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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尹, 조문 취소 논란…'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칼럼 | 2022-09-20 10:33

대통령실, 첫 단추부터 잘못…유엔총회 등 향후 일정 점검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이 취소되면서 잡음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는 윤 대통령 부부. /런던=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이 취소되면서 잡음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는 윤 대통령 부부. /런던=뉴시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조문 외교가 뒷말을 낳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오후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 일정이 현지 교통 사정 등으로 인해 조문이 취소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당초 미국과 캐나다 순방을 예정했다. 그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타계, 급작스럽게 영국 일정을 추가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미국, 프랑스 등 각국 정상들과 함께 참석한다는 점에서 갑자기 잡힌 일정이지만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8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 부부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이 취소됐다. 영국 현지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영국행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야당은 '외교 참사'라고 지적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한국시간) 윤 대통령의 조문 취소가 알려지자 "영국을 도대체 왜 갔습니까?"라며 "왜 다른 나라 정상들은 가능한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만 불가능한 것입니까?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목적을 '경제 외교의 기반 확대'라며 '조문 외교'를 강조했다. 그러나 교통 통제를 핑계로 조문을 취소했다"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조문 취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야당의 공세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지적하듯 '외교 참사'나 '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위로와 애도가 주를 이뤄야 하는 그런 전 세계적인 슬픈 날이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국내 정치를 위해 이런 슬픔이 활용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도와 진심으로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다. 최선을 다해서 행사를 진행하는 우방국에도 이 같은 논란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특히 윤 대통령의 조문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더 일찍 영국에 도착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전날 오후 2~3시 이후에 도착한 정상은 오늘 오후 조문록을 작성할 수 있다고 공지를 받았다. 왕실 차원에서 따로 시간을 예우하고 조정해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에서 시민들이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으로 향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운구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들. /에든버러=AP/뉴시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에서 시민들이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으로 향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운구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들. /에든버러=AP/뉴시스

앞서 조문록 작성은 런던 도착 첫날인 18일 진행하는 쪽으로 조율됐지만, 런던 교통 상황 등과 맞물려 하루 미뤄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설명처럼 현지 상황에 따른 불가역성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부부의 원래 목적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음은 분명하다. 특히 김 수석은 "지난 9일, 여왕 서거 당시 윤 대통령이 주한 영국 대사관을 찾아 직접 조문한 순간부터 영국 측과의 장례식 참석 관련한 의전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기에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이 뼈아프다.

대통령실과 참모진은 영국 현지 상황이 예측을 벗어날 수 있음을 전제로 플랜B를 준비했어야 했다. 세계가 주목하고, 영국 국민의 뜨거운 조문 열기 등을 고려할 때 장례식 주변 교통 혼잡과 인파를 예측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9시께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했다. 영국까지 비행시간 12시간~14시간 소요를 생각했을 때 보다 이르게 출발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따라서 미리 대응하지 못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격언이다. 어떤 것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이 부분을 손보았고, 저 부분도 약간 다듬었으며, 여기는 약간 부드럽게 만들어 근육이 잘 드러나게 했습니다. 입 모양에 약간 표정을 살렸고, 갈빗대는 좀 더 힘이 느껴지게 바꿨죠."

미켈란젤로가 자세하게 설명하자 의뢰자가 이렇게 물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소한 부분이잖아요." 미켈란젤로가 답했다. "완벽함은 결국 사소한 부분에서 나옵니다. 완벽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지요."

윤 대통령은 영국 일정을 마치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첫 미국 순방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 많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어찌 보면 윤 대통령의 본격적인 외교 무대의 시작이다. 윤 대통령의 조문 취소와 같은 일정 변경으로 인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참모진은 다시 한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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