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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나와 무관' 이재명, 검찰 출두 안 할 이유 없다

  • 칼럼 | 2022-09-03 00:00
1일 광주를 찾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즉생' 정신을 내비치며 검찰 소환에 강경대응 할 것을 시사했다. 이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재킷을 벗고 있다. /이새롬 기자
1일 광주를 찾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즉생' 정신을 내비치며 검찰 소환에 강경대응 할 것을 시사했다. 이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재킷을 벗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정당한 전쟁이 되기 위해 스콜라 철학을 집대성한 중세 기독교 최대의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3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인의 욕심 등에 휘둘리지 않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적자생존이나 자국이나 특정 무리의 이익과 같은 게 아니라 상대에서 먼저 잘못을 하는 등 '명분'도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당한 의도'를 가지고 행해져야 하며 전쟁 중이라도 평화로운 해결책을 추구해야 하며 (전쟁)범죄는 삼가야 한다고 했다.

아퀴나스는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정당해도 마지막 때문에 전쟁이 변질되면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그리고 보복(報復)은 남이 자신에게 끼친 해를 그대로 갚는 것을 말한다. ‘복수’와 뜻은 비슷하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복수는 긍정적이며 중립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되지만 보복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국회 본회의가 개막됐던 1일 오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전쟁’과 ‘(정치)보복’으로 하루를 보냈다. 정국은 냉랭하게 얼었다. 검찰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가운데 이 대표 보좌진이 관련 소식을 보고하며 "의원님 출석 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보낸 문자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된 게 전쟁의 시작이자 보복에 대한 비난의 시작이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최측근이었던 김현지 보좌관이 이 대표에게 보낸 문제의 메시지에는 검찰의 소환 통보 사실과 그 이유로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등이 적혀 있었다.

김현지 보좌관은 이재명 대표에게
김현지 보좌관은 이재명 대표에게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보냈다./국회공동취재단

김 보좌관이 메시지를 보낸 시점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이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메시지를 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건 오후 3시 5분. 민주당이 소환 통보를 받은 사실을 밝힌 시점은 이후 20분 뒤로 알려진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를 알리면서 "윤석열 검찰 공화국의 정치 보복을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낸다. 통상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 기관에서 소환 통보 사실을 먼저 발표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여당 등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정치적 속셈이 있다는 반응도 적지않다. 이 대표 측은 "그만큼 검찰 수사가 터무니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리 명쾌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박성준 대변인은 "검찰이 이 대표가 무혐의라는 증거를 무시하고 있다"며 "명백한 증거를 일부러 무시하고 짜맞춘 각본에 따른 수사, 묻지 마 소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기한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친명(親明)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명백한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다. 싸워서 이기자"라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사건은 줄줄이 무혐의 처분했다"며 "선택적 수사가 일상화된 윤석열 검찰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바로 정치 보복을 시작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포함한 문재인 정권을 향한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부터 소환하라고 역공세를 폈다.

정기국회 첫날부터 ‘이 대표 소환 정국’으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전쟁’과 ‘(검찰의)정치 보복‘으로 비화하고 여당도 날선 공방이 이어간 것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방탄 조끼 내려놓고 소환 조사에 응하라"고 받아쳤다. 여권에서는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 등에 따른 '수사 방탄'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문재인 정권 비리 혐의에 대한 동시다발적 사정을 사법시스템의 순수한 작동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도 스스로 말했듯, 전 정권 비리 사정은 정권교체에 따라 이전 정권과 대립했던 정적(政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면엔 전 정권을 격하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재편하고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새 정권의 정략이 작용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뜩이나 낮은 형편에 ‘윤핵관’에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이준석 전 대표의 ‘내부총질(?)’까지 겹쳐 쉽지 않은 국면에 놓인 정부 여당의 입장을 봐도 그렇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뉴시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전쟁’선포를 외치며 마치 야만적 탄압의 피해자이기라도 한 듯 반응하는 민주당의 행태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 비합리적인 감정, 정략적 술수 차원에서 상대를 공박한다는 식의 부정적 뉘앙스가 넘쳐 흐른다. 실제 혐의와 의혹들은, 그게 보복이든 아니든,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진실 규명이 필요해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조사를 위해 6일 오전 10시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고발당했고 이에 조사는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반드시 필요하다. 백현동 경우만 해도 그렇다. 감사원은 백현동 감사 결과 "국토부의 협조 요청은 있었지만 강제성도 협박도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백현동 용도 변경을 거부했던 성남시가 이 대표의 선대본부장 출신이 민간 업체에 영입된 뒤 갑자기 4단계나 뛰어넘는 용도 변경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가 모른다고 했던 김문기 전 처장과 함께 9박 10일 해외여행을 가고 대장동 관련 표창장을 준 사실 등도 확인됐다. 이 대표가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소환시기도 정치적 고려의 여지가 많아 보이질 않는다. 선거법상 6개월 공소시효 만료는 사흘 뒤인 9일 자정이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당사자 조사도 없이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법 사건뿐 아니라 대장동·백현동 비리 본안과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나와 무관하다"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합리적 의심의 들 정도의 사실로 확인된 것들이 많다.

만약 민주당의 주장대로 이 대표의 그간 해명이 사실인데 이른바 '윤석열의 정치검찰'이 이 대표를 핍박하고 있어 자신들이 전쟁과 정치보복을 언급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문제는 매우 간단하고 이 대표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대표는 그래서 무조건 6일 출두해 사실대로 밝히면 된다. 이 대표는 다음 대선에도 다시 출마할 것이라 한다. 명명백백하게 밝혀 진실을 확인시켜준다면 더 많은 국민의 그를 신임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겠는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뉴시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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