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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자식 빼고 다" 신경영 선언 30년…승어부 새긴 JY, '뉴삼성' 속도

  • 경제 | 2023-06-05 17:07

6월 7일 이건희 회장 '신경영' 선언 30주년

삼성이 오는 7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1993년 6월 7일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 /삼성
삼성이 오는 7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1993년 6월 7일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 /삼성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킨 호텔에 삼성 사장단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신경영)' 선언이다.

삼성이 오는 7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는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신경영' 선언과 관련한 별도 행사를 개최하진 않을 예정이다. 다만 복합 위기 속 '뉴삼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은 초일류 기업 도약의 '극적인 계기'를 상징하는 '신경영'의 정신을 되새기는 하루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 이건희 "잘해봐야 1.5류…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자"

이건희 회장의 어록은 경영학 교과서와 같다는 평가가 있다. 핵심을 찌르는 말 한마디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밑거름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 발언을 통해 이대로 가면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과 함께 변화의 절박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삼성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 고민한 당시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결정적 계기는 '세탁기 사건'이다. 세탁기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세탁기 덮개 여닫이 부분 규격이 맞지 않자, 즉석에서 덮개를 칼로 깎아 조립하는 모습이 담긴 사내 방송 비디오테이프를 봤다. 이에 격노한 이건희 회장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라고 말했다.

이후 삼성은 불량을 뿌리 뽑기 위한 여러 조처를 취했다. 불량이 생기면 즉시 해당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다음 재가동하는 '라인 스톱'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1995년 3월 있었던 '애니콜 화형식' 역시 회사 내부적으로 품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무리한 생산에 애니콜의 불량률이 11.8%까지 올라가자, 이건희 회장은 불량 휴대전화 15만 대를 전부 거둬들여 구미사업장에 쌓아놓고 불태워 버렸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양을 중시한 기존 경영 관행이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는 삼성이 초일류 회사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20여 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중국 텐진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이재용 회장. /삼성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중국 텐진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이재용 회장. /삼성

◆ '뉴삼성' 기틀 다진 이재용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

'신경영' 선언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이는 이재용 회장이 이어가고 있는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현시대의 과제는 이재용 회장이 앞서 언급한 '승어부(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를 실현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녹록지 않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미중 갈등 격화 등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당시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건희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뉴삼성' 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이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유지하기 위해 '초격차'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유럽 출장을 마친 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언급했다. 회장 취임 직후에는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이를 위한 '인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후 최근까지 국내외 사업장을 누비며 주요 기술을 점검하는 동시에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취임 후 역대 최장기간인 22일 동안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20여 개 글로벌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는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절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했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그간 행보를 놓고 '뉴삼성' 비전의 기틀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전략이 더 구체화된다면 '제2의 신경영'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 시점으로는 신수종 사업 육성과 관련한 인수합병(M&A) 발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이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전장 회사 하만을 인수한 이후 6년 동안 대형 M&A 투자가 멈췄으며, 현재 M&A 후보군을 적극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올해 하반기 재판 1심 결과가 나와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현실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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