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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할인=제값?' 현대산업개발·동부 등 분양가 거품 논란





미분양 물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잇단 '파격 할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원분양가를 높게 측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분양 물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잇단 '파격 할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원분양가를 높게 측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 서재근 기자] '3억 할인', '1000만원 현금 지원' 등 미분양 물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억' 소리 나는 특별할인이 더는 낯설지 않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밑지는 장사'라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애초 분양가가 고가로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형건설사들 가운데 미분양 할인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높은 할인율을 내세우며 '미분양 털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일산 덕이동과 강동구 고덕동에 분양 중인 '아이파크' 단지가 대표적이다.

'고덕 아이파크'는 전용 59㎡의 경우 애초 분양가에서 1억1700만~1억3100만원, 84㎡형은 1억2600만~2억3200만원, 177㎡형 6억4200만~8억1300만원까지 최대 분양가의 41%에 달하는 할인율이 적용된다.

'덕이 아이파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분양 당시 제2자유로, 탄현역과 가까운 교통여건은 물론 '아이파크'를 일산 대표 브랜드로 자처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비싼 분양가로 입주자들로부터 외면받자 분양가 할인에 나선 것이다.

원분양가가 6억9330만원이던 155㎡형은 30%의 할인율이 적용돼 현재 4억8531만원, 3.3㎡당 1032만원의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이는 인근에 있는 '신동아 파밀리에'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기아자동차 '레이' 또는 순금 50돈을 경품으로 추가 제공한다. 경품을 대신해 1039만원의 현금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지급해야 하는 금융비용, 브랜드 이미지의 실추 등의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마진율을 포기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분양가 거품'이 빠진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건설사들이 처음 분양 당시 책정한 3.3㎡당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고덕 아이파크'의 177㎡형의 분양가는 특히, 19억5969만원, 3.3㎡당 약 3600만원으로 웬만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보다도 비싼 수준이었다. 당시 다수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할인율이 적용된 수준과 비슷한 3.3㎡당 2000만~2500만원대가 적정가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국내 건설사 시공순위 2위 삼성물산 역시 최근 경기 고양시 원당뉴타운에 있는 '래미안 휴레스트'의 일부 미분양 물건을 해결하기 위해 원분양가의 최대 36%까지 할인율을 적용해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132㎡의 경우 애초 분양가가 7억원으로 3.3㎡당 1700만원 선이었지만, 할인율을 적용하면 4억4000만~4억7000만원까지 매입이 가능하다.

동부건설도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에 분양한 '수지 신봉센트레빌'단지 가운데 전용 149㎡의 잔여물량에 한해 최대 30%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최초 분양가가 8억원(3.3㎡당 약 1750만원)이었던 전용면적 149㎡형은 현재 5억6000만원선까지 가격이 내려간 상태다. 3.3㎡당 분양가가 1200만원 선으로 약 500만원 가까이 내려갔지만, 경기 지역 평균 아파트 분양가보다는 높다.

'억 단위' 할인을 선보이는 건설사들 대부분은 중견건설사들보다 분양가를 높게 측정해 소위 '배짱 분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시공능력 상위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에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2000만원 정도로, 이는 중견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보다 약 40% 이상 비싼 수준이다.

'분양가 거품 논란'과 관련해 대형 건설사들은 하나 같이 '브랜드 가치', '우수한 입지조건', '고급 자재 사용' 등의 이유를 들며 상대적으로 고분양가 책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즉, 특별할인은 분양가의 '거품'을 뺀 것이 아닌, '밑지는 장사'라는 것이다.

분양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기본형건축비다. 현재 정부에서 지정한 기본형건축비는 공급면적 3.3㎡당 530만5000원이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가산비 등을 더해 평균적으로 3.3㎡당 600만원에서 700만원 수준으로 건축비를 책정한다.

문제는 하도급으로 이뤄지는 아파트 건설 구조상 실제 건설단계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정확히 책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감시팀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대부분은 하도급업체에 아파트공사를 맡긴다"며 "(공사)현장에서는 건축비로 3.3㎡당 300만원 선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나머지 차액은 모두 건설사의 몫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공사를 진행한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3차, 4차 등 하청업체 간의 재하도급이 금지돼 있지만, 아직도 많은 공사현장에서 암암리에 재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간단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최종 분양가는 비싸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자재 단가를 산출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불분명한 분양 원가 공개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실련 측은 "분양가 거품논란이 거세지자 노무현 정부 당시 61개 항목으로 일부 공개를 했으나 이마저도 지난 정부 때 12개로 줄어들었다. 공개항목을 줄인 것도 문제지만, 개수를 떠나 공사에 들어간 실제 금액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건설사에서 산출한 공사비 총액을 비율로 나눈 것뿐"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거품' 논란과 관련해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흐름을 무시한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다. 현대산업개발 분양팀 관계자는 "미분양을 신속히 털어내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덜 보는 것"이라며 "해당 아파트는 고급자재들로 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분양 당시 입지조건과 '아이파크'라는 브랜드 가치 등이 분양가에 반영됐지만, 현재는 마진이 거의 없다시피 분양가를 대폭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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