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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불법 정치자금 의혹…황창규 KT 회장 발목잡나

  • 경제 | 2018-02-09 05:00

'불법 정치자금 지급' 의혹이 불거진 이후 황창규 KT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KT가 지난 2016년 법인카드를 이른바 '카드깡' 방식으로 현금화한 뒤 임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불법 정치자금 지급' 의혹이 불거진 이후 황창규 KT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KT가 지난 2016년 법인카드를 이른바 '카드깡' 방식으로 현금화한 뒤 임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불법 정치자금 지급' 의혹 계기로 퇴진 압박 거세져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연임에 성공한 황창규 KT 회장이 재차 위기에 직면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지급한 의혹에 휩싸여 또다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KT 내부적으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황창규 회장이 연일 이름을 올리면서 향후 거취가 위태로운 형국이다.

9일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KT민주화연대에 따르면 조만간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KT와 황창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KT가 지난 2016년 법인카드를 이른바 '카드깡' 방식으로 현금화한 뒤 임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건넨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다.

박철우 KT민주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1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황창규 회장 승인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며 "(황창규 회장의 퇴진 요구와 관련해) 저항 세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앞으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청와대 제출 진정서는 며칠 내로 준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T민주화연대를 포함해 참여연대·약탈경제반대행동·KT노조 본사지방본부·KT새노조 등은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사옥 앞에서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쪼개기 후원금'에 임원진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이번 의혹을 '조직적 비리'로 규정하고 황창규 회장에 의한 명확한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황창규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황창규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크고 작은 구설에 시달렸다. 황창규 회장 입장에서 차은택 씨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회사에 광고를 몰아주는 등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퇴진설에 휘말린 게 치명타다. 이외에도 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에 대한 대가성 문제, 계열사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불법 노동 문제 등 황창규 회장과 KT를 둘러싼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달 31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KT 5G 홍보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5G 준비 완료'를 선언한 뒤 내빈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지급'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은 이날 오전 KT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남윤호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달 31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KT 5G 홍보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5G 준비 완료'를 선언한 뒤 내빈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지급'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은 이날 오전 KT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남윤호 기자

수많은 잡음에도 황창규 회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경영 성과'가 방어막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최대 위기를 맞았던 상황에서도 '2015년부터 2년 연속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연임에 성공, 공식적으로 2020년 정기 주총일까지 재임하게 됐다. KT는 지난해 평창올림픽 투자 확대와 통신비 인하 정책 시행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번에는 앞선 상황과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불법 정치자금 지급' 수사 칼날이 직접 황창규 회장으로 향할 수 있는 데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거듭 이름이 거론되면서 비판 여론과 퇴진 압박 수위가 더욱 거세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31일 KT가 평창올림픽 5G 시범서비스 준비 완료를 선언하는 잔칫날에 경찰이 KT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황창규 회장이 적지 않은 심리적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황창규 회장의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러 논란을 거치면서 황창규 회장 퇴진을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KT 노조 중 최대 규모인 본사지방본부도 한목소리로 황창규 회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철우 위원장은 "4700명 규모의 노조에서도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에 대한 불만이 KT 회사 내부에서도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만이 더 커지기 전에 지체하지 말고 물러나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올림픽 이후 수사에 속도가 붙게 되면 결국 황창규 회장도 여러 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황창규 회장과 KT는 평창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 중이다.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지급'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KT 본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당일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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