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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언제까지 살기 위해 줄을 서야 합니까

  • 경제 | 2021-11-06 00:00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이어지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재근 기자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이어지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재근 기자

"나라 진짜 멈춘다" '요소수 품귀' 어떻게든 해법 찾아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또 품절이다. 이번에는 '요소수 대란'이다. 시민들의 '생존을 위한 줄서기'가 더는 낯설지도 않다.

코로나19 펜대믹이 본격화한 지난해 초 일부 대형 마트가 마스크 140만 여장을 판매한다는 소식에 시민들 수백여 명이 아침부터 건물을 빙 둘러 줄을 서는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스크 대란'이라는 고초를 겪은 지 2년도 채 안 돼 이번엔 '요소수 대란'이 발생했다. 전국 각지 요소수 제조 공장 앞에는 새벽부터 단 1~2통이라도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는 물량 확보 소식에 화물차들이 몰리면서 일대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불법 사재기부터 수배에서 수십 배의 웃돈을 받고 되파는 후안무치한 행태도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이미 일부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서 기존 10ℓ 기준 1500~2000원 수준인 요소수를 20만 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까지 올라올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요소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그 여파가 나라 경제를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요소수란 요소에 물(증류수)을 섞어 만드는 촉매제로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무해한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경유차 배기가스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액체다.

지난 2015년 유럽의 최신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의 국내 도입으로 경유차는 의무적으로 배출가스저감장치(SCR)를 장착해야 한다. '요소수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철저하게 중국에 의존하는 수입구조다. 우리나라에서 사들이는 요소수의 70%가 중국산이다. 중국이 호주와 무역분쟁으로 석탄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요소수 수출 규제에 나섰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나라의 몫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행되는 경유 화물차 330만여 대 가운데 과반인 200만여 대가 요소수를 사용한다. 요소수 수급이 멈추면, 화물운송 자체가 멈춰서게 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완성차 업계를 예를 들어보자. 반도체 품귀로 이미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 있는 협력사에서 자동차 생산공장까지 부품을 보낼 수 있는 교통수단이 사라질 수 있다. 설사 차량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각지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차량을 인도할 수조차 없게 된다. 반도체, 가전, 의류, 식음료까지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에 처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게 뻔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5일 화물차 등 디젤 엔진 차량의 주행에 필요한 요소수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대한 비중의 중국산 물량을 당장에 대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해법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물류 현장 일선에서도 이미 2~3주 전부터 요소수 부족에 대한 우려 속에 하나둘씩 물량을 비축한 마당에 정부는 또다시 사람과 차, 회사들의 '생존 줄서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앞서 겪은 '쓰라린 경험'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가 더 안타깝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수입선 다변화,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이 쉼 없이 제기됐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국산화', '국가경쟁력'은 빠지지 않는 화두였다.

특정 국가에 한정된 수입의존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 것도 이미 한두 해가 아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이번 요소수 사태는 중국의 수입 의존도를 고려하면,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는 문제였다. 이런 위험한 구조에 노출된 것은 요소수뿐만이 아니다.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전략물자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수가 반복되면 더는 실수가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핵심 소부장의 공급망을 재정비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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