·조연이 각기 자신의 캐릭터를 살려내며 극의 흥미를 배가시켰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뭔가 모르게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짙다.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송승환이다. 극 중 독불장군형 일식집 주방장으로 희화화돼 소리만 꽥꽥 지르는 앵무새 캐릭터는 초라한 한 자릿수 시청률(5~6%)만큼이나 안쓰럽고 불편해보인다.

'그나물에 그밥 같은 얼굴에 늘 비슷한 캐릭터'. 송승환은 평창올림픽 총감독이라는 중요한 대외 직책을 갖고 있음에도 잦은 외도 때문에 과연 창의적인 연출에 매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는 극중 유경호 역을 연기중이다. /이새롬 기자
'그나물에 그밥 같은 얼굴에 늘 비슷한 캐릭터'. 송승환은 평창올림픽 총감독이라는 중요한 대외 직책을 갖고 있음에도 잦은 외도 때문에 과연 창의적인 연출에 매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는 극중 유경호 역을 연기중이다. /이새롬 기자

#평창올림픽 연출 송승환, '소탐대실' 잦은 외도와 늘 비슷한 캐릭터 식상

더구나 송승환은 얼마 전까지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멤버로 활동했고 지금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애초 그의 본업이 액터이고, '배우는 연기로 말을 한다'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쳐도 여러모로 '모양새가 빠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KBS2 주말연속극 '부탁해요, 엄마'에 출연한 이후 불과 열흘 만에 안방극장에 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중요한 직책을 맡은 그가 대학강의와 드라마 출연 등 잦은 외도 때문에 과연 국가중대사이자 창의적인 평창올림픽 연출에 매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관을 지낸 선배 연기자 유인촌이 '좋든 싫든 연기의 욕심을 잠시 접고 맡은 일에 몰입하는 게 도리'라고 꼬집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송승환의 욕심이 자칫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적어도 대중문화계의 인사로 대접 받는 위치에 서있고, 기왕에 국가적 이벤트의 감독을 맡은 이상 상징적으로라도 좀더 연출쪽에 무게를 두고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늘 비슷한 캐릭터에 '재탕 삼탕' 또는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것도 민망하고, 특정 작가의 드라마에 줄서기 출연자로 비치는 건 더욱 체면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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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물에 그밥 같은 얼굴에 늘 비슷한 캐릭터'. 송승환은 평창올림픽 총감독이라는 중요한 대외 직책을 갖고 있음에도 잦은 외도 때문에 과연 창의적인 연출에 매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는 극중 유경호 역을 연기중이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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