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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Car] 전기차 '레이 EV' 직접 타보니…경제성 '글쎄'





지난해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레이 EV'는 국내 첫 양산형 전기차다. / 서재근 기자
지난해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레이 EV'는 국내 첫 양산형 전기차다. / 서재근 기자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석유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기차 양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양산형 전기차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의 '레이 EV'를 통해 전기차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레이 EV는 외관 디자인 부분에서는 레이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가솔린 모델과 나란히 주차돼 있으면 쉽게 유관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박스 형태의 외관, 면발광 LED 포지션 램프는 물론 전장(3595㎜)과 전폭(1595㎜), 휠베이스(2520mm) 역시 동일하다. 단,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차체의 높이가 10mm 높다는 것과 차량 앞 라디에이터 그릴에 완속 충전기(220V)가 설치된 것뿐이다.





속도계 왼쪽에 모터 소비전력과 에너지 충전 상태를 보여주는 모터 작동표시계를 배치하는 등 실내 디자인에서 전기차 특유의 개성이 돋보인다.
속도계 왼쪽에 모터 소비전력과 에너지 충전 상태를 보여주는 모터 작동표시계를 배치하는 등 실내 디자인에서 전기차 특유의 개성이 돋보인다.

레이 EV의 개성은 실내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전기차의 특성을 잘 드러낸 계기판이다. 기존 레이를 비롯한 일반 휘발유·경유 차량이 속도계를 중심으로 왼쪽 또는 오른쪽에 각각 회전속도계(rpm)를 배치해 놓은 것과 달리, 레이 EV는 속도계 왼쪽에 모터 소비전력과 에너지 충전 상태를 보여주는 모터 작동표시계가 있다.

국내 최초로 탑재된 충전 인프라 표시 내비게이션 역시 인상적이다. 방전의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급속·완속 충전소의 위치 정보는 물론 전기차의 에너지 흐름과 에너지 사용현황도 표시해준다.

다음은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순기능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달리기 성능을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이 EV는 '시내 단거리 주행'만을 위한 차량,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차량의 제원만 놓고 보면 50kW의 전기모터를 탑재한 레이 EV의 최고출력은 68마력으로 레이 가솔린 모델보다 10마력 낮을 뿐 최대토크는 준중형 모델인 'K3'와 같은 17.0kg.m으로 오히려 더 높다. 정지상태부터 100km/h까지 도달 시간 역시 15.9초로 일반 가솔린 모델(1000cc 기준)보다 빠르다.

최고 속도 '130km/h'라는 제원상의 수치 역시 '전기차는 빨리 달릴 수 없다'라는 선입관을 깨기 충분하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이러한 수치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 100km/h 구간이 넘어서자 차량의 가속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처음 밟았을 때의 반응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일반 가솔린 모델 수준의 가속페달 반응성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 내내 답답함을 느낄 정도다.

짧은 주행거리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제원 상으로 레이 EV는 1회 충전으로 약 140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지만,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실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90~100km 정도였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하면 80km 수준으로 주행거리가 더 줄어든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는 40여 곳에 지나지 않는다. 주행가능거리를 수시로 확인하지 않았다가는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레이 EV의 외관은 가솔린 모델과 나란히 주차돼 있으면 쉽게 유관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레이 EV의 외관은 가솔린 모델과 나란히 주차돼 있으면 쉽게 유관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달리기 성능 면에서 다소 아쉬웠지만, 소음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자동차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의 힘으로 차량이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음은 물론 미세한 떨림도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계기판에 표시되는 'READY'라고 적힌 녹색의 메시지가 없다면, 시동이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다.

레이 EV는 애초 개발 단계부터 주행 성능보다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다. 하지만 4500만원(환경부에서 1500만원의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비용 880만원을 지원)이라는 비싼 차량의 가격 대비 짧은 주행거리와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 등을 고려했을 때 과연 '경제성'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체적인 기술력 향상을 통한 주행 성능 개선은 물론 충전소 확충 등의 인프라 구축이야말로 전기차 레이 EV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 기아자동차가 풀어야 할 숙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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