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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해적' 손예진, 변화가 어색하지 않은 '외강내유'

  • 연예 | 2014-08-15 07:00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해적 두목 여월을 연기한 배우 손예진을 지난 4일 <더팩트>취재진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최진석 기자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해적 두목 여월을 연기한 배우 손예진을 지난 4일 <더팩트>취재진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최진석 기자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나는 바다를 호령하는 해적 여월이다."

분홍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여자 손예진(33·본명 손언진)이 갑옷을 입고 칼을 쥐었다. 다양한 작품으로 팬들을 만났지만, 액션은 처음이다. 지난해 영화 '공범'이후 해양 블록버스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감독 이석훈, 제작 하리마오 픽쳐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로 돌아온 손예진은 여자 해적 여월로 분해 연기인생 13년 만에 액션물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풋풋한 20대에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손예진. 이젠 충무로에선 잔뼈 굵은 '선배님'으로 불리지만, 액션은 '초짜'다. 촬영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은 그의 친구였고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은 그를 화나게 했다. 손예진과 손예진의 싸움이었다.

'해적'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빡빡한 무대 인사와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얼굴엔 피로가 서렸지만, 표정은 밝았다.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손예진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흘끔 엿보니 '해적' 속 여월이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영화에 가진 애착이 오롯이 느껴진다.

◆ 손예진과 여월-여월과 손예진, 그가 '해적'을 선택한 이유

손예진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바다를 호령하는 여단주 여월 역을 맡아 연기했다./영화 포스터
손예진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바다를 호령하는 여단주 여월 역을 맡아 연기했다./영화 포스터

손예진이 1년 만에 돌아온 '해적'은 150억 이상이 투입된 대작으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양액션 블록버스터다.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으로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의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작품으로 KBS2 드라마 '상어'에서 호흡했던 김남길과 또 한번 의기투합했다. 이 외에도 유해진 이경영 오달수 김태우 신정근 이이경 설리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손예진이 맡은 해적 여두목 여월은 '외강내유'다. 현란한 검술, 바다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는 물론 아름다운 미모까지 겸비한 조선 최고의 여자 해적이지만, 정의로운 성격의 여월은 살생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바다를 섬기고 순응하며 함께 생활하는 동료를 자신보다 아끼고 존중한다.

"여자 해적을 연기하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겉으로는 강하고 내면은 약한 여월은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액션을 처음 경험하는 거라 걱정도 많이 했고 고생도 많이 했어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액션스쿨에 가서 연습했어요. 평소 운동도 좋아하고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무거운 갑옷을 입고 칼자루를 쥐고 다양한 동작을 소화하려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더라고요(웃음). 거의 매번 팔다리에 쥐가 났어요. 하지만 우락부락한 여자 해적을 표현하고 싶진 않았어요.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선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최대한 노력했죠(웃음)."

손예진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액션 연기에 온 힘을 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해 여월을 표현하려 애썼다./최진석 기자
손예진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액션 연기에 온 힘을 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해 여월을 표현하려 애썼다./최진석 기자

체력적 한계를 느끼며 영화 촬영을 마쳤다는 손예진의 얼굴은 헬쑥했다. 그도그럴것이 '해적'은 영화의 규모만큼 촬영 또한 긴 시간 진행됐다. 지난해 8월 15일 크랭크인한 영화는 올해 1월 9일 크랭크업했다. 꼬박 6개월을 여월로 살았다. 한여름 더위와 한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에 맞게 최첨단 장비가 많이 사용됐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촬영한 건 아니었어요. 저는 해적이라서 배 위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겨울에는 강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물에 들어가야 하니까 정말 춥더라고요. 어떻게든 체력을 비축해야 했어요. 끝나고 술 한잔 하고 싶어도 다음 날 촬영을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잠을 선택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와 호흡을 맞춘 '절친' 김남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해적'을 촬영하며 한 차례 열애설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김남길 이야기를 하려고 운을 떼자 '김남길'의 '김'이 나오기도 전에 손예진은 "아이고" 하며 피식 웃는다.

"다들 물어보세요. 여배우라 스캔들에 예민하겠지만, 이제 남길 오빠랑은 그렇지도 못해요(웃음). 내가 여월에 빙의된다고 해도 절대 아녜요. 김남길 오빠는 딱 '해적'에서 맡은 캐릭터와 똑같은 성격이에요. 장사정처럼 장난기가 가득하고 유쾌하죠. 항상 고마웠어요. 하지만 재미없는 걸 어떻게 하면 좋아(웃음)?"

◆ 손예진이 손예진을 벗었을 때, '변화'라는 새로움

최근 손예진은 변화했다.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다정하다. 그에게 변했다고 하자 '깔깔'소리내며 웃는다./최진석 기자
최근 손예진은 변화했다.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다정하다. 그에게 변했다고 하자 '깔깔'소리내며 웃는다./최진석 기자

손예진이 변했다. '신비주의' '청순' '첫사랑'의 이미지를 고수했던 그가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들과 함께 춤을 췄고 영화제 레드카펫에선 아찔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당당하게 손을 흔들었다. 다소 다가가기 힘들었던,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던 이미지를 깨고자 함일까. 1년 만에 기자와 재회한 손예진에게선 확실한 변화의 온도가 느껴졌다. 지난해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앉아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었던 그였지만, '해적'이 끝난 뒤 만난 그는 "알아서 걸러주시라"고 말하며 애교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손예진의 발엔 예쁜 구두가 아닌 슬리퍼가 '흔들흔들' 거린다.

"하루하루 편해져요(웃음).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변화하고자 한건 아니에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소통하자' 이런 성격도 못되고요.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은 드레스요? 그것도 예뻐서 입었어요. 하지만 가슴 부분이 노출이 심한 거 같아서 피팅할 때 고정해 놨던 옷핀을 그대로 하고 입은 거에요. 그런데 그게 화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웃음). '무한도전'은 언제 한 번 브라질을 가서 국가대표를 응원할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간 거고…. 촬영을 했다기보단 놀러 갔다 온 기분이었죠."

손예진이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입고 등장한 드레스. 당시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는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남윤호 기자
손예진이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입고 등장한 드레스. 당시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는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남윤호 기자

손예진은 '무한도전'과 영화제 당시 드레스를 회상하며 천진난만하게 미소 지었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첫사랑'이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솔직히 말하며 여유롭게 웃는 그의 미소에서 더욱 화려한 여배우의 아우라가 서려 있었다. 유쾌한 '변화'다.

"제가 어릴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했잖아요. 철이 들기도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셈이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를 때 '배우' 감투를 먼저 썼어요. 그래서 강한 척을 했어요. 그게 저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약해 보이는 게 싫었어요. 안 그래도 되는 장소와 때를 가리지 못한 적도 많아요. 그래서 오해받을 상황도 많이 생겼죠. 하지만 저는 약한 사람이에요. 맞아요. 저는 '해적' 속 여월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제 어릴 적 저와 달리 제가 원하는 게 무언인지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요. 그래서 괜찮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고 화려하게 빛나는 여배우로 자리잡은 손예진./최진석 기자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고 화려하게 빛나는 여배우로 자리잡은 손예진./최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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