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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미니스톱 인수에 거액 배팅했는데…두달째 감감무소식, 왜?

  • 경제 | 2019-01-21 11:56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롯데가 가장 유력한 매수자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매각에 실권을 쥐고 있는 최대주주 일본 이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뜸을 들이고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뉴시스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롯데가 가장 유력한 매수자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매각에 실권을 쥐고 있는 최대주주 일본 이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뜸을 들이고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뉴시스

우협 '감감무소식'에 매각 무산설까지…추측만 무성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유통 맞수 롯데‧신세계와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뛰어든 미니스톱 인수전의 승자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초 이온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노무라증권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매각 본입찰 이후 약 일주일간 검토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달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예상기일을 훌쩍 넘어서자 업계에선 각종 추측이 엇갈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롯데가 가장 유력한 매수자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매각에 실권을 쥐고 있는 최대주주 일본 이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뜸을 들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매각 대상은 이온의 보유지분 76.06%와 국내기업인 대상그룹 지분 20%, 일본 미쓰비시 지분 3.94% 등 미니스톱 지분 전량이다.

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에서 롯데그룹은 가장 많은 4300억 원, 신세계 3500억 원, 글랜우드는 4000억 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장에서 예상한 미니스톱 매각가는 3000억 원 초중반이었기 때문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온그룹이 최고가를 제시한 롯데에 미니스톱을 넘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지난달 공정위가 과밀화 해소를 위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하면서 미니스톱 인수전에 변수가 생겼다.

롯데가 '최고가 베팅'으로 경쟁자들의 기선을 제압했으나 편의점 자율규약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예상 시나리오대로 업계 5위 미니스톱을 품을 수 있을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전국 2500여 개 점포를 보유한 미니스톱 몸값은 초기 3000억 원 초중반에서 4000억 원 이상까지 대폭 뛴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4만 개로 포화상태에 접어든 업계에 신규 편의점 출점 거리를 50~100m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인 규제안(편의점 자율규약)이 도입되면서 기존 점포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에 따라 일각에선 이온그룹이 몸값을 더 높이기 위해 일단 매각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롯데는 미니스톱을 인수함으로써 점포수 1만2070개로 CU(1만3010개), GS25(1만2919개) 양강체제에서 1‧2위와 격차를 좁히면서 단숨에 '빅3'로 올라설 수 있다. / 각 사 제공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롯데는 미니스톱을 인수함으로써 점포수 1만2070개로 CU(1만3010개), GS25(1만2919개) 양강체제에서 1‧2위와 격차를 좁히면서 단숨에 '빅3'로 올라설 수 있다. / 각 사 제공

자율규약 제정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롯데가 대규모로 점포수를 늘릴 마지막 기회는 미니스톱 인수 밖에 없다.

문제는 최고가를 써낸 롯데가 막상 인수로 얻는 실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먼저 편의점 자율규약에 따라 폐점 부담이 완화하면서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해도 점주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2020년 대규모 재계약 시기에 점주들이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거나 폐점 등으로 이탈한다면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기대하는 규모의 경제 실현에 대한 기대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한국미니스톱은 전국 2535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점포 9535개를 보유한 롯데는 미니스톱을 인수함으로써 점포수 1만2070개로 CU(1만3010개), GS25(1만2919개) 양강체제에서 1‧2위와 격차를 좁히면서 단숨에 '빅3'로 올라설 수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승인도 돌출 변수로 점쳐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위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있어 인수합병 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제한할 수 있다.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매출액이나 점포수 기준 상위 3개 사 점유율이 90%를 넘게 돼 공정위 심사에서 불허 또는 조건부 허가 결정을 받을 수도 있다.

미니스톱 인수전이 장기화하면서 무성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선 매각 성사가 늦어지는 데에는 의사결정이 느린 일본 기업 특유의 문화가 한 몫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매각에 실질적 권한을 쥔 이온은 일본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앤드아이홀딩스와 경쟁하는 대형 유통기업이다. 한국 세븐일레븐은 롯데가 운영하고 있어 이온그룹과 직접적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자국 경쟁상대와 관련 있는 롯데에 미니스톱 매각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가 가장 유력한 매수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신세계나 글랜우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될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편의점 규제와 기존 미니스톱 점주들의 이탈 변수 때문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약간의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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